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강력범죄만 처벌?…'조건부' 하향에 전문가들 '갑론을박'
성평등부, 李 대통령 지시로 공론화 착수
'연령 유지'에서 '조건부 하향'으로 선회
전문가 의견 갈려…경찰 조사 권한 주장도
국무회의 보고 미정…"날짜 알 수 없어"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협의체 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30. sccho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30/NISI20260430_0021267822_web.jpg?rnd=20260430152453)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협의체 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정영 기자 = 정부가 현행 14세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3세로 조건부 하향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중대한 범죄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 대상을 의미한다. 이들은 형사책임을 질 수 있는 연령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성인과 같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번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후 본격화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에 대한 결론을 두 달 안에 내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성평등부는 3월 6일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협의체는 두 차례 공개 포럼과 숙의토론회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후 연령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권고안을 확정했다.
성평등부는 후속 논의를 거쳐 중대 범죄에 한해 기준연령을 '조건부 하향'하는 내용을 국무회의에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81%가 '연령 하향' 찬성…드라마 '참교육'으로 사회적 파장 커져
3월 10~12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한 응답자 815명에게 어느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지 물은 결과 '만 12세 미만'이 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 13세 미만' 28%, '만 10세 미만' 20%, '만 11세 미만' 11% 순이었다.
올해 들어 촉법소년의 무인점포 절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촉법소년의 범죄 문제를 다룬 작품인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연령 하향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협의체가 주최한 포럼에 발표자로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최근 연령 하향 여론이 커진 배경에 대해 "최근 드라마 '참교육'이 나오고 촉법소년의 범죄가 (언론에) 많이 노출돼서 그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아동복지학회와 한국청소년복지학회는 29일 성명을 내고 성평등부의 권고안 수정에 대해 비판했다.
양 기관은 "숙의 과정에는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해 객관적 자료와 국제인권기준, 실증적 연구를 토대로 논의했고 그 결과 협의체는 현행 기준을 유지하라는 권고안을 마련했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무력화하고 사실상 동일한 방향의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자신이 직접 설계한 사회적 대화 절차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 선회의 결정적 배경이 최근 흥행한 드라마와 그로 인해 형성된 여론이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객관적 근거를 외면한 채 일시적 여론에 기대 아동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결정은 '증거 기반 정책 수립'이라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범죄 억제 효과" vs "실효성 없어"…경찰에 '조사 권한' 부여 의견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 연구위원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 포럼에서 연령 논의를 넘어선 형사 미성년자 제도 보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6.04.15. yes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15/NISI20260415_0021247463_web.jpg?rnd=20260415150114)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본부 연구위원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 포럼에서 연령 논의를 넘어선 형사 미성년자 제도 보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6.04.15. [email protected]
조건부 하향 권고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을 지낸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중대 범죄에 대한 처벌 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법 위반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가 있다"며 "해당 연령대에서 (중대 범죄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소위 말해 겁을 줄 수 있는 경고의 메시지가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며 "소년법 제정 당시인 70여년 전과 현재의 학생들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범죄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조건부 연령 하향의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협의체가 주최한 포럼에서 발표를 맡았던 한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낮추면 12세가 저지른 범죄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또 남는다"며 "차라리 (경찰의) 촉법소년 조사 범위에 대한 논의를 현실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숙의토론회에 참여한 한 교수 역시 "현재 촉법소년은 처벌을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경찰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문제"라며 "수사를 통해 경찰이 조기에 개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촉법소년을 감옥에 넣는다는 것부터 이 제도는 실패했다"며 "중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방치돼 있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경찰에게 조사 권한을 부여해 법원 송치 전 조기에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소년부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현재 (촉법소년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할 수 있지만,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조사 권한이 명확히 부여되면 범죄를 정확히 규정한 후 송치해 법원의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체의 공식 활동은 4월 말 종료됐지만 아직 국무회의 보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권고안은 30일 국무회의에도 보고되지 않을 예정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보고를 하려고 하지만,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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