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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같이 그려요" 12·29참사 희생자 딸 곁으로

등록 2025.11.25 13:08:45수정 2025.11.25 13: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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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딸 떠나보낸 화가 김경학 선생, 장례 미사 거행

자식 잃은 비통함에 3개월 두문불출…"딸만 알던 아빠"

병마와 싸우면서도 참사 유족 보듬고 진상 규명 '앞장'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의 유족과 지인들이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성당에서 김 선생의 장례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작가는 12·29 기억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숨은 리더로 활동했다. 2025.11.25. lhh@newsis.com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의 유족과 지인들이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성당에서 김 선생의 장례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작가는 12·29 기억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숨은 리더로 활동했다. 2025.11.25. [email protected]

[나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지금쯤 딸과 함께 하늘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요…"

12·29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를 한 달여 앞둔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성암성당.

이날 성당에선 지난해 12·29 참사로 딸을 잃은 화가 고(故) 김경학 선생의 장례 미사가 엄수됐다.

고요했던 시골 마을의 조그마한 성당에는 김 선생의 유족과 지인,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 회원들이 모였다.

김 선생의 장례 미사가 거행되자 하늘도 함께 슬퍼하듯, 거센 바람이 불며 눈물 같은 비가 쏟아졌다.

유족과 신자들은 성당 내 김 선생의 위패를 하염없이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고 흐르는 눈물을 참아봤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추모사가 낭독되자 성당 안은 고요해 졌다. 유족들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물을 참아내다 이내 왈칵 쏟아냈으며,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냈다.

김 선생은 작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당시 금쪽같은 딸을 떠나보내야 했다.

김 선생의 딸은 부부 동반 태국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무후무한 참사로 허망하게 먼저 떠났다.

그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비통함에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3개월 간 슬픔에 잠겨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몸을 일으켜 세운 김 선생은 딸의 원통함을 조금이나마 씻어주기 위해 나섰다.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유가족협의회 활동에 앞장섰다.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그는 최근까지 서울과 전남도청, 전남경찰청, 광주 송정역, 5·18민주광장 등지에서 참사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촉구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한 수녀가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성당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의 장례미사에 참석해 오열하고 있다. 김 작가는 12·29 기억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숨은 리더로 활동했다. 2025.11.24. lhh@newsis.com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한 수녀가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성당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의 장례미사에 참석해 오열하고 있다. 김 작가는 12·29 기억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숨은 리더로 활동했다. 2025.11.24. [email protected]


그는 다른 유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미술 치유 활동도 펼쳤다.

김 선생은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내 구호 쉘터에서 다른 참사 유가족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거나 가르치기도 했다. 미술로서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그가 1년 가까이 유가족 수십 명과 함께 그린 그림들은 참사 1주기인 다음 달 말 무안공항 내에 전시도 앞두고 있다.

김 선생은 매주 일요일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참사 유가족들과 신앙생활을 함께 했고, 음악을 전공한 아들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공연을 선보이며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극적인 참사를 극복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려는 마음에 비해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암 투병 중이던 그는 병세가 꾸준히 악화됐고 지난 23일 결국 딸의 곁으로 떠났다.

김 선생의 아내 임정임씨는 "남편은 생전 항상 밝은 사람이었다.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으며 딸이 떠나게 된 사고의 진실 규명을 위해 하루하루 싸워왔다"며 "일평생 딸만 바라보며 살아던 남편이 하늘에선 꼭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나명례씨는 "함께 아픔을 이겨내는 입장에서 다른 유족에게 무언가를 베푼다는 것이 버거웠을 것이다. 많은 유족들이 김 선생님 덕분에 삶의 희망을 찾고 큰 힘을 얻었다"며 슬퍼했다.

또 다른 참사 유족은 "엊그제만 해도 제 인물화를 그려주셨고, 꼭 연말에 전시해주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갑작스런 비보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도 참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더 이상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의 유족과 지인들이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김 작가는 12·29 기억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숨은 리더로 활동했다. 2025.11.25. lhh@newsis.com

[나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의 유족과 지인들이 2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노안면 금암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김 작가는 12·29 기억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숨은 리더로 활동했다. 2025.11.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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