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은 그림이 색채는 악보가 되다…'작은 거인' 김수철 '소리그림'
올해 가수 데뷔 49주년 맞는 '작은 거인'
30년 그림 그리다 화가로 정식 데뷔
14일부터 예술의전당서 첫 개인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수철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소리그림' 50년 작업 첫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2.1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13/NISI20260213_0021168292_web.jpg?rnd=20260213112905)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수철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소리그림' 50년 작업 첫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2.13. [email protected]
가요 솔로 정규 9집 '난 어디로'(1991) 이후 33년 만인 지난해 솔로 10집 '너는 어디에'를 발매한 김수철은 해당 음반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붓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이번에는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보는 소리 '소리그림'(14일~3월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 2전시실)이다.
김수철은 대중적 감각이 있음에도, 스스로 대중성을 멀리했다. 영화 '고래사냥'의 주제곡 '나도야 간다', 대중의 한을 달랜 '못다핀 꽃 한송이',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OST '치키치키 차카차카', 불멸의 응원가 '젊은 그대' 등 그는 마음만 먹으면 히트곡을 쏟아낼 수 있는 벼락 같은 '음악 천재' 반열에 올랐었다.
하지만 '탈'로 자신의 독자 장르인 기타 산조의 기반을 닦았고, '별리(別離)'는 김수철의 머나먼 '국악 항해'의 닻을 확실히 올렸다. 이후 실험과 파격에 대중화를 더하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황천길' '불림소리' '팔만대장경' 같은 국악 앨범은 난해하기보다 국악에 대한 그의 확실한 견해였고, 우리음악에 묵직함을 더했다. 김수철이 참여한 영화 '서편제' OST는 무려 100만장 이상 팔렸다. '서편제'에 출연한 고(故) 안성기 추천으로 맡은 '고래사냥' 주인공 '병태'는 그 자체였다.
자화상, 색채 수묵화 등을 선보이는 이번 첫 개인전도 음악가의 단순한 외도가 아니다. 50년 넘은 낡은 집, 단 두 평 남짓한 부엌 복도에서 아크릴 물감 냄새와 사투하며 길어 올린 30년 은닉의 결과물이다. 누군가 화려한 조명 아래 술잔을 기울일 때, 그는 보이지 않는 '소리의 뼈'를 발라내어 캔버스라는 차가운 바닥 위에 정교하게 뉘어 놓는 필사적인 노동을 이어왔다. 지독한 편두통을 유발할 만큼 지독했던 그 30년의 기록 160여 점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이번 김수철의 전시에 대해 "기술 문명의 극단에서 예술의 가장 근원적인 시공간으로 회귀하는 '원점으로의 여정'"이라며 "소리와 색채가 미분화된 상태의 원초적 생명력을 인간의 희로애락과 우주적 고요라는 다층적 층위로 복원해낸 '소리-회화적 철학'의 정수"라고 평했다.
다음은 김수철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그는 음악과 그림이 결국 '나'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다른 열매일 뿐이라고 말하는 작가였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수철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소리그림' 50년 작업 첫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2.1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13/NISI20260213_0021168287_web.jpg?rnd=20260213112905)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수철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소리그림' 50년 작업 첫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2.13. [email protected]
"제 그림은 제가 평소에 '들리는 소리'를 그린 것입니다. 그렇기에 형태가 아주 다양하게 표출돼 있죠.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염두에 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색의 조화, 색의 에너지, 그리고 저에게 들리는 소리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보시는 그림은 이 세 가지를 느끼면서 그린 결과물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음악'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에게 들리는 소리, 제가 만나는 소리들… 이를테면 봄이 오는 새싹의 소리, 무언가 충돌하는 소리, 우리가 살아가는 소리 그 자체를 이미지화하고 그림화시킨 것이 오늘 보실 그림들의 결말입니다."
-오랫동안 음악가로 사셨는데, 음악과 그림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저는 음악을 특정 장르로 국한해서 작업해오지 않았습니다. 영상에 의한 소리, 움직임에 의한 소리, 무용이나 빛의 조화로운 소리 등 행사 음악을 포함해 늘 '생소리'를 기본으로 작곡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음악과 그림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 뿌리가 같습니다. 그런 소리의 느낌을 이미지로 그린 것이 오늘 보시는 그림들입니다. 음악 장르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제가 살면서 들어온 소리, 살면서 느낀 소리들을 그림화한 것이죠. 결국 '나'라는 사람이 뿌리이기 때문에 소리로 표현하면 작곡과 음악이 되는 것이고, 그림으로 표현하면 지금 보시는 작품들이 되는 것입니다."
-작품의 재료가 독특해 보입니다. 어떤 재료를 쓰셨고, 작업 과정은 어떠했나요?
"처음에는 물감을 무작위로 선택해서 썼습니다. 제가 50년 넘은 오래된 집에 살고 있어서 냄새 때문에 유화를 그릴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주로 아크릴을 씁니다.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오다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쓰며 작업하다 보니 이런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아크릴로 유화의 효과를 내려고 애쓴 작품도 많은데, 다행히 제가 원하는 대로 표현이 잘 되어서 '유화나 아크릴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음악에 빠지면서 그림을 멀리하게 됐죠. 대학교 때부터 다시 그림을 좋아해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일기를 계속 썼습니다. 처음엔 서술형으로 쓰다가 어느 날부턴 단어만 쓰게 됐고, 나중엔 '그림이 더 편하구나' 싶어 그림 일기를 30년 넘게 그려왔습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화폭이 늘어나 200여 점 정도를 그렸습니다. 두 평 남짓한 부엌 복도에서 그렸죠. 저는 한 번 좋아하면 놓치지 않는 성격이라, 그렇게 30년 넘게 이어왔어요."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수철(왼쪽)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소리그림' 50년 작업 첫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2.1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13/NISI20260213_0021168291_web.jpg?rnd=20260213112905)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김수철(왼쪽)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소리그림' 50년 작업 첫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2.13. [email protected]
"집에 그림이 너무 많아지니 물감 냄새 때문에 편두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집에 그림이 가득 차서 물감 냄새가 진동을 하니까요. 그걸 본 아는 후배가 차라리 밖으로 내놓는 게 낫겠다고 해서 서울 외곽에 그림 보관할 곳을 찾았습니다. 그림을 옮기면서 저도 제가 이렇게 많이 그린 줄 그제야 알았습니다. 여러 이유로 전문가 후배들이 그림 사진을 찍게 됐는데, 사진을 찍던 후배들이 이건 꼭 전시를 해야 한다고 강권하더군요. 이게 지난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시 장소로 미술관(예술의전당)을 택한 이유는, 제가 보시다시피 비현실적이고 계산을 잘 못 합니다. 일반 갤러리에 가려면 돈 계산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잘 모르기도 하고요. 하하. 무엇보다 제 그림 중에 대작이 많아서 이 정도 크기를 수용할 곳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예술의전당에 왔는데, 직접 와보니 마치 재벌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자금을 들여 이곳을 택했습니다. 미술계 베테랑인 오래된 후배들이 전문가로서 도와준 덕분에 오늘의 전시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봐주길 바라시나요?
"그림을 보면 '아, 김수철이구나' 하는 느낌, 바로 그것입니다. 이번이 첫 전시니 작가로서 데뷔를 한 셈인데, 오늘은 정말 '김수철다운' 그림만 보게 되실 겁니다. 이제 데뷔를 했으니 취미가 아니라 본격적인 작업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전시를 계속하며 제 그림의 변천사를 보여드릴 텐데, 어떤 건 '진짜 김수철이네' 싶을 것이고, 어떤 건 엉뚱하거나 '이게 김수철 그림이란 말이야?' 싶은 다양함이 있을 겁니다. 오늘 전시에서 '김수철 같은 그림'이란 무엇인지 충분히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