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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 연출 스톤 "한국 배우들 대단…괴짜 꿈 이뤄"

등록 2026.09.21 07:30:00수정 2026.09.21 07:52:24

한국 영화에 빠진 뒤 한국 배우들에게도 관심

2024년 '벚꽃동산'으로 한국 배우들과 첫 작업

홍콩·싱가포르·호주 거쳐 뉴욕…11회 전석 매진

[서울=뉴시스] 연출가 사이먼 스톤. (사진=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2026.09.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출가 사이먼 스톤. (사진=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2026.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국 배우들과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연극 '벚꽃동산'을 연출한 사이먼 스톤이 한국행을 택한 배경에는 배우들을 향한 관심이 있었다.

스톤 연출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게 된 데 대해 "괴짜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인 스톤 연출은 연극, 영화, 오페라 등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세계적인 연출가다. 그는 2024년 LG아트센터가 제작한 '벚꽃동산'의 연출을 맡아 국내 관객들을 만났다. 작품에는 전도연과 박해수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스톤 연출이 한국 배우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국 영화였다.

그는 "2017~2018년 무렵 한국 영화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했다. 하루에 네다섯 편씩 봤다"고 돌아봤다. 그러다 배우들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톤 연출은 "'어쩌면 이들이 나와 연극을 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가 한국 배우들에 주목한 건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이었다. 그는 "한국 배우들은 대단하다"고 강조하며 액션 영화 속 주인공을 예로 들었다.

"건물에서 떨어지면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다시 달리는 게 아니라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달려 결국 악당을 잡는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 인간으로 느끼는 고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2020년께 LG아트센터와 연이 닿으며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꿈이 현실이 됐다. 막연한 바람이 정말 이뤄질지 몰랐던 그는 "괴짜의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린 벚꽃동산 관객과의 대화. (사진=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2026.09.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열린 벚꽃동산 관객과의 대화. (사진=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2026.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할 작품으로 택한 건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고전 '벚꽃동산'이었다. 체호프가 작품을 쓴 당시 러시아와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서 접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그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지만 러시아와도 공통점이 많다"며 "러시아인들은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미래가 무엇인지, 한 국가로서 자신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계속 불안해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에서는 혁명이나 거대하고 급격한 사회 변화가 지금과 그리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세대 간의 대화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대신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았다. 19세기 러시아 배경을 21세기 한국으로 옮기고, 몰락한 귀족 가문을  파산한 재벌가로 재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각색의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스톤 연출은 "나는 내가 만나는 배우들을 위해 글을 쓴다"며 "다시 쓰기로 한 고전과 내가 매료된 배우들, 그리고 지금 세상에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이 세 가지 사이에서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함께 작업하며 발견한 한국 배우들의 특징으로는 "비극과 희극 모두 잘 어울리는 '정서적 절대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계속 극도로 끔찍하기만 한 건 현실적이지 않다. 반대로 그저 가볍고 유쾌하기만 한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며 "현실은 그 두 가지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극과 희극을 오가는 한국 배우들의 능력은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체호프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2024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초연한 작품은 당시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하고 약 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해외 투어에도 나섰다. 지난해 홍콩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호주 애들레이드에 이어 이번 뉴욕 무대까지 입성했다. 뉴욕 공연은 개막일인 16일부터 폐막일인 26일까지 예정된 11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서울=뉴시스] 연출가 사이먼 스톤. (사진=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2026.09.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연출가 사이먼 스톤. (사진=파크 애비뉴 아모리 제공) 2026.0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스톤 연출은 연극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배우들에게 매일 밤 다르게 해보라고 독려한다고 밝혔다. 뉴욕 무대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늘 공연도 어제 관객들이 본 것과 다를 거다. 바로 그것 때문에 연극은 영화로 대체될 수 없다"며 미소지었다.

같은 작품이라도 매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극의 묘미란 의미다.

"여러 차례 제 공연을 본 관객들이 '매일 밤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고 말할 때 자랑스러워요. 연극이 그런 가치를 지켜나가는 한 여전히 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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