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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통화 뒤 日에 '톤 조절' 조언한 트럼프…미일 동맹 불안으로 번지나

등록 2025.11.28 11:48:23수정 2025.11.28 12: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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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트럼프, 다카이치에 대만 발언 자제 권고"

日언론 "정치권, '미·일 동맹도 흔들릴라' 우려"

[도쿄=AP/뉴시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5.11.27.

[도쿄=AP/뉴시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5.11.27.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우호적 분위기를 강조했던 25일 미일 정상 간 전화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는 대만 관련 발언의 톤을 조절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중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동맹국 일본을 공개적으로 감싸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이번 중일 갈등이 미·일 관계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8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다카이치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으로 '떠들썩하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중국 측 도발에 편승하지 말고 미일이 협력해 사태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받은 것은 아니며 중국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고 담담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을 지지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미·일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전화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에게 대만 관련 발언의 톤을 낮추는 편이 좋겠다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WSJ 보도처럼 다카이치 총리에게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취지의 강한 조언을 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일 갈등 확대에 반대하고 일본에 사태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 정도는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중·일 갈등을 넘어 그간 '철벽'으로 여겨져 온 미·일 관계에도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에 "사태가 심각해지면 아베 정권 때부터 쌓아 온 견고한 미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을 공개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은 점은 일본 측에 타격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베이징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 정부의 계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시기에 중·일 갈등이 미·중 관계로 비화해 무역 협상이 흔들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일본 정부는 그동안 25일 미·일 정상 통화가 '우호적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통화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극히 친한 친구이니 언제라도 전화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소개하면서도, 대만 문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는 "회담 내용은 외교상의 대화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했다.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전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 대해 "외교적 대화"라는 표현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피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WSJ가 전한 "중국 정부를 도발하지 않도록 조언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은 없다"고 보도의 일부를 부인했다.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끝내 논평을 삼갔다.

정치권 내 위기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중일 갈등은 좀처럼 수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철회하지 못하는 구조적 이유도 짚었다.

우선 답변을 거둬들일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위기 사태' 판단 범위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실제 대만 유사 상황에서 이를 존립위기 사태로 인정해 미일 안보 협력을 가동하려 할 때 법적·정치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정치 계산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답변을 철회할 경우 '중국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보수층 지지가 이탈하고, 정권 기반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대중 강경파이자 친대만 성향으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관련 발언을 쉽게 거둬들이기 어려운 배경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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