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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군 모든게 북에 있다"…10년째 문 닫힌 개성공단

등록 2026.02.05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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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저렴한 인건비'로 매력적인 선택지

2013년 중단되며 위기왔으나 다시 재개

박근혜 정부, 2016년 2월 10일 폐쇄 결정

입주 기업 80.0% "재가동 시 들어갈 것"

전문가 "과거 반면교사 삼아 대책 세워야"

[파주=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해 10월15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2026.02.05. hwang@newsis.com

[파주=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해 10월15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의 모습. 2026.02.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자수성가해서 20대부터 이뤘던 재산을 개성공단에 전부 두고 왔어요. 하루라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없는데 이맘때가 되면 더 많이 떠오르죠."

5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 나선 조경주(73)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북한 직원들이 눈 속에서 도자기 공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했다. 개성공단이 멈춰 선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조 회장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하다. 칠순이 넘은 조 회장의 소원은 단 하나. "하루라도 빨리 공장 가마를 돌리는 것"이란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한 개성에 조성된 공업지구로, 대표적인 남북 교류 사례이자 평화의 상징이었다.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체결을 계기로 추진됐다. 약 2년 뒤 북한이 '개성공업지구법'을 제정했고 이듬해 6월 330만㎡(약 100만평) 규모의 1단계 공사가 본격 개시됐다.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인건비까지 저렴했던 개성공단은 국내 중소기업들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북한경제리뷰를 보면 2010년 8월 기준 개성공단의 1인 고용 시 기업 비용 수준은 129달러였다. 이는 경쟁 대상이던 중국(368~460달러)과 베트남(151~164달러)보다 훨씬 낮았다.

시범단지 입주 공고를 본 이재철(75) 제씨콤 대표이사는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개성공단 초창기 멤버로 합류했다. 이 대표이사는 "중국보다는 우리 말이 통하는 개성으로 가면 광소재 부품 생산이나 기술 전수가 빨리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2007년 2차 분양으로 들어간 맹성근(55) DKC 대표이사도 "노무현 정부가 방송이나 신문으로 개성공단을 광고했고 마침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때문에 국내 생산이 힘든 상황이었다"며 "평균 경쟁률이 최대 수백 대 일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가 발표 나고 모두 부러워했다"고 회상했다.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인력이 합쳐진 개성공단은 2008년 누적 생산액이 5억달러를 넘기면서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상주 인원과 통행 시간을 축소하는 '12·1 조치'를 실시하거나 개성공단 관련 법규 및 계약이 무효라고 통보하는 등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2013년에는 누적 생산액이 20억달러를 돌파했다.

맹 대표이사는 "회사의 핵심 사업이었던 반도체 사업부를 개성공단에서 시작했다"며 "생산성, 품질 수준이 만족스러웠고 남한에서 1시간 거리라 고객들 요청에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고 했다.

이 대표이사도 "북한이 김일성대나 김책공대를 나온 엘리트들로 종업원을 뽑아줬다"며 "1공장 성과가 좋아서 6611㎡(2000평)의 2공장을 신설했고 1000명이 넘는 북한 직원들을 고용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정부가 대북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한 2016년 2월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젼에서 관련 뉴스 속보가 보도되고 있다. 2026.02.05.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정부가 대북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한 2016년 2월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텔레비젼에서 관련 뉴스 속보가 보도되고 있다. 2026.02.05. [email protected]

하지만 북한이 2013년 4월 8일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첫 위기가 찾아왔다. 맹 대표이사는 "거의 1년 동안 주문을 못 받았지만 북한 사회는 해고 요건이 까다로웠고 노동력도 구하기 어려워서 최대한 끌고 갔다"며 "북한 종업원 2400명의 월급이나 식비를 전부 챙겼다"고 밝혔다.

다행히 같은 해 9월 재가동됐고 2014년에는 개성공단에 독일 기업의 영업점이 설치되는 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것처럼 보였다.

수년 주기로 반복되던 '밀당' 관계에 종지부가 찍힌 것은 2016년 2월 10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외줄타기 동거'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 대표이사는 "발표 3일 전에 통일부에서 회의가 있다고 불렀는데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하더라"며 "설 연휴 기간이고 해서 일주일이라도 여유를 달라고 했지만 차 1대, 사람 1명만 올라가라고 했다. 막상 개성공단에 가니까 북한에서 실은 걸 전부 뺏어서 결국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조 회장도 "공장을 짓는데 160억원이 들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며 "남한에서 파견갔던 우리 직원들 용돈이나 가방 같은 소지품도 못 챙겼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2004년부터 12년간 124개 기업이 32억3000만달러를 창출하고 5만4000명의 고용 효과를 일으킨 개성공단은 허무하게 문을 닫았다. 협회가 추산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피해액은 1조5000억원이지만 이들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은 약 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및 남북경협 복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역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들과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2.0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및 남북경협 복원 촉구 기자회견에서 역대 개성공단기업협회장들과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02.05. [email protected]


뒤이어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9·19 남북군사합의'가 도출되는 등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으나 개성공단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특히 조 회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아무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었다"며 "이때 찬스를 놓친 게 제일 억울하다"고 털어놨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희망의 끈이 사라지나 싶었지만 이재명 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정동영 장관이 임명되면서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개성공단 사업을 이끈 경험이 있다. 취임 후 줄곧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피력한 정 장관은 지난해 10월 역대 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관련 사항을 심도있게 논의한 바 있다.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 80.0%는 재가동 시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인력 공백이나 기계 노후화 문제가 생기고 있어 아쉽지만 남북 관계가 좋아져서 하루라도 빨리 가서 공장을 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으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재개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개성공단으로 남북 모두가 유무형의 엄청난 이익을 얻었지만, 문을 닫기는 쉬워도 열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북미 대화, 남북 대화, 북일 대화는 필수 코스가 될 것"이라며 "특히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 제재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과거 정부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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