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민식, 인간의 추접스러운 민낯을 까발리다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 허문오 역
열등감으로 인해 파멸하는 인물 연기 호평
"허문오, 내 옆에 있다면 술 한 잔 사주고파"
"유쾌하진 않았지만 좋은 작품 만나 행복해"
![[인터뷰]최민식, 인간의 추접스러운 민낯을 까발리다](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599_web.jpg?rnd=20260703151949)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인간이 어떻게 이러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열등감, 패배의식, 질투같은 인간이 가진 민낯을, 어떻게 보면 추접스럽기까지 한 본능을 까발려서 고깃덩어리처럼 보여주는 면이 좋았죠."
배우 최민식(64)은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이 공개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에게서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참교육', '김부장'과 같이 이른바 '사이다'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흡입력 있는 서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8위를 기록하며 잔잔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민식은 "과분하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며 "호불호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을 진지하게 봐주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극 중 괴팍한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를 연기했다. 허문오는 겉으로는 학생들의 글에 신경질적으로 독설을 퍼붓는 교수지만 내면에선 동료 작가이자 대학 동기 '김수훈'(허준호)에게 극심한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가지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던 허문오는 천재적 재능을 갖춘 학생 '이강'(최현욱)을 만나 그의 글에 매료된다. 특히 이강이 쓴 글 속의 주인공들이 김수훈과 자신의 첫 사랑 '안은주'(김윤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글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게 된다.
최민식은 시간이 흐르면서 집착이 광기로 변해 파멸에 이르는 허문오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허문오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도 답답하고 굉장히 심난했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이어 "일단 대본을 받았을 때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면 정말 구질구질한, 모지리 같은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나약하고 무너지는 모습에 측은지심도 들었다.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망가지나 싶어 연민이 갔다"며 "내 옆에 있었다면 '이리 와, 왜 그러는거야' 술 한 잔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최민식, 인간의 추접스러운 민낯을 까발리다](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604_web.jpg?rnd=20260703152127)
허문오가 파멸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해선 "이 사람의 패착은 순수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만족하기보다 글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다는 데 있다. 외형적인 성공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서 비극이 싹텄다"며 "오랜 세월 동안 응어리처럼 남은 열패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작가로서 더 발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은 '맨 끝줄 소년'에서 최민식이 과거 출연했던 영화 '올드보이'(2003)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모두 말로 지은 구업에 관한 이야기다. '혀까지 잘리고 박살났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인수분해 당하는구나'라는 반응을 봤다"며 "촬영하면서 의식하진 않았지만 다 만들어지고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최민식은 자신의 상대역을 맡은 최현욱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두 배우의 나이 차는 40살이지만, 세월을 뛰어 넘어 극 중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친 최현욱에게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그는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대사 몇 마디로 어떻게 다 알겠나. 원래 말도 느릿느릿하고 웅얼웅얼하는 면이 있는데 뒷줄에 앉아서 저런 눈빛으로 쳐다 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 중에서 태풍의 핵은 이강이었다. 이강이 짜놓은 판에 허문오가 말려 들어가는 구조기 때문에 저는 최현욱의 연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뭘 더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현욱에 대해서 "이제 20대인데,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연기했나' 싶다. 앞으로도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인터뷰]최민식, 인간의 추접스러운 민낯을 까발리다](https://img1.newsis.com/2026/07/03/NISI20260703_0002177600_web.jpg?rnd=20260703152011)
다만 그는 후배들과 작업을 하며 세대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최민식은 세대 차이에 대해 "일단 쫄지 않는다. 우린 예전에 선배들의 기에 눌렸는데, 그들은 너무 유연하다"며 "자기 자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게 좋았다"고 했다.
최민식은 최근 디즈니 + 시리즈 '카지노'(2022~2023),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2024) 등으로 젋은 세대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제2의 전성기라고 해주시는데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저도 어느덧 환갑도 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앞으로 좋은 작품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정말 알차게 하자' 이 생각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이 좋아해주시면 좋지만 스스로는 더 이기적인 작품을 하자고 생각한다"며 "대중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지만 너무 눈치를 보다 보면 허문오처럼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민식은 '이기적인 작품을 하자'는 자신의 지론에 따라 이 작품을 하게 되서 정말 행복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많아서 너무 행복하지만 그건 덤이다. 시청자분들의 평가는 절대적이지 않다"며 "1000만 영화도 해보고 바닥을 친 작품도 해봤다. 결국 제 만족이더라. 내가 이 작업을 진정성있게 했느냐. 남는 건 그런 것들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민식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배우로 살고 있는 이유를 부부 관계에 비유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부부 싸움은 많이 했지만 이혼은 못 하겠다"며 "만약 사랑이 끝났다면 장사를 하거나 머리를 싸매고 주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식은 잘 모른다. 계좌도 없다. 나는 뭐하고 있나 싶다. 집사람은 하나 만들자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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