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짜뉴스 총력전에도 '법 미비·플랫폼 비협조' 난관
TF 수사 319건 중 65% 죄명 '기타'
"허위정보 유포 자체 처벌 규정 없어"
해외 플랫폼 협조 어려움·7월 근절법도 제재 조항 없어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달러 강제 매각설' 유포와 관련해 수사중인 사이버수사대를 찾아 허위·조작정보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2026.04.08. jt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08/NISI20260408_0021239901_web.jpg?rnd=20260408160311)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8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청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달러 강제 매각설' 유포와 관련해 수사중인 사이버수사대를 찾아 허위·조작정보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2026.04.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울산 석유 비축기지 원유 90만 배럴이 북한으로 넘어갔다." "정부가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해 개인·기업의 달러를 강제 매각시킬 것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를 틈타 이같은 근거 없는 허위정보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이 단속에 칼을 빼 들었지만 법적 근거 미비와 해외 플랫폼의 비협조라는 이중 난관에 봉착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일 '허위정보 유포 등 단속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후 이달 8일까지 총 319건을 수사 중이고 132명을 송치했다. 이 가운데 5명은 구속됐다. 중동 전쟁 관련 허위정보 524건에 대해서는 삭제·차단도 요청했다.
대응 조직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달 초 서울·경기남부·광주·경남청 등 4개 시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총 16명 규모의 사이버 분석팀을 신설해 허위정보 판별과 유포 경로 추적을 전담하도록 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4일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악의적인 허위정보 유포는 민의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라며 최초 유포자와 배후자까지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는 반란 행위나 다름없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달러 강제매각설 유포자를 직접 고발하는 등 정부 차원의 압박도 거세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인공지능(AI) 조작 허위정보에 대한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경찰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틀 안에서 처벌 가능한 사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수사 중인 319건 가운데 명예훼손·모욕(77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21건), 업무방해(11건) 등 죄명이 특정된 사건은 109건에 그쳤다. 나머지 210건(65.8%)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이 혼재된 채 적용 죄명을 확정하지 못해 '기타'로 분류된 상태다. 죄종별 송치는 명예훼손·모욕이 79명(2명 구속)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36명(2명 구속), 기타 17명(1명 구속) 순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위정보 유포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기존 처벌 규정에 포섭되는 행위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인 비방이 전제돼야 하는 명예훼손이나 '이익 목적' 입증이 필수적인 전기통신기본법 등 현행법 체계로는 정책 관련 허위정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며 "법적 장치 없이 단속만으로는 사법적 무기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 관련 규제 법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플랫폼의 벽도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 경찰은 X(옛 트위터)·유튜브 등 33개 계정을 수사 중이지만, 피의자 특정을 위한 가입자 정보 확보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응답할 수 없다고 회신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허위정보 유포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해외 플랫폼 업체와 직접 접촉해 국내 상황을 설명하는 등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여러 경로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미국은 플랫폼의 콘텐츠 책임을 면제하는 통신품위법 230조가 있어 유튜브 등이 협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유럽 디지털서비스법(DSA)처럼 협조하지 않을 시 제재를 가할 법적 장치가 한국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7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되지만 가짜뉴스 신고가 접수되면 플랫폼이 이를 차단하도록 권고할 뿐, 이를 어겨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정보는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강력 대응을 외치면서도 법적 뒷받침이 없다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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