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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3법①]법 왜곡죄…'보신 판결 우려' vs '사법 불신 해소'

등록 2026.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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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시 10년 이하 징역…부당 목적 왜곡 처벌

사법농단 때부터 거론…윤석열 구속 취소 계기

"법은 규범이라 뭐가 '왜곡'인지 불분명" 지적

법관 허위 고소 10년 새 340%↑…위축 우려돼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6인 재석 170인 찬성 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6.02.28.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296인 재석 170인 찬성 163인 반대 3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6.0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중 가장 먼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 왜곡죄 도입법(형법 개정안)'는 부당한 목적으로 법령을 비틀어 적용한 판·검사를 처벌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과거 '사법농단' 사태 때도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됐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가 도화선이 돼 입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사법 불신'의 해법이 되기 보다는 판·검사의 보신주의만 부추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수사나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고소·고발을 남발하거나, 인사권을 쥔 권력이 사법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검사,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 목적 법왜곡…10년 이하 징역

2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지난 26일 본회의를 통해 의결한 법 왜곡죄 도입 조항을 담은 형법 개정안은 정부로 이송돼 국무회의를 거쳐 관보에 게재돼 공포되는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사법 불신의 단초가 됐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나 '즉시 항고 포기' 등에 적용할 수는 없다. 소급 처벌은 금지된다. 이르면 다음달 초 법이 공포된 후 빚어지는 법 왜곡 사례부터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개정된 형법은 형사 사건을 맡은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범죄가 성립되는 구성요건이 너무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지적에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수정했고, 범위를 '형사 사건'으로 좁히는 등 표현을 손질했다.

처벌되는 법 왜곡 행위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정했다.

한국에서 법 왜곡죄 도입 논의가 처음 나온 것은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연루된 '사법농단' 사태 때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법관이 부당한 법 적용의 해석 등과 같은 일로 형사 처벌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논의가 있었지만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며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법 왜곡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가 보이고 있다. 2026.02.2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가 보이고 있다. 2026.02.28. [email protected]

당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등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했는데, 사법부 내부망인 코트넷에서도 "종래의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법 왜곡죄가 이런 극히 이례적인 법 적용 사례를 막고 사법 신뢰 회복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판·검사, 재판과 수사에서 눈치 보기 심각…직권남용 더 효과

하지만 사법부 안팎에서는 기대와 달리 '보신주의', '눈치보기'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 왜곡죄의 구성요건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 사건에 관여한 경우로 규정됐다.

그런데 수사나 재판이라는 것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이라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부당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 피해자나 고소·고발인의 입장에서 불리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대법도 앞서 국회에 보낸 형법 개정안 검토 의견서에서 "왜곡의 대상이 법이 되는 경우 법은 사실이 아니라 규범이기에 '법 왜곡'은 해석자의 관점이나 경험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법관은 헌법, 민·형사소송법 등에서 재판·직무상 독립을 인정하고 있어 법 해석 및 그 적용에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며 "재량과 법 왜곡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고 형벌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이런 주장은 판사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검사 역시도 공소제기 여부와 관련한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보완하겠다며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렸지만, 애초 법 왜곡 행위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만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재판소원 도입,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법안 등이다. (공동취재) 2026.02.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재판소원 도입,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법안 등이다. (공동취재) 2026.02.28. [email protected]

지난 25일 임시회를 마친 전국 법원장들은 "수정안을 고려해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사 결과나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의 고소·고발이 남발되기만 하고, 이를 고려한 판·검사가 적극적인 법 해석을 꺼리면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거나 전향적인 판결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4년 서울중앙지검 통계에 따르면 법관에 대한 허위 고발 건수는 127건으로 10년 전보다 340% 폭증했다. 직권남용죄 고소·고발도 2016년 4553건에서 2023년 2만7177건으로 급증했다.

오히려 대법의 판례나 법리를 깨려 시도했다가 법 왜곡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빌미를 사게 될 수 있으므로 보신주의나 보수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권의 판·검사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높다. 대법도 국회 의견서에서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의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법 불신을 부른 법 왜곡 행위로 주로 비판을 받아 온 것은 사법농단 사건이나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처럼 정치적인 쟁점이 됐던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2019년 펴낸 '형사사법 분야의 법왜곡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 보고서에서도 이른바 '권력 결탁형 사법일탈'을 방지하려면 '품위 손상' 위주로 된 법관 징계사유를 현실화하거나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게 해법이라고 봤다.

또 보고서는 "직권남용죄가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미수범 규정을 신설하고, 적용 범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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