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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장사 사장님들 "냉방비 폭탄 맞나" 한숨[자영업 전기료②]

등록 2026.05.25 07:01:00수정 2026.05.25 07: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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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낮은 싸게, 밤은 비싸게' 요금제 적용

야간 사용량 높은 PC방·무인카페·호프집 울상

전문가 "주·야간 형평 고려한 보완 정책 필요"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해 6월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업주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5.25.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해 6월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업주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혁진 강은정 기자 = 서울 강서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최완순(56)씨는 2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다가오는 여름이 두렵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낮은 저렴하게, 밤은 비싸게' 방식으로 개편된 전기요금 체계가 일반용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 231㎡(약 70평) 규모 매장의 컴퓨터 100대와 에어컨 전기세를 합치면 월 300만원에 육박하는데, 오후 6시 이후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되는 PC방 특성상 전기요금이 더 오를까 봐 걱정된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 3월 공개한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은 전력 공급능력이 증가하는 낮 시간 요금은 낮추되, 상대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저녁·심야 시간의 요금은 올려 낮 시간대로 전력 소비를 유도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오전 11시~낮 12시와 오후 1~3시 구간은 중간요금(중간부하)으로 조정되고 저녁 6~9시는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으로 상향된다.

이같이 정부가 49년 만에 개편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는 지난달 16일부터 산업용(을)에 우선 적용됐으며, 다음 달 1일부터는 상가 소상공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반용까지 확대된다. 바뀌는 전기요금 산정 시스템을 두고 저녁 장사가 주가 되는 업종 소상공인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특히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PC방과 무인카페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여름 청구서 걱정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현재 일반용(갑)으로 전기요금을 납부 중인 최씨는 비용을 한 푼이라도 줄여보려고 열이 많이 나는 LCD(액정 디스플레이) 대신 LED(발광 다이오드)로 모니터를 바꾸고 컴퓨터도 모두 저전력 제품으로 교체했다. 전기세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인버터 에어컨까지 설치했지만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

최씨는 "안 그래도 손님이 줄어든 형편에 그나마 저녁에 몰리고 있는데 저녁 전기요금이 오르면 PC방 업계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쉬러 오는 손님들에게 이용 요금을 올려받을 수도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PC방은 한전과 전압을 최고 수준인 380볼트까지 높이는 전기승압 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아, 봄·가을에는 전력을 다 쓰지 못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 요금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충북 충주시에서 24시 무인카페를 하고 있는 정모(41)씨는 매달 전체 관리비에서 전기세가 70~80%를 차지한다. 36㎡(약 11평)인 카페에는 커피 자판기와 디저트 자판기가 각각 2대씩 있다.

카페가 위치한 상권 특성상 저녁 손님이 거의 없지만 자판기나 에어컨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씨는 "고지서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봄·가을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여름이 우려된다"며 "사람이 없어도 기계는 켜 둬야 하니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2023년 5월 18일 오후 서울 시내 PC방에서 한 시민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5.2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지난 2023년 5월 18일 오후 서울 시내 PC방에서 한 시민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5.25. [email protected]

하루 중 저녁 시간대가 제일 중요한 호프집과 헬스장도 울상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16년째 호프집을 꾸려가고 있는 전모(62)씨는 평소 80만~90만원이던 전기요금이 7~8월에는 100만원을 넘긴다. 전기 튀김기와 에어컨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서 다음 달 임대료 재계약 문제까지 겹쳤다.

전씨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가 그나마 손님이 오는 시간인데 요즘에는 맥주 한두 잔 시키고 두세 시간씩 앉아 있어 회전율도 낮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건물 주인이 임대료까지 올려달라고 할 걸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쉬는 날 없이 일해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57)씨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헬스장은 저녁이 피크 타임인데 월 관리비의 절반 이상인 전기세마저 오르면 큰일이다. 김씨는 "다들 장사가 안돼서 어려운 데 개편된 전기요금 체계가 적용되면 부담이 한층 커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반면 낮 영업이 메인인 오피스 상권 소상공인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울 종로구에서 면 전문점을 하고 있는 김모(44)씨는 "점심에 손님이 몰리다 보니 지금도 가게가 한산한 저녁이 되면 에어컨을 2대에서 1대로 줄이고 있다"며 "낮 요금이 저렴해지면 확실히 유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편된 전기요금 체계가 업종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형평성을 고려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낮에 주로 하는 업종에는 혜택이 되지만 반대로 밤이 메인인 곳은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주간과 야간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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