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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엄빠①]"정부가 선지급금 주는데 내가 양육비를 왜 줘?"

등록 2026.01.10 07:00:00수정 2026.01.10 08: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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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70% 양육비 한 번도 못 받아

뉴시스, 40대 여성 2명 섭외해 인터뷰

"양육비 달라해도 '안 주면 그만' 남편"

"1달에 생활비 500만…아이 학원 관둬"

月20만원 선지급제…"충분한 금액 아냐"

"선지급금 받는데 양육비 왜 주냐는 남편"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전 남편이 3년 동안 양육비를 한 번도 안줬어요. 아이 셋 키우는데 두 명은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어요."

"양육비를 안 주니 생계가 어려워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땐 급하게 대출을 받아야 했죠."

지난해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10명 중 7명이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이에 뉴시스는 이혼한 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40대 여성 2명과 인터뷰를 진행해 양육비 미지급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봤다.

자녀 셋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됐다. 아이 1명당 100만원씩 양육비를 받기로 했으나 A씨의 전 남편은 이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이달까지 1억원이 넘는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은 셈이다.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한 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강제로라도 받으려고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전 남편이 사업을 하는데 사업자명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해놓고 월급도 통장으로 받지 않는 등 지급을 회피했다"며 "제가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육비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성평등부는 출국금지, 면허정지. 명단공개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으나, "남편이 안 주고 버티면 그만"이라는 게 A씨의 불만이다.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생활비가 한 달에 500만원을 초과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을 하고 있지만 양육비를 받지 못한 탓에 첫째를 제외한 2명은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어야 했다.

아이 넷 엄마 B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B씨는 한 달에 100만원씩 양육비를 받기로 했으나 3년 동안 전 남편이 법원의 판결을 따른 것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B씨는 "혼자 아무리 많이 벌어도 200만원 이상은 힘든데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에 너무 빠듯하다"고 했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을 가면 급하게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충당하곤 했다.

고등학생 1명, 중학생 2명, 초등학생 1명을 키우고 있는 B씨는 "교육비도 교육비인데 아이들 밥 먹는데 돈이 정말 많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를 직접 키우는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냥 감옥 다녀오면 돼', '며칠만 갔다오면 돼' 이런식으로 버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7.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 중구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선지급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7.01. [email protected]

이런 어려움을 겪는 A씨와 B씨는 현재 국가로부터 양육비를 받고 있다. 성평등부가 운영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통해서다.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인 양육비 채권자가 양육비 이행확보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인정되면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선지급제가 의미는 있으나 액수가 충분하진 않다는 점엔 공감했다.

A씨는 "양육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B씨는 "물가 상승을 좀 더 반영해서 액수가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 연령에 따라 실제 양육비 수준을 고려해 금액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지급금이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만 지원된다는 점이 문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A씨는 지금보다 아이가 대학생이 될 때가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대학생은 자취도 해야하고 식비도 많이 들텐데 그런 부분은 아직 막연하다"고 했다.

이들은 정당한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게 법적인 제재도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육비 이행을 신청하기 위해 법원을 찾은 B씨는 남편이 오히려 화를 냈다고 했다.

"어차피 선지급금을 받고 있는데 내가 왜 너한테 줘야 되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편 성평등부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들은 자녀 1인당 월 평균 58만2500원의 양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66만원에 달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71%는 양육비 선지급제도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이후 지난해 7월 1일부터 선지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11월 기준 5963가구가 선지급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54억5000만원이 선지급됐고 이달부터 회수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열린 양육비 선지급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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