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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생활 돕는 보조견…"그냥 지나가는 사람처럼 봐주세요"[당신 옆 장애인]

등록 2025.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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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삭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장 인터뷰

청각·지체 등 보조견 양성…약 400마리 분양

"보조견 만나 일상 바뀌는 모습에 큰 보람"

소형견·중형견 인식 부족…차별 사례 많아

출입 거부 금지…"특이하게 보지 말아달라"

[서울=뉴시스] 이이삭 現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장(왼쪽)과 이형구 前 협회장(오른쪽). (사진=협회 제공) 2025. 12. 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이삭 現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장(왼쪽)과 이형구 前 협회장(오른쪽). (사진=협회 제공) 2025. 12. 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그냥 지나가는 사람처럼 여겨주시면 됩니다. 특별히 더 신경 쓰지도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요. 그럼 차별도 없을 겁니다."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시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협회)에서 만난 이이삭(40) 협회장은 장애인보조견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협회는 국내에서 장애인보조견 전문훈련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은 2곳 중 한 곳이다. 청각·지체·치료·뇌전증 보조견을 양성하는 기관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1992년 '이삭도우미개학교'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협회는 2023년 말까지 376마리의 장애인보조견을 무상으로 장애인들에게 분양했다. 작년과 올해에도 스무 마리가 좀 넘는 보조견을 장애인들의 곁으로 보냈다.

장애인보조견들은 일상생활에서 주인의 눈과 귀, 손이 된다. 주인에게 길을 안내하고 장애물을 피하거나(시각), 뒤에서 차가 오는 걸 알려주고(청각),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는(지체) 역할을 한다. 중증 정신 장애인들과 상호작용하며 사회화를 돕기도 한다.

뇌전증 장애인을 발작으로부터 보호하는 보조견도 있다. 협회에서 작년 국내 처음으로 3마리를 분양했다.

이 협회장은 "뇌전증 지원센터에서 의뢰를 주셔서 해외 사례를 참고해 훈련 과정을 개발했다"며 "발작이 일어나는 순간 다치거나 호흡이 막히지 않도록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장애인보조견은 장애인에게 좀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케 한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있는데, 옆에 있는 보조견 덕에 혼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협회장은 시각장애인의 경우를 예로 들며 "(보조견이 있으면) 날이 덥든 춥든 내가 밖에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보조 없이) 온전히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초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보조견 분양 후) 칩거했던 분이 문밖으로 나오고, 지각을 안 하기 시작하고, 혼자 뭔가를 하기 시작한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그분들의 인생이 점점 바뀌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큼 큰 보람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 장애인보조견 훈련 중인 모습. (사진=협회 제공) 2025. 12. 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서 장애인보조견 훈련 중인 모습. (사진=협회 제공) 2025. 12. 6.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장애인보조견은 주인에겐 안전한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든든한 동반자지만 아직 이들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탓에 곤란한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식당과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 이용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예쁘다며 만지거나 먹을 것을 주는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청각 및 지체 장애인보조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떨어진다. 이들 보조견은 주로 소형견과 중형견이 많은데, 다른 보조견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는 출입을 거부해선 안 된다.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역시 비교적 잘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외에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협회에 따르면 골든 두들(골든 리트리버와 스탠다드 푸들을 교잡한 종)이라는 견종도 안내견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협회장은 "장애인을 특별한 사람이 아닌 비장애인과 같은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처럼 장애인 보조견도 특이하게 보지 말아달라. 지나가는 사람처럼 대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협회는 작년부터 복지부와 경기도로부터 받던 보조금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업을 축소했다. 직원들의 인건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조금 중 사료비의 일부를 인건비와 운영비로 전용해 사용한 게 화근이 됐다고 한다.

그 결과 작년 4명의 훈련사가 협회를 떠났고 현재 이 협회장과 그의 부친인 이형구 전임 협회장만이 남았다. 인근 미군 부대 군인들의 개들을 대상으로 일반훈련을 하거나 데이케어(주간 보호)를 하면서 얻은 수익금으로 협회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이 협회장은 밝혔다.

이 협회장은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 크다"면서도 "저희 개들로 인해서 장애인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아직 버티고 있다. 꼭 저희가 아니더라도 장애인보조견들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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