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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제주 해안가 수십만 명분 마약…해상 유실물? 밀수?

등록 2025.11.08 07:01:00수정 2025.11.08 0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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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간 5번, 80여만 명 동시 투약 가능

전 해역서 발견…해류 타고 떠내려 왔나

올해 밀수·밀입국 등 발생 범죄 가능성도

해경, 국제공조 수사…해안가 수색 예정

[제주=뉴시스] 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서 케타민 약 20kg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해경이 14일 공개한 발견 당시 케타민.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25.10.14.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7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서 케타민 약 20kg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해경이 14일 공개한 발견 당시 케타민.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25.10.14.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평화로운 제주 섬에 신종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진성의약품 '케타민'이 잇따라 주민에 의해 발견되고 있다. 두 달 간 무려 5건이 접수됐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마약이 나타났지만 경위가 파악되지 않아 도민 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8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 양으로, 전무후무한 상황이다. 해양경찰이 주관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현재까지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8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안가 마약류 발견 사건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혹시 모를 마약류 추가 발견에 대비해 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성산일출봉 인근 해안가 포대 자루…케타민 20㎏

최초 발견은 10월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아침 서귀포시 성산읍 해변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환경지킴이가 마대 자루 하나를 발견했다. 자루에는 차(茶) 글자가 표기된 봉지에 약 1㎏의 하얀 가루가 포장돼 있었고, 이런 봉지가 모두 20개 담겨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케타민인 것을 확인했다. 1회 투약량(0.03g) 기준 66만 명이 동시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싯가로는 60억원 상당이다.

신종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은 환각과 환청을 유발하는 마취제 중 하나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제주도 내 유흥업소와 숙박시설에서 케타민 등을 투약한 마약사범은 60명에 달한다.

◇동서남북 해안가서 케타민…바다서 떠내려 왔나

성산읍에서 대규모로 발견된 이후 추가로 4곳 해안가에서 케타민이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10월24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서부) ▲10월31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북동부) ▲11월1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북부) ▲11월4일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등이다.

모두 낚시객과 주민에 의해 처음 소재가 드러났다. 무게는 약 1㎏이고 비닐에 겹겹이 싸여 밀봉된 채 차봉지에 담겨 있었다. 1㎏이면 3만3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다.

[제주=뉴시스] 해경이 31일 공개한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서 발견된 케타민 1㎏.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25.10.31.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해경이 31일 공개한 지난 24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서 발견된 케타민 1㎏.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25.10.31. [email protected]

10월15일 경북 포항 임곡리 해변에서도 차봉지에 위장된 케타민이 발견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해상에서 마약 운반 조직 등에 의해 유실된 마약이 해류를 타고 해안가로 떠밀려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먼 바다에서 왔다 하더라도 '누구로부터', '언제', '어디서', '왜' 제주까지 오게됐는 지 의문투성이다. 해경에서 해류 예측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동 경로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케타민 발견 전후로 AIS(선박식별시스템) 상 수상한 항적을 보이는 선박은 없었다고 한다.

◇케타민 이동 경로 의문 투성…수사 한 달째 밝혀진 거 없어

마약 운반 조직 등 범죄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케타민이 발견되던 10월 중순께 제주에서 30대 중국인이 필로폰 약 1.2㎏을 밀수한 사건이 발생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고 여행용가방에 숨긴 뒤 제주공항에 입국한 것이다.

제주세관의 감시를 피한 중국인은 4일간 체류하면서 SNS에 '30만원을 줄 테니 물건(필로폰)을 서울까지 운반해 줄 사람'을 모집하기도 했다. 다행히 운반에 참여한 청년이 의심을 품고 신고하면서 검거가 이뤄졌다. 제주가 국외에서 국내로 연결되는 마약 유통 경로로 작용된 사례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인 6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중국에서 제주까지 440㎞를 항해해 밀입국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모두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과 이번 마약류 발견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재래식 밀입국 범행에 군, 경찰, 해경의 감시 체계가 뚫려 방위 부문에서 허술함을 보여준 사건이다.

[제주=뉴시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4일 공개한 지난 1일 오전 제주항에서 발견된 마약류 의심 물질.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25.11.04.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4일 공개한 지난 1일 오전 제주항에서 발견된 마약류 의심 물질. (사진=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 2025.11.04. [email protected]

◇해경 "국제공조 등 수사력 총동원"

해경은 전날 청사 대회의실에서 국가정보원, 제주경찰청, 제주도, 제주세관 등 유관기관 관계자 20여명과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수사 진행사항 공유, 대응체계 구축방안, 해안가 수색 및 예방 활동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미국 FBI(연방수사국), DEA(마약단속국)을 비롯해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국가 등 대규모 국제 수사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 간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해상 및 해안가 수색을 강화하는 등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안가에서 의심 물체를 발견했을 시 접촉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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