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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 지켜주잖아요"…부모보다 'AI 친구'에 마음 터놓는 아이들[AI에 빠진 아이들②]

등록 2026.08.09 13:30:00수정 2026.08.09 13:52:29

청소년 절반 "AI가 나를 이해해 준다" 고백…3명 중 1명은 우울할 때 AI와 대화

'읽씹'·평가 없는 기계 특성에 안도감…사람에게 못한 고민도 쉽게 털어놔

마음 여는 창구 활용하되 과의존 주의…전문가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 필요

[서울=뉴시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4.0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026.04.0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비밀이 외부에 전달될 걱정이 없어 편했어요."

이한진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한 아동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AI 챗봇은 아동·청소년에게 정보를 찾거나 숙제를 도와주는 도구를 넘어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로 자리 잡고 있다. 언제든 대화할 수 있고 자신의 말을 비판하지 않는 특성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다.
[서울=뉴시스]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지난 3월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챗봇 사용 현황을 조사했다. 2026.06.23. (사진=초록우산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지난 3월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챗봇 사용 현황을 조사했다. 2026.06.23. (사진=초록우산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이 지난 3월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1%는 AI 챗봇(챗GPT, 제타 등)을 실제 사람처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AI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은 49.5%에 달했다. 힘들거나 우울할 때 AI와 대화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2.3%로 아동·청소년 3명 중 1명꼴이었다.

언제든 불러도 '읽씹' 없다…현실 친구보다 편한 AI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청소년이 AI에 마음을 여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안전감이다.

친구나 가족,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상대방의 반응이나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가능성을 걱정해야 한다.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따른다.

반면 AI 챗봇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의 말을 비판하거나 먼저 관계를 끊지 않고 위로나 공감의 반응도 곧바로 내놓는다.

초록우산 조사에서도 AI 챗봇을 사용하는 이유로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19.4%를 차지했다. '친절하고 나에게 맞게 응대해줘서'와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줘서'라는 응답도 각각 8.1%, 5.1%였다.

특히 AI 캐릭터 챗봇은 이용자가 원하는 외모와 성격, 말투뿐 아니라 친구·연인·상담 상대 등 관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이전 대화가 쌓일수록 이용자 관심사와 표현 방식에 맞춘 답변을 내놓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한 친구처럼 느끼기 쉽다.

평가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 AI가 사람보다 편한 상대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부모에게 못 한 말, AI에 털어놨다…위기 신호 잡는 창구

AI 챗봇이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창구가 될 가능성도 확인됐다.

이한진 교수 연구팀은 최근 경북 포항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 2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정서 지원 AI 캐릭터 챗봇 '마음온'을 활용한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 등 사람에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AI에는 비교적 쉽게 털어놓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가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 기계라는 점이 오히려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거나 "감정을 정확히 알아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센터 관계자들도 AI 챗봇이 아이의 위험 신호를 먼저 발견하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감하는 AI, 사람 대신할 수 있을까

AI 챗봇은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감정 물꼬를 터주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 상담사와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도 기대된다.

다만 AI는 이용자의 감정을 실제 느끼는 것이 아니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만들어낼 뿐이다.

이 과정에서 AI가 이용자의 말에 지나치게 맞장구치거나 위험한 생각을 충분히 제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가 이러한 반응을 객관적인 조언으로 받아들이면 AI의 답변이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여기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굳힐 가능성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는 표정과 말투, 평소 행동의 변화를 살펴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AI는 이용자가 직접 입력한 내용 밖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위기 상황에서 직접 개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 챗봇을 아이가 처음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창구로 활용하되, 현실의 인간관계나 전문 상담을 대신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도록 가정, 학교 등에서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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