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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60일 핵협상' 사실상 무산…호르무즈 놓고 힘겨루기

등록 2026.08.17 05:18:36수정 2026.08.17 06:14:24

이란, 호르무즈 개방 거부…美는 제재 강화

트럼프 "호르무즈 해협은 美 영토" 발언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가든시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8.15.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가든시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8.15.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란과 체결한 휴전 합의의 핵심 목표였던 후속 협상이 60일 시한을 넘기게 되면서 미·이란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쟁을 끝내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한 포괄적 합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경제 제재를 놓고 대치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6월 휴전 합의는 전쟁을 종식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합의를 60일 이내에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오는 17일로 예정된 시한을 앞두고도 핵 문제를 비롯한 주요 쟁점에서 진전이 나오지 않으면서 합의는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협상에 정통한 미국 관계자 2명에 따르면 백악관은 시한을 넘길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갈등이 사실상 경제전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파악하고 있다.

7월 말 이후 미국이 이란 목표물을 공격했다는 공개적인 보고는 없지만, 미국은 이란산 석유 제재를 다시 강화하고 해상 봉쇄를 재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추진했던 이른바 ‘최대 압박’ 정책과 유사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지난주 전례 없는 수준의 금융 제재를 예고했다.

6월 합의는 이란에 제재 완화라는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지만, 핵 농축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협상은 뒤로 미뤄졌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이란 전문가 네이트 스완슨은 이란 지도부가 합의에 따른 성과를 공고히 하기보다 다시 긴장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이전에는 국제 상선이 자유롭게 통과했지만, 이란은 6월 합의의 모호한 조항을 근거로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란이 이란 영해 밖을 통과하는 선박에 발포하면서 미국이 이란 남부를 공격하는 등 군사적 충돌도 이어졌다.

현재 이란은 미국이 휴전 합의에서 약속한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등을 먼저 이행해야 해협을 다시 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먼저 봉쇄를 해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양측 모두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이 협상에 더 절박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이란이 "인내의 게임"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주변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외무부는 토요일 이란이 전날 국영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소속 선박을 공격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란 당국은 논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내세웠던 전쟁 목표도 변화하고 있다. 그는 이란 국민이 현 정권을 전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약화시키며 핵무기 개발을 막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핵 문제에서도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6월 휴전 이후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광범위한 협상을 진행했다는 징후는 거의 없으며,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안이 마련됐다는 신호는 더욱 찾기 어렵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주말 이란이 미국과 회담을 재개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6월 합의가 사실상 무효화된 만큼 60일 시한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고 해안에는 소형 보트들이 늘어서 있다. 2026.07.27.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27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에 화물선과 상선들이 정박해 있고 해안에는 소형 보트들이 늘어서 있다. 2026.07.27.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연장해야 할 휴전 협정을 맺은 것이 아니다"라며 "전쟁이 끝났을 뿐이며, 이제 그 전쟁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전직 미국 관리들도 60일 안에 새로운 핵 합의를 마련한다는 구상 자체가 현실성이 낮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의 이전 핵 협상에는 약 2년이 걸렸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 합의를 통해 최소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했지만, 분석가들은 합의문에 이란이 향후 해상 운송을 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호한 표현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스완슨은 6월 합의가 "결함이 많았고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됐다"며 "가장 중요한 단기적 문제였던 해협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미·이란은 전면전과 평화 사이의 불안정한 대치 상태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의 심각한 경제난도 변수다. 올해 초 대규모 시위와 강경 진압이 이어졌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강한 경제적 압박이 이란을 타협으로 이끌기보다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유발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강경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지난 14일 뉴욕주 가든시티 행사에서 조만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영토로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협을 미국 영토로 편입하려 한다면 지상군 파병과 미 해군의 장기 주둔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어 해외 장기 군사개입을 줄이려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

백악관은 지난 15일 호르무즈 해협 장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도 60일 시한에 대한 질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란 측은 미국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부 차관은 소셜미디어에 "현실을 이제 받아들이라"며 미국이 "중대한 전략적 패배"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이란의 영토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6월 휴전이 목표로 했던 전쟁 종식과 핵협상은 60일 시한을 넘기게 됐고, 미·이란 갈등은 군사 충돌 대신 제재와 해상 통제를 둘러싼 장기적인 경제·외교전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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