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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과 '경찰과 도둑 놀이' 하는 까닭…"관계의 피로가 만든 역설"

등록 2026.03.30 12:29:00수정 2026.03.30 14: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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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근 당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경찰과 도둑(경도) 놀이 문화가 관계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사진=닥터프렌즈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근 당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경찰과 도둑(경도) 놀이 문화가 관계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사진=닥터프렌즈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수빈 인턴 기자 = 당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경찰과 도둑(경도) 놀이 문화가 관계 피로에 지친 사람들이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최근 의학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는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경찰과 도둑을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 같은 현상을 조명했다.

오진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원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던 이들조차 가족이나 친구들 만나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이를 '관계의 피로'로 설명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대의 감정이 깊이 전달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와 달리 관계가 끝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짚었다. 오 전문의는 "옛날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얘기를 들어줄 때 진심으로 경청해주고 집에 오면 끝났지만, 요즘은 카톡, 인스타그램으로 계속 이어져 즉각적인 반응에 대한 압박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이 같은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경도'나 '북클럽'처럼 ‘느슨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모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지금 내가 참여하는 모임의 경우, 결혼 여부를 묻거나 식사를 제안하는 등 사적인 교류 없이 정해진 시간에 모여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헤어진다"며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는 이러한 자율성이 오히려 정서적 해방감과 휴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우창윤 내과 전문의 역시 기술 발전이 관계 피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래 전화, 스마트폰, 카카오톡이 없을 때는 아무리 친한 사람이어도 회포를 풀고 헤어지면 각자의 바운더리로 돌아갔지만, 지금은 계속 이어져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며 "내 감정의 바운더리로 돌아오기 힘들어진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느슨한 연대가 관계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해 마크 그라노베터 스탠포드대 사회학과 석좌교수의 '약한 연결망'(Weak Ties) 개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오히려 좋은 일자리는 느슨한 연대를 통해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가까운 사람에게 내 얘기를 잘 털어놓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말하는 걸 보면 대나무숲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정신건강적 위기 상황에서는 강한 연대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강한 연대의 필요성이 낮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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