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N잡'에 월세 줄이려 1시간반 통근…허리띠 졸라매는 청년들
"주말 여행 꿈도 못 꿔"…주 7일 일하는 대학생
물가 오르고 소비액 줄고…얇은 지갑에 지출 줄여
'평균 월세 73만원'…주거비 부담에 먼 곳 이사까지

대학생 최민재(22)씨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동안 교내 근로에 더해 주말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했다. 한 달 80만원 남짓에 불과한 근로 장학금만으로는 교통비와 식비 등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약속이라도 있는 날에는 하루 3~4만원이 큰 돈이 지출됐다. 그는 결국 주말을 반납하고 하루 4시간 카페에서 일하며 한 달 30만원을 더 벌어 '점심값 걱정 없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
대가는 컸다. 최씨는 "주 7일을 일하다보니 여행은 엄두도 못 냈고 공부 시간이 부족해 밤을 새는 경우도 많았다"며 "체력적으로 지쳐 늘 피곤했고 집에서는 일찍 잠에 들기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나타났다. 명목 기준 가구 월평균 식료품 소비액은 42만3000원으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체감 물가는 오르면서 필수 생활비인 식비 지출도 크게 줄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이 일정치 않은 청년들의 경우 더욱 더 지출을 줄이는 모양새다. 비누랩스 인사이트가 지난 5월 20대 대학생 500명을 조사한 결과 패션·문화·취미 지출에서도 전년 대비 각각 20% 이상 감소했다.
대학생 이효준(23)씨는 포항에서 상경해 서울에서 자취 중이다. 교내 근로 아르바이트로는 생활비가 부족해 3월부터 8월까지 주말마다 도로 통제, 행사 보조와 같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이씨는 "근무 후 집에 오면 바로 뻗었다"며 "쉬는 날이 없다 보니 회복할 틈이 없고, 가끔은 '굳이 서울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까지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청년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단순히 개인의 씀씀이 문제가 아니다. 고물가·고주거비 구조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자 청년 세대 전체가 겪는 공통 경험이 되고 있다.
알바 병행 역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 손민지(24)씨는 "주변 친구 10명 중 6명 이상은 N잡을 하고있다"며 "교통비, 등록금, 생활비 때문인데 직장인 친구들도 월급만으로 부족하다 보니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협찬이나 주말 알바로 돈을 더 벌고 있다"고 전했다.
주거비도 문제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전용 33㎡(10평) 이하 원룸(보증금 1000만원)의 평균 월세는 73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직장인 배모(30)씨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언주역 인근의 월세방을 정리하고 최근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 부천시로 이사했다. 주거비는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으로 늘었다. 절감된 월세를 저축과 투자로 돌리고 있지만 체력적·심리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배씨는 "직장과 집이 가까울 때는 퇴근 후 운동이나 자기계발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집에 오면 하루가 끝난다"며 "대중교통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무력감도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알바 N잡이 단순한 생활비 마련을 넘어 청년층의 에너지와 역량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불행, 사회적으로는 인재 낭비"라며 "고강도 노동과 불안정한 일자리 전전은 청년 능력을 '유효화'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 전반에도 손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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