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아파도 투표는 해야제"…지팡이 짚고 온 노부부

등록 2026.06.03 10:06:46수정 2026.06.03 10:12: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통합 앞두고 세대 불문 발걸음

두 손 꼭 잡고 온 노부부에 밤잠 설친 생애 첫 투표까지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날인 3일 오전 광주 상무2동 제2투표소(쌍촌종합사회복지관)에서 김연남(91·여) 어르신이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2026.06.03. lhh@newsis.com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날인 3일 오전 광주 상무2동 제2투표소(쌍촌종합사회복지관)에서 김연남(91·여) 어르신이 투표함에 투표 용지를 넣고 있다. 2026.06.03.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광주 지역 투표소 곳곳은 신체적 불편함과 이른 아침의 피로감을 잊은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앞두고 치러지는 역사적인 선거인 만큼 투표소에는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상무2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쌍촌종합사회복지관. 엘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손을 꼭 맞잡은 노부부가 내렸다. 할머니의 한 손에는 빛바랜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투표소를 찾은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 대신 옅은 미소가 번졌다.

본인 확인 절차에 들어서자 노병두(90) 할아버지는 무심한 듯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아내 김연남(91·여) 할머니의 신분증까지 함께 꺼내 선거사무원에게 건넸다.

먼저 투표를 마친 노 할아버지는 출구 앞에 서서 투표관리관의 부축을 받으며 기표소로 향하는 아내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주변을 서성이던 노 할아버지는 "할멈 데려가야 해"라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해마다 치러지는 선거 때마다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는 두 어르신.

투표를 마치고 노 할아버지가 "선거 때는 항상 둘이 함께했다"고 말하자, 김 할머니는 "나 몸 안 아플 때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왔시야"라며 농담을 건넸다.

노부부는 "귀찮은 거 생각하면 투표 못 하지. 그래도 투표는 국민의 의무인께 다 해야제"라며 "분리됐던 광주와 전남이 다시 통합되는 만큼 모두가 잘 살수 있는 지역을 만들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헀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투표소 앞에선 "다 왔쇼"라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휠체어 한 대가 들어왔다.

지병으로 인해 홀로 걷기 힘든 박준근네(83·여) 어르신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만큼 몸은 고단했지만, 얼굴만큼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박 어르신의 기표소 행을 도운 요양보호사는 기표소 가림막 앞에 서서 "나 여기 서 있을 텐께 잘 찍으셔잉"하며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다.

한참 동안 기표소 안에서 신중하게 고심하던 박 어르신이 나오지 않자, 요양보호사는 "표 잘 접고잉. 다 같이 접어도 된께 천천히 하쇼"라며 응원을 건넸다.

그동안 늘 가족이나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투표소를 찾았다는 박 어르신.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이번 선거는 꼭 투표해야 한다고 하도 조르셔서, 바람도 쐴 겸 일찍 모시고 나왔다"며 말했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날인 3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6.06.03. pboxer@newsis.com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날인 3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6.06.03. [email protected]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컨벤션홀에 마련된 용봉동 제4투표소의 풍경은 또 다른 활기로 가득했다.

편안한 슬리퍼와 잠옷 차림의 젊은 청년부터 이웃과 함께 새벽 운동을 마치고 온 어르신들 사이에서, 유독 긴장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10대 청소년이 눈에 띄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고등학생 이동건(18)군은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소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 군은 "생전 처음으로 하는 투표라 꼭 해보고 싶었다. 새벽부터 엄마를 졸라 일찍 투표소로 향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첫 투표인 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이 군은 "첫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을 내 손으로 직접 잘 뽑고 싶어서, 집에 날아온 선거 공약집과 TV 토론회 영상을 며칠 동안 열심히 챙겨봤다"면서 "우리 같은 미래세대를 위해 정말 실효성 있는 교육 정책을 펼쳐줄 좋은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