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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 "광란의 유턴 흐름에 맞선 예술가들의 목소리"

등록 2025.08.12 18: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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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무용축제' 내달 10~28일…13개국 38편 공연

"혼탁한 시대에 민감하게 떨리는 몸의 언어 무대서 펼쳐"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무가 배진호, 이경은, 김정아, 예술감독 이종호, 은평문화재단 채명신이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무가 배진호, 이경은, 김정아, 예술감독 이종호, 은평문화재단 채명신이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바람에 가장 먼저 눕고 바람에 가장 먼저 일어서는 풀잎처럼, 혼탁한 시대에 가장 민감하게 떨리는 몸의 언어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이고자 합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열린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기자간담회에서 김수영 시인의 '풀'을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올해로 28회차를 맞은 시댄스에서 "인간과 인류를 깊이 응시하는 작품들이 함께 한다"며 "각기 다른 문화권과 춤 언어를 배경으로 증오와 냉소를 넘어 연대와 치유를 찾으려 애쓰는 몸짓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현장을 관객 여러분이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가 다음 달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한국 포함 13개국이 참가해 18건, 25회의 공연을 통해 3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광란의 유턴' 특집 ▲국제합작 ▲해외초청 ▲국내초청 ▲기획제작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서울남산국악당,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청년예술청, KOCCA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및 소극장 등 다양한 곳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예술감독 이종호가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예술감독 이종호가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12. [email protected]

특집 '광란의 유턴'은 최근 정치적·사회적 후퇴 현상을 무용 언어로 해석하고 시민들과 함께 성찰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하랄 베하리의 '바티 보이(Batty Bwoy)'가 오는 9월 1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Batty Bwoy'는 자메이카에서 퀴어 남성을 폄하하는 말로 사용돼 온 속어다. 베하리는 그 낙인 가득한 언어를 작품의 제목으로 삼고, 사회가 금기시해온 욕망과 낙인의 흔적을 춤으로 드러낸다. 안무가 하랄 베하리는 '바티 보이'로 2022년 오슬로의 단센스 후스(Dansens Hus)에 데뷔했으며, 이후 2023년 노르웨이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헤다상(Hedda Prize)'에서 '최우수 무용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란 출신 안무가 아르민 호크미가 '쉬라즈(Shiraz)'를 9월 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지난해 2월 베를린 탄츠파브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960~70년대 이란 남부 도시에서 열렸던 '쉬라즈 예술제'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무용 공연이다. 쉬라즈 축제는 정치적인 이유로 없어지기 전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예술축제였으며 최근 타계한 세기의 연출가 로버트 윌슨은 이 축제에서 168시간 짜리 작품을 10일에 걸쳐 공연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무가 배진호, 이경은, 김정아, 예술감독 이종호, 은평문화재단 채명신,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바락 샤인이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1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안무가 배진호, 이경은, 김정아, 예술감독 이종호, 은평문화재단 채명신,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바락 샤인이 12일 서울 종로구 교원투어 강연장에서 제28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25, 시댄스2025)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8.12. [email protected]

일곱 명의 무용수는 EHSXN과 REZA R의 전자음악에 맞춰 시적인 움직임을 펼치며 각각의 움직임을 하나의 별자리처럼 무대 위에 그려낸다. 이 작품은 춤을 통해 집단적 기억을 몸으로 공유하고, 함께 추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저항이자 실천으로 의미한다.

오를리 포르탈 무용단의 '폐허(Al-Atlal)'가 9월 2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이집트 시인 이브라힘 나기의 동명의 시와 이를 노래한 전설적인 가수 움 쿨숨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사랑의 죽음을 노래하는 이 시는 오를리 포르탈의 무대 위에서 '관계의 붕괴' '회복에 대한 희망'이라는 보다 넓은 층위로 확장된다. 히브리어와 아랍어가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은 한없이 낮은 숨결로 시작해 절규와 몸짓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광란의 유턴 특집 프로그램이자 벨기에-한국 국제합작 프로그램인 SOIT·한스 판 덴 브룩 X 김영미댄스프로젝트의 '휴스턴, 문제가 발생했다는 9월 23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허구적 말들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김영미댄스프로젝트와 합작했으며, 10일간 한스 판 덴 브룩과 김영미댄스프로젝트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한 후 공연된다.

[서울=뉴시스]이란 출신 안무가 아르민 호크미의 '쉬라즈(Shiraz)'. (사진=시댄스 제공)

[서울=뉴시스]이란 출신 안무가 아르민 호크미의 '쉬라즈(Shiraz)'. (사진=시댄스 제공)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의 '파르살리아(Pharsalia)'가 9월 28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폐막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파르살리아(Pharsalia)는 고대 로마 내전을 다룬 루카누스의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안무로, 전쟁과 저항, 존엄과 생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스페인 코르도바 출신의 안무가 안토니오 루스가 이끄는 안토니오 루스 무용단은 2009년 마드리드의 카날 댄스 센터의 프로젝트 'No Drama'를 계기로 창단됐다. 안토니오 루스는 빅토르 우야테 무용학교를 거쳐 유럽 주요 발레단에서 활동한 후, 자샤 발츠와의 협업을 통해 극성과 시각예술적 접근을 강화, 2018년에는 스페인 국가무용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

시댄스 국제합작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의 무트댄스와 헝가리의 대표 무용단 죄르 발레단(Győri Balett)이 공동 창작한 국제 합작 프로젝트 'BE-MUT-Romance(로맨스)'와 'BE-MUT-Mirror(미러)' ▲한국과 호주의 국제합작 알리스데어 매킨도우, 미셸 헤븐, 정하늘, 김초슬의 '두물머리(두 강이 만나는 곳)' 등이 공연된다.

해외초청 프로그램은 ▲포르투갈 CRL-센트라우 엘레트리카의 '밤(Noite)' ▲그루포 타피아스의 '유령들' ▲비토르 하마모토의 '실종된 이름들' ▲라모나 나가브친스카의 '몸의 조각들' ▲야스모토 아사미, 다카 미즈키, 쿠로타키 야스시, 츠치다 타카요시, 히라타 타라의 'SAI SEOUL(입을 가려라/Doldrums/시 저편의 시/52Hz/당신에게)' 등이 공연된다.

[서울=뉴시스]오를리 포르탈 무용단의 '폐허(Al-Atlal). (사진=시댄스 제공)

[서울=뉴시스]오를리 포르탈 무용단의 '폐허(Al-Atlal). (사진=시댄스 제공)

국내초청 프로그램은 ▲롤라 장의 '기억의 지속-두엔데' ▲리케이댄스의 '히야' ▲혜진장댄스의 '흐르는.' 등이 공연된다.

기획제작 프로그램은 ▲비즈 플랫폼의 '우리(WE)' ▲대한민국 명작무협회의 '2025명작무뎐_죽림구현도' ▲동래학춤보존회 - <예(禮)의 깃: 동래학춤, 시대를 잇다 ▲강요찬의 '학(Hak)'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의 'Bad Spicy Sauce(배드 스파이시 소스)' ▲SOS 함께 나누기의 '서로에게' ▲하선애의 "착한 마녀? 나쁜 마녀?" 등이다.

특집 주제를 '광란의 유턴'이라고 정한 것에 대해 이종호 예술감독은 "세계와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 속에서 두렵고 끔찍했던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전쟁 때문만은 아니다. 구미 주요국에서는 상당수의 극우파가 장악을 하고, 우리나라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끔찍한 위험(비상계엄)에 처해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면서 마치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파시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래서 광란의 유턴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리케이댄스의 '히야' (사진=시댄스 제공)

[서울=뉴시스]리케이댄스의 '히야' (사진=시댄스 제공)

그러면서 "세상은 거칠고 폭력적"이라며 "극단과 극단이 대립하고, 아군 아니면 적군일 뿐이며, 약자는 다시금 만만한 표적이 되고 진보의 이상은 후퇴하고 있다"며 "일개 무용 축제에 불과한 시댄스는 이런 질문에 감히 정답이나 모범 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마다의 몸과 감각으로 분열과 파괴에 맞선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내 무용계를 향해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 예술감독은 "연극이나 음악 등 다른 장르에 비해, 그리고 다른 나라 무용가들에 비해 사회정치적 이슈에 상대적으로 무심하거나 소극적인 우리나라 무용가들도 시대 속에서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예술축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한국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은 가히 선진국 수준인데, 유난히 '민간이 운영하는 순수예술축제'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육성책도, 과감한 지원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축제도 도서관이나 오페라하우스처럼 한 국가의 문화 인프라라는 점을 주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국가대표급 고품격 대형 순수예술축제' 육성을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국제 합작 프로젝트 'BE-MUT-Mirror(미러)' (사진=시댄스 제공)

[서울=뉴시스]국제 합작 프로젝트 'BE-MUT-Mirror(미러)' (사진=시댄스 제공)

한편 시댄스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워크숍과 예술가와의 대화 등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지친 시민들이 마음의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이를 통해 현대무용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마음의 안정과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치유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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