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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꺼지면 실물 경기 폭망한다"…美 경제 뒤흔드는 '75조 달러' 경고장

등록 2026.07.24 07:02:00

증시 넘어 실물 경제 지탱하는 AI 열풍…버블 붕괴 땐 경기침체 직격탄

메타 등 '매그니피센트 7' 주가 하락 시 소비 지출 980조원 증발 우려

고물가 지속에 금리 인하 여력 부족…과거 닷컴 버블보다 충격 클 듯

[뉴욕=AP/뉴시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이 꺼지면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3월3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금융 정보가 표시된 화면들이 보이는 모습. 2026.07.23.

[뉴욕=AP/뉴시스] 인공지능(AI) 투자 거품이 꺼지면 경기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3월3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금융 정보가 표시된 화면들이 보이는 모습. 2026.07.23.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미국 주식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 전반의 소비까지 견인하고 있어 AI 거품이 꺼질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주식 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최근 10년 사이 두 배 넘게 불어나 75조 달러(약 10경5000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 경제 전체의 연간 생산량의 약 2.5배에 달하는 수치로 사상 최고 비율이다. 시가총액 상당 부분은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에 기반한 명목상 가치에 불과하지만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에 실제 수조 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주가 상승으로 불어난 부는 소비 지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포트폴리오 가치가 오른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급 휴가와 값비싼 전자제품, 고급 레스토랑 식사에 대한 지출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경제학자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지탱해 온 것은 바로 AI 열풍이었다"고 말했다.

LPL 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올해 S&P500 지수 상승분의 절반가량이 AI 관련 종목에서 나왔다고 짚었다. 그는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AI 거래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7월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도 AI 버블 붕괴가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통상 "주식시장이 곧 경제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다우존스 지수가 하루 만에 20% 넘게 폭락했지만 실업률이나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 한 명이 주식으로 100달러를 벌 때마다 소비에 약 3달러를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부(富) 효과'다. 반대로 주가가 30% 하락하면 전체 소비 지출이 약 7000억 달러(약 980조원)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로 경기침체를 촉발할 만한 규모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가브리엘 초도로우 라이히는 "자산 효과가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기는 시장이 최고점에 달한 것처럼 보일 때"라고 말했다. 현재 메타, 알파벳, 아마존,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미국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중 한 곳만 흔들려도 파장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뱅가드의 로저 알리아가 디아즈 미주 지역 수석 경제학자는 "이는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투자 수익이 기대만큼 빠르게 나오지 않으면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이것이 매도세로 이어져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 계획이 연기·취소되면서 건설업계 감원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맨그룹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소비 지출 증가율은 AI 성장률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의 성장은 주식시장 향방과 밀접하게 연결된 고소득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으며, AI가 그 과정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파국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주요 AI 기업 다수가 이미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놓아 새 자금원이 마르더라도 지출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2000년대 닷컴 버블 붕괴 당시에도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충격을 기술 부문에 국한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엔 5년째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만큼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초도로우 라이히 교수는 "한 부문의 투자 수요 감소가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통화 정책이 막대한 역할을 한다"며 "통화 정책의 여지가 다소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침체나 그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의 라이언 커밍스 수석 보좌관은 최근 AI 버블 위험을 경고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사실 5~7년이 아니라 15~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알려지면, 그건 매우 큰 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회의론자들에게 입증 책임이 있지만, 실망스러운 정보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그 책임은 낙관론자들에게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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