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억이 자산으로…어르신 삶 기록하는 '노인 작가단'
등록 2026.08.17 13:50:50
전북 익산 노인일자리 사례…올해부터 시범사업
6·25참전유공자·봉사자 등 인터뷰해 자서전 제작
"인생 돌아보며 마음 치유…정서적 돌봄 역할도"
하림, 60세 이상 근로연장…올해 25명 고용 예정
![[익산=뉴시스]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으로 활동하는 장현희 작가가 자서전 대상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7/NISI20260817_0002214123_web.jpg?rnd=20260817114049)
[익산=뉴시스]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으로 활동하는 장현희 작가가 자서전 대상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글은 '나는 살아야 했다'는 제목의 빈정한 어르신의 자서전 일부다. 글은 예순넷의 장현희 작가가 썼다. 프로 작가는 아니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온 장 작가는 대장암을 앓으며 고향으로 내려온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됐다. 그렇게 만나게 된 게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이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덩그러니 비어 있는 요를 만져보는 장면을 쓸 땐 저도 울컥했어요. 교과서로만 배웠던 6·25 전쟁을 살아계신 분의 증언으로 듣는 건 하나의 특권이었죠. 살아있는 교육이었어요."
지난 13일 익산 원광효도마을 시니어클럽. 이곳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은 노인 일자리 참여자가 인터뷰를 통해 지역 어르신의 생애를 자서전(회고록)이나 수기 형태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사업이다.
올해 전북 12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자서전 제작 대상자를 발굴해 작가가 5~7회 정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집필된 원고는 대상자와 함께 수정하고 보완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다.
![[익산=뉴시스]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으로 활동하는 참여자들이 지난 13일 전북 익산 원광효도마을 시니어클럽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7/NISI20260817_0002214122_web.jpg?rnd=20260817113940)
[익산=뉴시스]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으로 활동하는 참여자들이 지난 13일 전북 익산 원광효도마을 시니어클럽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사업은 노인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삶을 지역사회 자산으로 남긴다는 의미도 크다. 특히 국가유공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사라질 수 있는 '개인의 기억'을 '사회적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터뷰 대상인 어르신도, 인터뷰를 하는 작가도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위로받는다. 장 작가는 "처음엔 손사래를 치며 자기 이야기를 하길 꺼린다"며 "하지만 수차례 만나고 신뢰가 형성되면 그동안 가족에게조차 못했던 이야기를 다 꺼내놓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한 번쯤 자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사업이에요. '나는 쓸 말이 하나도 없어'라고 하지만 평범한 삶 속에 진주를 캐내죠. 삶을 돌아보며 마음속 상처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해요. 나무의 옹이처럼 앞으로 남은 날을 더 힘 있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용기도 드리죠. 1년도 안 되는 이 짧은 시간이 제게도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초등학교에서 42년간 근무하고 교장으로 퇴직한 전순자(70) 작가는 전북 아동문학회 회장을 지낸 아동문학가이기도 하다. 그 역시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98세 어르신이 6·25 전쟁 당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 돌아온 그 속사정을 기록으로 남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보람됐다. 사라질 뻔한 이야기를 기록하며 역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뉴시스]지난 13일 전북 익산 하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7/NISI20260817_0002214125_web.jpg?rnd=20260817114218)
[익산=뉴시스]지난 13일 전북 익산 하림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지혜 원광효도마을 시니어클럽 팀장은 "혼자 생활하거나 가족과 교류가 적은 어르신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정서적 돌봄이 될 수 있다"며 "그 기록을 개인과 가족의 역사로 남기고 지역사회와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은 기록 대상을 확대하고 지역의 기록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 전국 확대 여부는 추후 심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익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종합식품기업 하림도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정년을 맞은 60세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세대통합형'에 참여하고 있다. 숙련된 근로자를 청년 멘토로 최소 6개월 이상 고용한 기업에 1인당 300만원(일시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9년부터 참여한 하림은 매년 20명 안팎의 인원을 재고용해왔다. 2019년 35명을 시작으로 2020년 16명, 2021년 17명, 2022년 19명, 2023년 25명, 2024년 20명, 2025년 13명이다. 올해 계획은 25명으로 현재까지 16명이 고용돼 있다. 현재 60세 이상 근로자는 총 169명으로, 하림 전체 임직원 2578명의 6.6%를 차지한다. 최고령은 68세다.
![[익산=뉴시스]지난 13일 전북 익산 하림에서 진행된 노인일자리 간담회.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17/NISI20260817_0002214124_web.jpg?rnd=20260817114145)
[익산=뉴시스]지난 13일 전북 익산 하림에서 진행된 노인일자리 간담회. (사진=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026.08.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상은 10년 이상 된 근로자들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근로 연장된 60세 이상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7~18년에 달한다. 최대 30년이 넘는 장기 근무자들도 있다. 이들은 섬세하고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사육 부화장, 원료(닭고기)의 발골·정선(해체), 개체 선별 등의 작업장에서 주로 근무한다.
장재석 기획인사팀 과장은 "부화율이 약 77%로 온도, 습도, 환기 등 부화 조건이 까다롭다. 달걀에 나쁜 균이 퍼지지 않도록 질병이 있거나 문제 있는 알을 골라내야 하는데 10년~20년은 돼야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닭의 발골 및 해체 작업 역시 숙련자만 가능한 정확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자는 고용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기업은 숙련된 고령 인력의 노하우를 통해 현장 업무의 연속성 및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숙련자들은 현장을 이끌어주는 리더다. 대목인 말복을 하루 앞둔 이날 고령 인력들이 현장을 차마 비울 수 없어 만나진 못했다.
차대진 생산본부장은 "저희는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는 문화 자체가 없다. 근로 연장 의사를 물었을 때 건강이나 개인 사정이 없는 한 90% 이상 일을 더 하겠다고 한다"며 "고령 인력이 젊은층보다 속도는 떨어져도 안정감과 정밀감이 있다. 신입들이 선배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조직 내 인력 활용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노인 일자리가 이제는 소득을 보전하는 개념만이 아니라 실제로 생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인생이야기 기록 작가단 등 새로운 노인 일자리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