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바꾼 강의실…대학가 문해력 현주소[사유의 위기①]
두꺼운 전공 서적 대신 클로바노트, 챗GPT 의존
요약 익숙해진 대학가… 깊이 읽기가 사라졌다
편리함 뒤에 남은 문해력 공백…교수들도 '고민'
![[시카고=AP/뉴시스] 챗GPT 접속 화면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2.14.](https://img1.newsis.com/2026/01/29/NISI20260129_0002050974_web.jpg?rnd=20260129014803)
[시카고=AP/뉴시스] 챗GPT 접속 화면 모습. (사진=뉴시스DB) 2026.02.14.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강의실 풍경을 바꾸고 있다. 강의 녹취로 수업을 요약하고 논문 PDF를 통째로 업로드해 핵심만 뽑아 읽으며, AI가 작성한 답변을 과제로 제출한다. 두꺼운 전공 서적과 씨름하며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던 노력을 AI가 대신한다.
실제 대학 강의실에서도 "학생들이 텍스트를 끝까지 읽지 않는다", "질문 수준이 요약본에 머문다"는 증언이 나온다. 학생들 역시 "AI 없이는 수업 따라가기 힘들다"면서도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효율성을 앞세운 기술의 진보 이면에 대학생들의 문해력과 맥락 이해 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요약본이 삼킨 전공 서적… "원문 읽기 답답해요"
현씨는 "요즘 특히 AI 요약에 먼저 의존하는 것 같다. 영어 논문은 문단마다 번역해서, 긴 글보다는 짧게 핵심 요약으로 처리하게 된다"며 "핵심 내용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일단 AI에 넣어보고 결정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최모(23)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AI의 요약을 읽고 원문을 보는 것이 습관화되다 보니, 혼자서 전부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답답함과 막막함을 느낀다. 종이책으로 수업하려는 교수에게 전공 서적을 PDF 파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원문을 디지털 텍스트로 변환해 AI에 입력할 수 없는 환경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장벽이 된 셈이다.
최씨는 "과제, 시험 방향을 잡아달라거나 예상 문제까지 뽑아보라고 시킨다"며 "수업 내용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쓰라는 과제는 귀찮아서 AI한테 맡긴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AI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생긴 변화를 체감했다. 현씨는 "생소한 교재 내용을 직접 이해해 보려고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내용이나 용어 설명을 AI에게 맡긴다"며 "아무런 검증이나 생각 없이 AI가 준 것을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면 문해력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AI가 제공하는 요약 정보가 항상 정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학생들은 AI가 숫자나 구체적인 장소, 수학 공식을 틀리게 말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지어내는 현상을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AI에 의존하고 있었다.
최씨는 "챗GPT에 논문 PDF 파일을 요약했는데 검증해 보니 원문에는 없는 내용을 추가하거나 다르게 설명한 경우가 많았다"며 "프롬프트에 부정확한 정보, 추측에 의한 정보는 제거해 달라고 했지만 여과되지 않았다"고 했다.
부산 소재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중인 김모(21)씨도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이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일 경우 AI의 답변을 그대로 믿었다"며 "맹목적으로 답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문해력과 사고력이 장기적으로 저하돼 사고력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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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과제 퀄리티는 올라갔지만…문제 해결 능력 퇴보"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AI를 활용해 그대로 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글을 읽거나 써서 고민해서 내놓지 않고 단순히 AI의 답변을 편집해서 갖다 붙이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인문학 교육 현장에서도 고민은 깊다. 김선희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처럼 읽기가 곧 사유로 연결되는 전공에서는 요약 정보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텍스트의 물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번 학기부터 학습 자료를 종이 유인물로 나누어줄 계획"이라며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즉각적인 이해와 복합적인 판단 능력을 훈련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AI를 보조 도구로 잘 활용하는 학생들의 성적이 오히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이를 좋은 방향으로 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통적 의미의 문해력 변화에 대해 과거라고 해서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시대에 맞는 도구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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