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지털 접근 기회 '세계 최고'-수업 디지털 활용 '세계 꼴찌'
KEDI, '디지털 교육 격차의 또 다른 이름인가'
수업 중 디지털 자원 활용도 OECD 중 43위
학업성취도 상-하위 집단 간 활용 격차 발생
"학교 역할 통해 디지털 자원 격차 완화해야"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우리나라 수업 중 디지털 자원 활용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업성취도가 뛰어나거나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일수록 디지털 역량이 높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학교의 디지털교육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1일 '디지털 교육, 새로운 기회의 확대인가, 격차의 또 다른 이름인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KEDI가 분석한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수업 중 디지털 자원 활용도' 점수는 -0.279로, 조사 대상 43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수업 내 실질적 활용 수준을 나타내는 탐구 기반 학습(-0.380, 27위), 교수·학습 지원(-0.453, 28위) 역시 OECD 평균(0.000) 이하였다.
반면 '학교 밖 디지털 자원 접근 기회'는 0.260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해 디지털 인프라 및 기술 환경에 대한 접근성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임이 확인됐다. 한국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자기 효능감도 OECD 평균을 상회하는 0.170으로 5위를 기록했다.
연구책임자인 남신동 KEDI 연구위원은 "한국의 디지털 전환은 접근 수준에서는 '세계 최고', 활용 수준에서는 '세계 최하'라는 이중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조건에서는 질적 활용의 우위가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결정적 매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격차의 폭과 양상은 가정 배경 등 귀속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에서는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KEDI가 '공교육 모니터링을 위한 학교교육 실태조사(KEMS 2023)'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우수-일반-잠재 취약-취약'의 네 집단으로 구분되며, '자료 탐색', '자료 활용', '디지털 상호작용' 등의 세부 영역에서도 점수 편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호작용'(3.84)의 평균 점수는 낮고 표준편차는 커, 초등학생의 디지털의 학습적 활용 역량에서 집단 간 격차가 구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PISA 2022 분석에 따르면 학업 상위 집단은 수업 시간에 디지털 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읽기 영역에서 상위 집단(-0.118)과 하위 집단(-0.545) 간 점수 차이는 0.43점에 달했다.
수학, 과학 영역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됐다. 이 점은 2024년 교사 면담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일수록 디지털도 잘 활용한다'는 공통된 목격담과 인식에도 투영됐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단순한 기술 능력이 아니라 학습 전략 및 성취와 연결된 인지적 역량임을 시사한다. 디지털 자원 활용의 격차는 기존의 학습 격차와 중첩되며, 양자 간에 '부익부 빈익빈' 순환 구조의 양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정 개인의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은 개인 차원의 능력과 노력으로 증진될 수 있지만 이와 독립적으로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KEMS 2023 분석에 따르면 가구 소득과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디지털 리터러시 전 영역의 점수가 높았다.
예컨대 '디지털 자료의 탐색과 저장' 영역에서 고소득층은 3.75점, 저소득층은 3.63점이었으며, 부모 학력 수준이 대졸 이상일 경우(3.70점), 고졸 이하일 경우(3.60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PISA 2022 분석에서도 가정배경의 영향력이 큰 '학교밖 디지털 자원' 접근 수준에서 상·하층 간 평균 차이가 존재한다(상층 3.3점, 하층 2.8점). 또한, 학교에서 탐구 기반 학습 활동 활용도(상층 2.5점, 하층 1.9점) 등에서도 계층적 격차가 일관되게 확인됐다.
남신동 연구위원은 "디지털 학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활용 역량에서 학생 간 격차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향후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보다 진척될 경우 학습경험의 질과 결과에 있어 학생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남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적합한 학교효과 실천 모델을 새롭게 마련하고, 학교교육 역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가 디지털 문화자본과 사회자본이 교사-학생, 학생-학생, 학생-가정-지역사회 간 상호작용을 통해 순환·전이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디지털 자원 접근성과 활용 역량의 격차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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