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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고, 살려야 한다…28년 자살예방 의사가 쓴 '응답'

등록 2026.08.21 08:10:00

백종우 교수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 출간

14명의 환자 잃은 경험부터 28년 자살예방 현장 담아

"자살은 사회적 책임 있는 죽음"…사회 안전망 강조

[서울=뉴시스] 백종우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 (사진=마름모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종우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 (사진=마름모 제공) 2026.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종이 위에 글자로 읽어보니 제가 살리지 못했던 그 사람들과 그에 대한 저의 감정이 한켠에 무겁게 자리잡고, 다른 한켠엔 그래도 28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단 하루도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지켜준 사람들과 그에 대한 감정이 크게 보였습니다."

28년간 자살예방 현장을 지켜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출간된 자신의 책을 다시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살리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백종우 경희대 교수는 1998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을 시작한 이후 14명의 환자를 자살로 잃었다. 그가 신간 '죽고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마름모)을 "슬픔으로 시작한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책에 담긴 것은 죽음과 슬픔만이 아니다. 백 교수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을 소개하며 "고통을 겪고 바닥을 경험했지만 한발 더 나아간 사람들, 그리고 이길 수 없었지만 의미를 찾고 버틴 분들에 대한 존경도 담아봤다"며 "그래서 제 마음부터 뭉클했던 이야기들이 많다"고 했다.

책이 부제는 '고통이 보낸 시그널, 사회과 개인의 응답'이다.

"밤낮 없이 달리는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마음의 황무지에서 숨 쉴 공간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괜찮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작은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가장 위대한 용기다."(13쪽)

백 교수의 문제의식은 개인이 용기를 내 도움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28년간 진료실과 자살예방 현장을 오간 그는 자살을 개인의 선택이나 정신건강 문제에만 가둘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자살을 '사회적 실패'이자 '막을 수 있는 죽음'이라고 규정한다.

2024년 국내 자살사망자는 1만4872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40명꼴이다. 백 교수는 '35분마다 한 명이 자살하는 한국의 현실 앞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손을 내밀어야 비로소 복지와 의료 체계가 작동하는 '신청주의'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스스로 병원과 복지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사람일수록 기존 안전망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에 놓인 사람이 도움을 청하기를 기다리는 데서 벗어나 가장 고통받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제도, 치료와 복지가 함께 움직이는 체계,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백 교수가 말하는 자살예방은 결국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동시에 사람이 위기의 순간 쉽게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는 '죽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국자살예방협회 백종우 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한국자살예방협회 '천명지킴 발대식' 부스에서 응원 문구를 작성해 붙이고 있다. 2026.04.2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한국자살예방협회 백종우 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한국자살예방협회 '천명지킴 발대식' 부스에서 응원 문구를 작성해 붙이고 있다. 2026.04.24. [email protected]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사회와 개인이라는 두 방향에서 풀어낸다.

1부 '죽고 싶은 사람: 사회의 안전망'에서는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사회가 어떻게 발견하고 보호할 것인지를 살핀다. 자살예방을 개인의 의지나 치료에만 맡기지 않고 의료와 복지, 국가의 개입이 연결된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로 바라본다.

2부 '살리고 싶은 사람: 개인의 대응'에서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사회적 변화로 바꿔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살을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에서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공감과 연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짚는다.

백 교수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중앙자살예방센터장, 중앙심리부검센터장 등을 거쳐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과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국회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 중앙정신건강복지지원단장 등을 맡고 있다. 환자를 만나는 의사이면서 오랫동안 자살예방 정책의 현장을 지켜온 전문가다.

그에게 이 책은 지난 28년 동안 만난 사람들의 기록인 동시에 한국 사회에 보내는 하나의 요청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슬픔으로 시작했지만, 슬픔을 행동으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자살은 사회적 책임이 있는 죽음이고 우리는 살릴 수 있고 함께 살 수 있고 살려야 한다는 증언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이 1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0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이 1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0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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