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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앓아도 밝았던 아이"…4명 살리고 하늘로

등록 2026.08.06 10:29:44수정 2026.08.06 10:32:04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간·신장 기증

[서울=뉴시스] 기증자 소인후싸.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기증자 소인후싸.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어린시절부터 뇌전증을 앓아온 30대 남성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가 돼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소인후(34세)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 신장(양측)을 4명의 환자에게 나누고 떠났다고 6일 밝혔다.
 
소씨는 1991년 9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생후 7개월 무렵 팔다리를 오므리는 경기 증상을 보였고, 이후 뇌전증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이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부축을 받아 걷기도 했지만, 20대 초반 심한 폐렴으로 기관삽관을 받고 오랜 기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다.

이후 건강이 크게 나빠져 거동이 어려워졌고, 10여 년간 누워 지내며 가족의 돌봄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6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소씨의 가족은 고인의 일부나마 어딘가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어머니 양영희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오래 아팠던 아이라서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지 먼저 물었다"며 "다른 생명을 살렸다는 말을 듣고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어릴 적 경기 이후 말로 의사를 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소씨는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나타냈다. 어머니가 말을 건네면 미소로 답하는 등 늘 밝은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 양 씨는 그런 아들이 오랜 돌봄의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이었다며, 자신이 아들을 살린 것보다 오히려 아들이 자신을 살게 했다고 회상했다.
 
소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보냈다. 집에서는 애국가를 듣거나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침에 쉽게 잠에서 깨지 않을 때도 애국가를 들려주면 눈을 떴고, 스포츠 중계가 나오면 텔레비전 쪽으로 몸을 돌려 환하게 웃었다.

병원 방문을 제외하면 산책이 거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소씨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 어머니와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돌았다. 어머니는 날이 쌀쌀하면 아들의 온몸을 침낭으로 감싸는 등 아들이 안전하게 바깥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머니 양씨는 아들에게 전하는 인사에서 "일찍 헤어져 아쉽고, 너를 보지 못해 속상하다. 인후야,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 엄마 마음속에는 네가 항상 함께하고 있을 거야. 엄마는 너를 키우며 많이 행복했어. 너를 잊지 않아. 그리운 내 아들, 너무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오랜 시간 가족의 사랑 속에서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소인후 님은 마지막 순간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며 "큰 슬픔 속에서도 생명나눔을 결정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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