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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너머 우리만의 고유함으로"…하입프린세스, 한일 젠지가 그려낼 힙합 新 생태계

등록 2026.05.27 09:00:00수정 2026.05.27 1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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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데뷔 앨범 '17.7' 발매하는 하입피 도쿄 인터뷰

한국인 3명·일본인 3명·한일 복수 국적 멤버 1명 등 7명으로 구성

K-팝 새 흐름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 합류

CJ ENM·일본 하쿠호도가 공동 설립 '챕터아이' 소속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롯폰기에 위치한 소속사 챕터아이(Chapter-I) 회의실. 창밖 풍경은 K-팝의 현주소를 증명하고 있었다. 동방신기의 닛산 스타디움, 트와이스의 국립경기장, 에스파의 도쿄돔 공연 등 K-팝 2세대, 3세대, 4세대가 일본 열도의 가장 큰 무대들을 연달아 달구고 있던 시기였다. 그 압도적인 성취의 현장을 목격하는 일곱 소녀들의 눈빛에는 선망을 넘어선 단단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27일 오후 6시 첫 번째 미니앨범 '17.7'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정식 출사표를 던지는 7인조 신인 글로벌 힙합 그룹 '하입프린세스'(H//PE Princess·하입피(HIIPE P))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순한 세대교체의 주역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10대, 20대 '젠지(Gen Z)' 세대가 서로의 문화를 편견 없이 수용하고 열광하는 이 시대에, 하입프린세스는 그 문화적 융합의 최전선에 서서 '힙합'이라는 공용어로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하려 한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YSY.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YSY.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체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또 다른 '영 크리에이터 크루'(영크크)의 탄생

한국인 3명(YSY(윤서영), 도이, 수진), 일본인 3명(코코, 리노, 니코), 그리고 한일 복수국적 멤버(유주) 1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조합은 절묘한 균형감을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그룹의 정체성을 기획사의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쟁취하고 발명해 내는, 새로운 K-팝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로서의 주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유주.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유주.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팀의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YSY(19)는 "어떤 음악을 할 때 '힙합이다', 아니면 '아이돌 그룹이다'라는 틀을 먼저 잡아두고 시작하면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한정적이게 되더라"며 "우리는 그런 정의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다움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의 고유한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성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이분법적 수용소에 갇히지 않겠다는 명확한 선언이다. 어릴 적부터 컨트리와 록,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 온 그는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얼터너티브한 분위기를 이끄는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을 본받고 싶다"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예고했다.

막내 수진(17) 역시 기성 아이돌의 문법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발레와 피아노 등 클래식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수진은 "사실 힙합을 해본 적이 없어 의심도 많았고 두려움도 컸다"면서도 "하지만 힙합은 결국 자기 안에서 흘러나오는 멋, 스웨그(Swag)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내 안의 에너지를 힙합으로 표출하며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짚었다. 힙합이 단순한 장르적 차용이 아닌, 삶의 태도와 주체성의 문제임을 본능적으로 꿰뚫어 본 것이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수진.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수진.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7.7세, 가장 미완성이기에 완벽한 청춘의 기록

이들의 데뷔 앨범 '17.7'은 그룹 결성 당시 멤버들의 평균 연령을 의미한다. 17.7이라는 숫자는 아직 굳어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청춘의 찬란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시점을 정확히 도려내어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니코.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니코.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주(19)는 "17.7세를 지나고 있는 저희 입장에서는 복잡한 생각도 많고, 생각하시는 것만큼 천진난만할 때도 하루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며 "그런 감정들을 이번 앨범에 응축시켜 담으려 했다. 딱 지금 시기에서만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청춘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엠넷 '캡틴'(2020), 채널A '청춘스타'(2022), 엠넷 '아이랜드2 : 나(I-LAND2 : N/a)'(2024)를 거쳐 네 번째로 도전한 오디션에서 1위로 뽑히며 글로벌 아이돌이 될 채비를 마친 그야말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지금의 청춘이다.

국내 힙합을 대표하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다듀)의 개코가 프로듀싱을 맡은 타이틀곡 '스톨른(Stolen)'은 이런 멤버들의 서사를 그대로 가사에 녹여내며 당찬 포부를 직조해 냈다. 수록곡들의 면면도 다채롭고 단단하다. 일본의 글로벌 밴드 '원 오크 록(ONE OK ROCK)'의 타카(Taka)가 참여해 스타디움 록의 웅장함을 부여한 2번 트랙 '원 데이(One day)'는 이들의 한계 없는 가능성을 노래한다. 이어 힙합과 R&B를 감각적으로 버무린 세련된 트랙 '호핀(Hoppin')', 오디션 당시의 열기와 치열함을 재현한 '데이지(DAISY)(H//PE P ver.)'와 '굿!(gOOd!)(H//PE P ver.)'까지 총 5곡이 17.7세의 내면을 다각도로 비추는 유기적인 서사를 이룬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리노.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리노.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각자의 서사가 융합돼 만들어내는 대체 불가능한 질감

하입프린세스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멤버 7명 각자가 지닌 고유한 서사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LP 가게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체화한 니코(18)는 "어렸을 때 들었던 블랙 뮤직, 특히 로린 힐(Lauryn Hill)의 영향을 받아 지금 노래하는 방식이나 그루브가 형성된 것 같다"고 자신의 뿌리를 설명했다. 니코의 묵직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은 하입프린세스 음악의 깊이를 더한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코코.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코코.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이그룹 이븐(EVNNE) 멤버 케이타의 친동생으로, 엠넷 '마마(MAMA)' 무대에서 댄서로 서며 메인 무대를 꿈꿔온 리노(18)는 퍼포먼스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지녔다. 리노는 "기존 아이돌 분들은 예쁘고 귀엽게 추는 걸 중요시하지만, 힙합은 음악에 몸을 맡겨 재밌게 추는 것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K-팝에서 그룹의 그루브감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매력"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림예고 재학 시절 자신감 부족으로 무대를 망설였던 도이(18)는 긴 연습생 생활과 서바이벌의 좌절을 겪으며 단단해졌다. 도이는 "저는 피드백 받는 것을 좋아해요. 항상 완벽하지 않은데 피드백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뿐"이라며 성숙한 내면을 내비쳤다. 이 이질적인 경험과 서사들은 팀 안에서 서로 충돌하는 대신 조화롭게 융합하며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낸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도이.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도이.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언어의 장벽을 리듬의 해방구로… 돔 투어를 향한 조준

하입프린세스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새로운 힙합의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의 언어적 특성을 힙합 비트 위에서 교차시키는 작업은 흥미로운 성취를 낳는다. 도이는 "'굿!(gOOd!)'을 일본어 버전으로 번역할 때 랩이 되게 유니크해졌어요. 힙합 비트에 일본어를 쓰는 것이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받침이 적은 일본어의 단조로움을 한국어와의 결합을 통해 다채로운 라임으로 변주하며, 언어의 장벽을 새로운 운율의 해방구로 치환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입프린세스. (사진 = 챕터아이) 2026.05.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팀의 맏언니인 코코(22)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적 교류에 대해 "일본에서는 K-팝이, 한국에서는 J-팝이 트렌드죠.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합작 그룹인 만큼 먼저 일본과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고, 세계적인 분들도 공감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입프린세스는 CJ ENM이 제작한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를 통해 탄생했다. CJ ENM과 일본 하쿠호도가 공동 설립한 챕터아이(Chapter-I)의 첫 번째 아티스트다. 다이나믹 듀오가 속한 아메바컬쳐가 공동 매니지먼트를 맡고, 워너 뮤직 그룹과 글로벌 계약까지 체결하며 흔들림 없는 기반을 다졌다. 정식 데뷔 전 이미 일본의 대형 패션·음악 이벤트인 '라쿠텐 걸즈어워드 2026'과 '케이콘 재팬 2026'에서 팬들의 환호를 끌어낸 이들의 시선은 이미 훨씬 더 높은 곳을 조준하고 있다.

"저희끼리도 '우리 도쿄돔 가자, 돔 투어 하자'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했었고, 데뷔 결성하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얘기일 만큼 꿈을 크게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쟁취한 이름으로 첫걸음을 떼는 유주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누군가가 씌워주는 왕관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언어와 리듬으로 힙합 생태계의 새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하입프린세스의 첫 번째 챕터가 이제 막 펼쳐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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