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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준비 3시간22분→24분…AI·로봇 '자율실험실'이 연구현장 바꾼다(종합)

등록 2026.08.11 13:50:54수정 2026.08.11 14:56:23

바이오는 불량세포 찾아 레이저 제거…AI가 실험 판단까지 맡아

화학은 소재 탐색 넘어 스케일업까지 자동화…연구자는 판단·창의에 집중

장비·데이터 연결과 국산화가 관건…"기술·연구주권 문제"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 출범식'에서 자동화 로봇이 물건을 집고 있다. 2026.08.11. kmn@newsis.com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 출범식'에서 자동화 로봇이 물건을 집고 있다. 2026.08.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방사광가속기에서 강력한 X선으로 시료를 실제 측정하는 시간은 단 9초다. 하지만 사람이 시료를 옮기고 위치를 잡은 뒤 적절한 측정 조건을 찾는 데에는 길게는 수시간이 걸린다. 바이오 연구실에서는 배양된 수많은 세포 가운데 치료에 부적합한 세포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연구실에 본격 투입하는 '자율실험실(Self-Driving Lab·SDL)'은 바로 이 시간을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히 사람 없는 연구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복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실험 결과를 분석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까지 AI에 넘겨 연구자가 보다 중요한 판단과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11일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 출범식에서는 바이오·화학·소재·가속기 분야에서 실제 연구실이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공개됐다.

시료 옮기고 조건 찾는 시간 '싹'…세포 상태도 AI가 판단

자율실험실 도입 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곳 중 하나가 방사광가속기다.

고경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부장은 "방사광가속기의 X선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실제 샘플을 측정하는 시간은 9초에 불과하다"며 "대신 샘플을 핸들링하고 포지션을 잡고 측정 조건을 확립하는 데 길게는 수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선행연구에서는 로봇팔이 시료를 옮기고 딥러닝이 적절한 측정 위치를 찾도록 하면서 기존 202분 걸리던 시료 처리·측정 준비시간을 약 88% 줄였다. 자율합성·자율측정·의사결정 시스템을 연결해 18시간 이상 스스로 운전하며 249차례 합성을 거쳐 최적의 나노결정 합성조건을 찾는 사례도 등장했다.

바이오에서는 AI가 사람의 '눈'까지 대신한다. 가톨릭대 등이 구축하는 'K-CELL'은 AI가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배양·이송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센서와 이미징 장비로 세포 상태를 실시간 분석한 뒤, AI가 원치 않는 세포를 판별해 레이저로 제거하는 기술도 적용한다.

연구진은 4개 이상의 자동화 장비를 연동해 전체 공정의 자동화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실험 소요시간을 5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람 손을 많이 타 재현성과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던 세포치료제 연구를 표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재 찾는 데서 끝 아니다…AI가 '공장까지 갈 수 있나' 시험

화학·소재 분야에서는 자율실험실의 역할을 새로운 물질을 찾는 '디스커버리'에서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스케일업까지 넓히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소재 빅데이터 플랫폼과 AI 모델·에이전트, 자율실험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 촉매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유기전자소재, 전기화학 촉매, 2차전지 등이 대상이다.

특히 실험실 규모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물질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규모를 키워도 수율이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AI와 자동화 장비로 최적화하는 것이 목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작은 셀을 넘어 모듈 단위까지, 유기전자소재는 합성량을 늘려도 분자량 분포를 제어할 수 있도록 자율실험 범위를 넓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재 자율실험센터도 같은 방향이다. 2차전지·수소에너지·우주항공·모빌리티·유기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실험 설계부터 합성, 측정, 해석까지 연결하고 산학연 연구자가 원격으로 활용하는 '서비스형 실험'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08.11. kmn@newsis.com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 출범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6.08.11. [email protected]


로봇보다 어려운 건 '연결'…외산 장비 의존도 넘어야

다만 AI와 로봇 각각의 성능이 좋아진다고 자율실험실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장비마다 통신방식이 다르고 데이터 형식이 제각각이면 AI가 여러 장비를 한꺼번에 움직일 수 없다. 한 연구실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른 연구실이 그대로 활용하거나 같은 실험을 재현하기도 어렵다.

정유성 서울대 교수는 "이미 여러 자율실험실을 서로 연결할 수 있을까, 생태계로 연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장비 연결, 데이터 호환, 실험 프로토콜 공유와 표준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장비 국산화도 과제다. 명진석 화학연 센터장은 앞으로 자율실험실이 모든 연구분야로 확산될 때 해외 고가장비를 계속 들여오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내에서 핵심 모듈을 만드는 강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AI의 성능을 높이려면 좋은 데이터들이 계속 업데이트돼 올라와줘야 하는데 사람이 계속 24시간 할 수는 없다"며 "연구자와 기계·로봇이 같이 가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술주권, 연구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더라도 일부 분야만큼은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크리티컬 테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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