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 땐 '녹음 합법화' 발의…"안전 장치" vs "통합교육 붕괴"
김예지 의원, 대화 녹음 허용 관련 법안 발의
"무제한 허용 아냐…가해자 그냥 두면 안돼"
"장애학생, 통합학급 기피 현상 심화될수도"
![[수원=뉴시스] 웹툰작가 주호민이 지난해 2월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 2024.02.01.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2/01/NISI20240201_0020216921_web.jpg?rnd=20240201121300)
[수원=뉴시스] 웹툰작가 주호민이 지난해 2월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공동취재) 2024.0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학대가 의심될 때 녹음을 허용하고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도록 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는 입장과 통합교육 등이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4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학대가 실행 중이거나 실행됐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제3자의 대화 녹음 허용 ▲녹음한 내용의 증거 능력 인정 ▲학대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가족 등 제3자가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명확화 등이 핵심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장애인의 경우 학대를 당했더라도 의사표현을 충분히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잘 알려진 게 유명 웹툰작가인 주호민씨 사건이다. 주씨는 자녀가 학대를 당한다고 생각해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소송을 했는데 1심에서는 아동학대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불법 녹음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이 나왔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
김예지 의원은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처럼 스스로 학대를 인식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이 규정은 오히려 학대행위를 은폐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며 "구조적 취약성을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형태든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애계에서는 대체로 환영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인 박경인 한국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아기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시설에서 살면서 죽고 싶은 만큼 힘든 학대를 당한 적이 많고 동생들이 심하게 맞는 것도 자주 봤다. 만약 그때 우리의 상황을 알리는 방법이 있었다면 학대가 빨리 끝났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하는 힘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가 발달장애인의 말을 신뢰하고 믿어줬다면, 꼭 말이 아니더라도 몸으로 하는 표현을 주의 깊게 살피고 변화를 알아챘더라면 녹음기와 같은 기계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무제한 녹음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오로지 학대 정황과 관련해 엄격한 범위 안에서만 예외를 두자는 것"이라며 "명백한 학대 행위를 하면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빠져 나가는 일부 가해자를 그냥 두지 말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단 녹음을 허용하면 통합교육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교육현장을 생각하지 않은 유감스러운 처사"라며 "장애가 있으면 마치 자기 변호도 못하는 무능력한 아이로 비춰지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애학생에 대해 예외를 허용하면 '쟤 옆에 가면 목소리 녹음될 수 있어, 가지마'라는 분위기가 교실에 확산될 게 자명하다"며 "지금도 통합학급이 기피되는 게 현실인데,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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