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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이요? AI가 정해준 가격인데요"…공정위 입증 어떻게?

등록 2026.06.17 06:00:00수정 2026.06.17 0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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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적 합의 없어도 가격 동조 가능

같은 가격 알고리즘 쓰면 담합 효과

정보교환·자가학습 AI도 신규 변수

현장조사 넘어 데이터 분석 역할↑

주병기 "경제분석국 신설…통계 싸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인공지능(AI) 기반 가격 결정 기술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직접 가격을 합의하지 않아도 알고리즘 가격 설정과 정보교환을 통해 담합과 유사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존의 '합의' 증거 중심 담합 규제에서 벗어나 알고리즘 설계·운용 방식, 사업자 간 정보교환 구조, 가격 동조화 패턴 등을 데이터 기반 경제분석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의뢰한 '정보교환행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한 경제분석 방법 연구' 최종보고서는 디지털 경제 발전으로 기업 간 정보교환과 알고리즘 활용이 늘면서 기존 경쟁법 체계만으로는 새로운 담합 가능성을 포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담합 사건에서는 기업들이 가격·물량·거래조건 등을 맞추기로 했다는 의사의 합치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경쟁사 임직원이 회의에서 가격 인상 폭을 합의했거나, 메신저로 할인율 제한을 논의했거나, 이메일로 물량 배분표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담합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에 따른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담합 등 모든 위반 유형의 부과기준율 하한을 크게 올린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에 따른 경제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담합 등 모든 위반 유형의 부과기준율 하한을 크게 올린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하지만 알고리즘 가격 설정이 확산되면 이런 방식 만으로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사업자들이 직접 가격을 논의하지 않아도 같은 가격 결정 소프트웨어를 쓰거나 경쟁사 가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추종하는 알고리즘을 운용하면 시장 전체 가격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숙박업체 100곳이 같은 가격 추천 프로그램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이 프로그램이 주변 객실 가격, 예약률, 행사 일정, 재고 상황을 분석해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고 반복적으로 권고하면 개별 숙박업체는 서로 연락하지 않아도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알고리즘이 산출한 결과일 뿐 담합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사람이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알고리즘이 실제로 경쟁을 제한했는지, 사업자가 이를 알면서 이용했는지, 시장 가격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경제분석으로 보여줘야 한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디지털 카르텔은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사람이 담합을 합의한 뒤 알고리즘을 실행 도구로 쓰는 방식, 여러 사업자가 같은 가격 결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 알고리즘이 경쟁자의 행동을 예측해 대응하는 방식, AI가 반복 학습을 통해 협조적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 등이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사람이 이미 합의한 담합을 알고리즘으로 실행하는 경우다. 사업자들이 가격 인상이나 할인 제한을 약속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를 자동 반영한다면 기존 담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까다로운 유형은 여러 사업자가 같은 가격 추천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다. 사업자 간 직접 의사 연락이 없어도 중앙의 소프트웨어가 시장 상황을 분석해 비슷한 가격을 권고할 수 있다.

각 사업자는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이 약화되고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할 가능성이 생긴다.

경쟁사 가격을 실시간으로 추종하는 알고리즘도 문제될 수 있다.

한 사업자가 가격을 낮추면 다른 사업자의 알고리즘이 즉시 이를 감지해 가격을 따라 내리거나, 반대로 가격 인하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다.

자가학습 알고리즘은 한층 더 복잡하다.

AI가 반복 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춰 경쟁하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 이익에 유리하다고 학습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보교환도 함께 봐야 할 영역이다.

가격·판매량·재고·수요 전망 등 민감한 정보가 경쟁사 간 직접 공유되지 않더라도 제3자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를 통해 집계·분석될 경우 담합을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입점업체들의 판매량과 가격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아 평균 가격, 적정 할인율, 예상 수요를 제공하면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정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경쟁사의 가격 인하나 재고 부족을 즉시 파악할 수 있어 가격 경쟁을 피하는 신호로 활용될 수 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이에 따라 공정위의 조사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조사와 진술 확보 중심의 담합 조사 방식만으로는 알고리즘 가격조정의 경쟁 제한성을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대안으로는 대량의 가격·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담합 의심 패턴을 걸러내는 데이터 기반 탐지 체계가 거론된다

가격 변동 자료를 장기간 분석해 비정상적인 가격 동조화, 가격 인하 회피, 경쟁사 가격 추종 패턴, 특정 시점 이후의 마진 상승 등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특정 소프트웨어 도입 전후로 사업자들의 가격 변동 폭이 줄고, 할인 빈도가 감소하며, 마진이 동시에 높아졌다면 경쟁당국은 해당 알고리즘이 가격 경쟁을 약화시켰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다만 알고리즘 사용 자체를 위법하게 볼 수는 없다. 알고리즘은 재고 관리, 수요 예측, 가격 효율화, 소비자 맞춤형 할인 등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위로서는 알고리즘의 존재 자체보다 시장 구조, 정보교환 방식, 사업자 간 연결성, 가격 동조화 정도,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기준을 정교화 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제는 최근 공정위의 조직개편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공정위는 경제·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분석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알고리즘 가격 설정과 정보교환을 통한 경쟁 제한 효과는 전통적인 현장조사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분석 조직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 데이터, 알고리즘 운용 방식, 시장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담합 의도와 효과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공정거래 사건처리의 일선 현장은 이제 법리 다툼에서 데이터와 통계의 싸움으로 전장이 확대돼 가고 있다"며 "경제분석국 신설을 통해 공정위의 두뇌 역할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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