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러 가던 K게임, 이젠 노하우 전수…콘솔 본산 日서 달라진 위상
등록 2026.07.22 14:19:56
펄어비스, 한국 게임사 유일 CEDEC 연사로 초청
600만장 ‘붉은사막’ 제작 경험 공유…AAA 개발 역량 인정
온라인·모바일 넘어 글로벌 콘솔 시장서 K게임 존재감 확대

[요코하마(일본)=뉴시스]오동현 기자 = PC온라인·모바일게임을 앞세워 성장한 한국 게임산업이 이제 콘솔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AAA 대작 게임의 제작 경험을 공유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기록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Crimson Desert)’이 그 변화를 상징한다. 일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게임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개발자들에게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을 완성한 방법을 공유한다.
펄어비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퍼시피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CEDEC 2026(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디벨롭스 컨퍼런스)’에 한국 게임사 중 유일한 연사로 참여한다.
일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CESA)가 주최하는 CEDEC은 프로그래밍과 게임 디자인, 프로덕션, 아트, 사운드 등 게임 개발 전 분야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개발자 행사다. 올해도 사흘간 약 200개 세션이 진행된다.
온라인·모바일 넘어 AAA 콘솔 시장으로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의 매출 한계와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PC·콘솔 중심의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비와 긴 제작 기간, 축적된 개발 경험이 필요한 AAA 시장의 진입 장벽은 높았다.
펄어비스는 자체 게임 엔진과 ‘검은사막’의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장벽에 도전했다. 지난 3월20일 PC와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S로 동시 출시한 붉은사막은 하루 만에 200만장, 한 달이 되기 전 500만장을 판매했다. 출시 83일 만에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 600만장을 넘어섰다.
기존 인기 시리즈에 기대지 않은 신규 IP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서카나가 지난 5월 발표한 2026년 미국 비디오게임 판매 순위에서 붉은사막은 연간 누적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흥행은 펄어비스의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펄어비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285억원, 영업이익 2121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붉은사막 매출은 266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펄어비스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은 94%에 달했다.

시연대에서 강연대로…달라진 '붉은사막' 위상
지난해 도쿄게임쇼 2025에서는 단일 게임 기준 최대 규모인 약 100대의 시연 기기를 마련했다. 체험 대기시간이 행사 운영 사무국이 허용한 최대치인 120분을 넘어설 정도로 관람객이 몰렸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의 협업도 이어졌다. 소니의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출시일을 발표하고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일본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프로그램 ‘플레이! 플레이! 플레이!’에는 개발진이 출연해 게임 플레이와 제작 과정을 소개했다.
출시 예열을 마친 붉은사막은 일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예약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시 전에는 펄어비스가 일본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선보이는 입장이었다면, 출시 후에는 현지 개발자들에게 제작 경험을 공유하는 단계로 이동한 셈이다.

600만장 게임의 제작 경험, 日 개발자들과 공유
연사로는 붉은사막 게임디자인실의 두승빈·김현겸 실장이 나선다. 두 실장은 각각 플레이어 액션·전투 시스템과 레벨·퀘스트 설계를 담당했다.
발표는 자체 게임 엔진의 세부 기술보다 대규모 오픈월드를 실제로 제작하고 관리한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수정하는 방법, 여러 개발 조직이 협력할 수 있도록 구축한 제작 체계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처음으로 만든 대규모 싱글플레이 게임이다. 검은사막을 10년 넘게 개발·운영하며 MMORPG 제작 경험을 쌓았지만, 완결된 이야기와 세계를 제공해야 하는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새로운 제작 방식이 필요했다.
펄어비스가 첫 도전에서 겪은 문제와 이를 해결한 과정을 일본 개발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한국 게임사의 기술적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게임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흥행작을 만든 개발 체계와 경험까지 공유하는 단계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펄어비스는 일본에 이어 다음 달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데브’에도 초청 연사로 참여한다. 붉은사막의 성공이 한 작품의 흥행을 넘어 한국 게임산업의 AAA 개발 역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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