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서 홀로 7년…청년 "숨 안 쉬어져 약 먹고 버텼다"[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⑦]
가족·학교 '1차 보호망' 균열…지지 부족이 고립감 키워
온라인은 연결 욕구 흔적…경계 없는 관계에 고립 심화
'지지 붕괴' 깊어지는 은둔…시간 지날수록 탈출 어려워
![[서울=뉴시스] 해당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생성 후 가공 및 편집함. *재판매 및 DB 금지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04/NISI20260504_0002126938_web.jpg?rnd=202605041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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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하 조수원 기자 = <2부:사회서 고립된 은둔청년>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어요."
30대 김호진(가명)씨는 어느 순간 자신이 은둔 상태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택배 상하차 등 단기 일자리를 전전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고 사람들과 관계도 번번이 끊어졌다. 일을 그만두면 모아둔 돈으로 몇 달을 버티고,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가 그만두는 생활이 반복됐다.
악순환은 '은둔'이라는 개념을 접한 뒤 더 심해졌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재취업을 시도할 동력도 사라졌다.
2022년을 기점으로 그는 사실상 사회와의 연결을 끊었다. 돈이 떨어지고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겹치면서 외출은 점점 줄었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 됐다.
김씨는 "우울감이 심해지면서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며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더 꺼려졌다"고 말했다.
이 시기 김씨의 일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갇혀 있었다. 기상과 수면의 경계가 무너졌고, 하루 대부분을 디시인사이드 등 익명의 공간에서 보냈다. 현실에서 '눈치 없다'는 말을 듣던 행동도 온라인에선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쉽게 대화할 수 있었지만, 알 수 없는 고립감도 느꼈다.
김씨는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들은 선이 없고, 좋고 나쁜 것의 기준도 흐려져 있었다"며 "(온라인 친구들이) 한강에 가서 '철조망 되게 높아졌다' '뛰어내릴까'하며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그의 고립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환경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우울 증세와 폭력, 반복된 가정불화 속에서 집을 떠나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고 학교생활은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오면 가족을 위협했다. 어머니는 먼저 도망갔다"며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통제받고 혼나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사회생활을 조금은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고립'의 시간 7년…"혼자 울면서 버텼다"
유씨는 "사람을 만나면 나를 평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 학기마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학교는 '버티는 공간'이었고, 방학은 다시 고립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외모로 놀림을 받던 그는 지금도 누군가 자신을 살쪘다고 생각할 것 같아 주변을 의식한다고 했다.
성인이 된 이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졸업 후 마땅한 진로를 찾지 못했고 공무원 시험도 반복된 실패로 이어졌다. 외부와의 접점은 점점 사라졌다.
그는 "온라인 카페를 하는 등 그렇게 지낸 시간을 다 합치면 7년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립은 곧 자기부정으로 이어졌다. 유씨는 "누워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나는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족이 생활하는 소리가 들리면 내가 없어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심리적 압박은 신체 증상으로도 나타났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오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며 "그럴 때면 약을 먹고 유튜브를 보면서 생각을 무시하거나 불을 끄고 혼자 울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유씨는 "어디에서도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던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이 가난했고, 부모님이 얼굴이 트지 않으려면 로션을 발라야 하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내가 평발인지도 20대 중반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한없는 청춘'은 지난 2월15일 '나는 30대 은둔형 외톨이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한없는 청춘 채널 캡처) 2024.09.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9/04/NISI20240904_0001645894_web.jpg?rnd=20240904164256)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한없는 청춘'은 지난 2월15일 '나는 30대 은둔형 외톨이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한없는 청춘 채널 캡처) 2024.09.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지 붕괴' 속 깊어지는 은둔…시간 지날수록 탈출 어려워
전문가들은 은둔의 배경으로 취업난뿐 아니라 '지지 체계 붕괴'를 지목한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은 가장 1차적인 보호 체계인데 이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지지 체계가 약해지고 고립과 은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가정환경이나 취업 실패 등은 고립·은둔의 여러 요인 중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은둔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더 어려워진다"며 "결국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러한 고립 상태에서 양면적 역할을 한다. 외부와 단절된 이들에게 접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극단적 담론이 확산되며 고립을 심화시키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임 교수는 "온라인 연결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집단이 개입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공공과 민간이 연계된 검증된 지원 체계를 통해 온라인 관계를 현실 회복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은둔의 경우 우울장애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단순한 취업 지원을 넘어 상담과 치료까지 연결되는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교수는 "대부분은 혼자가 편해서가 아니라 (관계에서의) 거절이 두려워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라며 "직접 찾아가는 방문형 서비스와 정신건강 지원이 결합된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립 청년 규모는 팬데믹을 거치며 눈에 띄게 늘었다. 202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고립 비율은 2019년 3.1%에서 2021년 5.0%로 증가했다.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고립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상태로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고립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여기에 고용 불안이 겹치면서,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은둔 문제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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