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日 쇼와 국민 아이돌에 응답한 韓 Z세대…'푸른산호초' 마쓰다 세이코, 현재진행형

등록 2026.02.23 05:50: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데뷔 46년 만에 첫 내한공연…현장 리뷰

아이돌스러움 잃지 않은 천생 아이돌

한국어 열심히 공부한 흔적 곳곳…"순두부찌개·비빔밥 좋아해"

절반 이상 日 관객…韓 10~30대 관객도 상당수

[서울=뉴시스] 마쓰다 세이코. (사진 = 유튜브 캡처) 2024.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마쓰다 세이코. (사진 = 유튜브 캡처) 2024.06.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영종도(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요"(あ- 私の戀は南の風に乘って走るわ)

남풍(南風)을 타고 온 일본 '원조 국민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64)가 대표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로 데뷔 46년 만에 첫 내한공연의 포문을 열자, 2026년 영종도는 단숨에 1980년 쇼와 시대의 찬란했던 어느 여름날로 변했다. 한일 양국의 남녀노소 관객들은 콘서트 시작부터 기립하며 떼창했다.

지난 22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마츠다 세이코 45주년 기념 콘서트 투어 – 싱!싱!싱! 인 코리아'는 단순한 내한공연을 넘어, 한일 양국의 대중음악사가 어떻게 교차하고 또 농축돼 왔는지를 증명하는 거대한 타임캡슐이었다.

세대를 초월한 접점, 그리고 하니가 쏘아 올린 '남풍'

객석의 풍경부터가 경이로웠다. 일본에서 바다를 건너온 열성 팬클럽 회원들이 절반 이상을 채웠다.

놀(Nol) 티켓의 예매 통계는 국내 관객 분포 현상의 핵심을 찌른다. 10대 4.5%, 20대 27.3%, 30대 28%로, 10~30대 젊은 층이 무려 59.8%에 달했다(40대 19.9%, 50대 17.3%).

이토록 한국의 젊은 세대가 80년대 일본 아이돌에게 열광하게 된 결정적 계기에는 그룹 '뉴진스(NewJeans)'의 하니가 있다. 하니는 지난 2024년 6월 일본 도쿄돔에서 펼쳐진 뉴진스 현지 첫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에서 이 곡을 커버했다.

한일 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된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일본 경제부흥의 절정이었던 쇼와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현지 국민 아이돌에 대한 향수, 복고를 신선하게 여기는 한일 Z세대, 새로운 음악을 찾는 타국의 음악 팬들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줬다. 베트남·호주 이중국적을 지닌 하니가 한국을 기반으로 삼는 K-팝 아이돌 자격으로, 일본어 곡을 부르는 모습은 음악엔 국경이 없다는 인식도 새삼 심어줬다.

여기에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 이른바 '해적판' 테이프를 통해 세이코의 음악을 남몰래 향유했던 4050 세대의 묵은 갈증이 더해지며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축제의 장이 됐다.
[도쿄=뉴시스]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 멤버 하니가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에서 1980년대 일본 국민 아이돌로 통한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어도어 제공) 2024.06.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 멤버 하니가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에서 1980년대 일본 국민 아이돌로 통한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어도어 제공) 2024.06.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청춘의 아이콘, 대중문화의 거대한 텍스트

마쓰다 세이코는 1970년대를 주름잡던 야마구치 모모에가 은퇴한 1980년, '맨발의 계절'로 데뷔하며 그 빈자리를 완벽히 채운 역사의 산증인이다. 층을 내어 뒤로 넘긴 단발머리인 이른바 '세이코짱 컷'은 당대 아시아 소녀들의 절대적인 유행표지였다.

그녀의 존재는 한국 대중문화 팬들에게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H2' '러프' 등으로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보유한 일본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의 또 다른 명작 '터치'의 여주인공 아사쿠라 미나미는 세이코를 오마주한 캐릭터로, 이름부터 남(南)쪽에서 따왔고 그녀 부친의 카페 이름 역시 '남풍(南風)'이다.

또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에서 조난당해 죽어가는 후지이 이츠키(男)가 마지막 순간까지 흥얼거린 노래 역시 '푸른 산호초'였다. 남쪽 고베에 사는 자신이 북쪽 오타루에 사는 첫사랑 후지이 이츠키(女)를 그리워하며 부른 이 노래는, 마쓰다 세이코가 곧 '첫사랑의 순정'을 뜻하는 대명사임을 각인시켰다.

45주년의 내공, 여전히 낭창낭창한 '천생 아이돌'

이날 공연은 왜 그녀가 45년이 넘도록 '영원한 아이돌'로 불리는지, 왜 그토록 공연 시작 전부터 "세이코짱!"을 외치는 전문화된 팬덤이 그녀를 따르는지를 증명하는 2시간의 완벽한 동화였다.

브라스가 섞인 밴드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목소리는 변함없는 캔디 보이스였다.

첫 곡 '푸른 산호초'로 시작해 '해변의 발코니(渚のバルコニー)', '비밀의 화원(秘密の花園)'으로 이어지는 오프닝은 관객의 숨을 멎게 했다. 우아한 의상을 입고 낭창낭창하게 무대를 누비는 그녀의 균형 감각과 라이브 밴드의 고전적인 연출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뉴시스] 일본 전설의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 첫 내한 콘서트. (사진 = 인스파이어 제공) 2025.1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일본 전설의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 첫 내한 콘서트. (사진 = 인스파이어 제공) 2025.11.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전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시간의 나라의 앨리스(時間の国のアリス)'에서는 파워풀한 드럼 실력을, '체리 블로섬(チェリーブラッサム)'에서는 직접 일렉 기타를 메고 연주하며 '공주님' 이미지 이면의 단단한 음악적 내공을 뽐냈다.

어쿠스틱 코너에선 팬들이 일제히 붉은 스위트피 조화를 흔드는 가운데 울려 퍼진 '빨간 스위트피(赤いスイートピー)'는 장관이었다.

막판엔 환희의 메들리가 울려 퍼졌다. 45주년 기념 케이크 모양의 무대 장치를 타고 등장한 데 이어 '록큰 루즈(Rock n Rouge)'에 이어 '맨발의 계절(裸足の季節)', '하얀파라솔(白いパラソル)' 등으로 이어진 구성은 80년대 일본 대중음악의 정수였다. 앙코르 전 본 공연의 마지막 곡 '여름의 문(夏の扉)'에서 관객 전원이 기립해 "프레시! 프레시! 프레시!(Fresh! Fresh! Fresh!)"를 외치는 순간은 공연의 백미였다.

"순두부찌개 좋아해요"…진심이 닿은 한국어

"여러분, 안녕하세요. 마쓰다 세이코입니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하는 콘서트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일본에서 와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노래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공연 초반 마쓰다 세이코가 긴 한국어로 이렇게 인사하자 객석에선 큰 환호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관객을 감동시킨 것은 마쓰다 세이코의 태도였다. 전문 통역사가 무대에 올랐지만, 그녀는 되도록 준비해 온 한국어로 토크를 직접 소화했다.

"한국 정말 멋져요. 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음식 맛있어서 최고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 음식 정말 좋아해요. 예를 들면 순두부찌개, 비빔밥!"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 맹연습한 흔적이 역력한 그녀의 더듬거리는, 그러나 진심 어린 한국어 인사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도 꼭 제 곡을 들어 주세요.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강하세요"라는 앙코르곡('素敵にOnce Again', '大切なあなた') 무대에서의 마지막 인사는 46년을 기다려온 한국 팬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인천=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마쓰다 세이코 첫 내한공연 현장. 2026.02.22. realpaper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마쓰다 세이코 첫 내한공연 현장. 2026.0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아사히 신문은 전날 이번 마쓰다 세이코의 내한공연에 대해 "80년대의 아이콘이 2020년대의 감성과 만나는 기묘하고도 필연적인 조우"라면서 "한일 양국의 문화적 장벽이 높았던 시절부터, K-팝이 세계를 제패한 지금까지의 긴 시간이 겹쳐지는 자리다. 80년대 일본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세이코의 목소리는, 이제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는 '그리운 금기'의 해방을, 젊은 층에게는 '세련된 고전'의 발견을 의미한다"고 특기했다.

뉴진스 하니 등으로 인해 남자친구와 함께 마쓰다 세이코를 좋아하게 됐다는 20대 후반의 직장인 김여진 씨는 "K-팝 아이돌과 다른 일본 원조 아이돌의 내공을 느꼈다. 천생 아이돌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마쓰다 세이코 공연과 함께 한국 관광을 위해 방한했다는 일본의 중년 여성 미야마 시오리는 "우리는 늙어가는데 세이코 상은 하나도 늙지 않았다. 한국 관객과 같은 자리에서 공연을 보는 게 색달랐다"고 말했다. 마쓰다 세이코를 상징하는 분홍 옷을 입은 남성 관객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어떤 예술가에게 시간은 마모(磨耗)의 과정이 아니라 축적(蓄積)의 과정이 된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45년 전의 스텝을 밟으며 여전히 아이돌 같이 미소 짓는 마쓰다 세이코를 보며, 단지 1980년대의 화려했던 쇼와 시대를 회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돌(Idol)의 어원이 우상(偶像)이라면, 진정한 우상은 시대의 낡은 유물로 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젊음과 끊임없이 호흡하며 현재진행형의 생명력을 얻는 존재라는 걸 그녀는 깨닫게 했다.

'푸른 산호초'를 따라 부르던 그날 밤의 객석은, 나이 드는 것을 거부하는 자들의 도피처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실과 변화를 겪어낸 우리가,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풍'을 향해 달려가는 첫사랑의 순정을 간직하고 있음을 기꺼이 긍정하는 찬란한 확인의 자리였다. 나카야마 미호가 '러브레터'에서 외쳤던 안부 인사처럼, 무대 위의 세이코는 46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나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