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텍스트힙, '겉멋' 아니었다…코로나 때 싹트고 한강이 '트리거'
등록 2026.08.22 08:07:03수정 2026.08.22 08:10:39
20대 독서율 75.3%…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상승
20대 초중반 도서 구매 5년 새 2배…후반은 제자리
코로나 때 상승 시작해 엔데믹 이후에도 증가세
소설 가장 많이 사고 나이 들수록 자기계발 관심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6/08/21/NISI20260821_0002218166_web.jpg?rnd=20260821160129)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책을 읽는 성인은 줄고 있는데, 20대는 오히려 더 읽는다. 특히 20대 초중반의 도서 구매는 최근 5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불과 몇 살 위인 20대 후반이 같은 기간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보다 4.5%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대 연간 독서율은 75.3%로 전체 성인 평균의 약 2배에 달했다. 전 연령대 가운데 독서율이 2년 전보다 상승한 것도 20대가 유일했다.
20대 안에서도 책 구매 흐름은 갈렸다.
교보문고가 최근 5년간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2020년 7월~2021년 6월 판매량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대 초중반에 해당하는 2000~2006년생의 판매지수는 125.3→125.0→135.0→176.0→199.5로 상승했다. 5년 사이 사실상 두 배가 됐다.
반면 20대 후반인 1997~1999년생은 95.3→87.5→89.4→101.5→105.3으로, 한때 감소했다가 5년 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00년대생이 점차 성인기로 이동하면서 관심 분야와 자신의 취향에 따른 도서 선택·구매 기회가 확대된 것이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인기에 접어든 것 외에 다른 요인은 없었을까. 수치가 처음 크게 움직인 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친다.
코로나 때 첫 상승…엔데믹 이후 더 가팔라졌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코로나19 당시의 경험이 현재 젊은층의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됐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야외 활동이 실내 활동으로 바뀌고 그때 새롭게 발견된 게 독서라는 행위"라며 "집에 갇히게 되니까 읽게 되고, 읽어 보니까 굉장히 유익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면서 독서가 새롭게 재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를 거치면서 독서를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이 좋았던 것이 지금의 텍스트힙으로 연결됐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도서 구매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은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난 이후다. 125.0이던 판매지수는 135.0으로 올라선 뒤 176.0, 최근에는 199.5까지 상승했다. 코로나 시기에 나타난 첫 상승이 엔데믹 이후에도 꺾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다만 당사자들이 체감한 독서량의 변화는 코로나 시기보다는 그 이후에 가까웠다.
2001년생 A씨는 코로나19 당시 독서량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코로나가 끝나고 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했다. 2000년생 B씨도 코로나 전후 독서량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독서하는 시민.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23/NISI20260423_0002119080_web.jpg?rnd=20260423165451)
[서울=뉴시스] 독서하는 시민.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독서가 취향으로…한강이 '트리거'
2001년생 A씨는 코로나 시기 온라인에서 책 리뷰를 찾아봤다면 지금은 서점을 찾아 책을 보고 고른다.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그는 "전자책은 눈이 나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종이 냄새도 좋고 직접 만지면서 읽는 게 좋다"며 "산 책은 다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2000년생 B씨도 대학 시절 밀리의서재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책을 읽었다면 최근에는 종이책을 구매한다. SNS의 책 추천 카드뉴스를 참고하거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의 두께와 앞부분을 직접 살펴본 뒤 구매한다. 그는 "책에 밑줄 긋고 보는 것을 좋아해서 소장하게 됐다"고 했다.
교보문고는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젊은층의 독서 문화 확산을 꼽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독서를 하나의 취향으로 표현하고, SNS에서 공유하는 텍스트힙 현상과 필사·독서모임 등의 확산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서가 젊은층의 하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아가던 중 또 하나의 계기가 찾아왔다.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다.
김성신 평론가는 한강의 수상이 이미 형성돼 있던 독서 흐름을 크게 확산시킨 '트리거'로 작동했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만으로 붐이 일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래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에 독서를 새롭게 경험하고 그 가치를 발견한 흐름이 이미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한강의 수상이 더 큰 파급력을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통해 책을 읽고 책을 쓰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멋지고, 힙한 행위라는 것이 20대들에게 완전히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강의 수상은 독자의 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소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2001년생 A씨는 수상 이후 한강의 작품을 세트로 구매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완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2000년생 B씨도 당시 한강의 책 1~2권을 구매했다.
소설은 모두 1위…나이 들수록 만화 줄고 자기계발 늘어
교보문고가 2025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도서 구매 비중을 분석한 결과 소설이 25.7%로 가장 높았고, 만화(13.6%), 인문(13.2%)이 뒤를 이었다.
개별 도서 판매에서도 소설 강세는 뚜렷했다.
2020년 7월부터 2026년 6월까지 1997~2006년생의 생년별 판매 순위를 보면 양귀자의 '모순'이 2005·2006년생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1위에 올랐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정대건의 '급류'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분야별 구매 비중을 생년별로 들여다보면 연령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소설은 모든 연령에서 26.7~30.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만화와 자기계발은 나이가 들수록 반대 흐름을 보였다.
만화 비중은 2006년생 22.9%에서 2003년생 13.4%, 2000년생 11.0%로 대체로 낮아졌다. 반면 자기계발은 2006년생 2.9%에서 2003년생 3.9%, 2001년생 5.1%로 높아졌고, 2000년생은 9.8%까지 올랐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자기계발 분야의 비중이 높아지는 데 대해 사회 진출을 앞두거나 시작하면서 현실적인 고민이 독서에 반영되는 것으로 봤다. 김 평론가는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서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문학을 평소 즐겨 읽었다던 A씨는 "요즘은 시사상식이나 주식 책도 본다. 주변 사람들이 주식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학생 때는 여기저기서 듣는 게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시사상식 같은 것도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젊은층의 독서를 소설이나 '텍스트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독서를 문학 중심의 텍스트힙 현상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재미와 취향, 자기이해, 학업과 진로 등 다양한 관심이 반영된 독서로 보인다"며 "현재 자신의 고민과 맞닿는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고 해석하는 독서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6/08/21/NISI20260821_0002218248_web.jpg?rnd=20260821164013)
[서울=뉴시스]
젊어진 핵심 독자층…출판계도 젊어져야
특히 젊어진 독자층의 변화를 출판계가 제대로 받아내기 위해서는 출판계 내부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20대 출판인들, 젊은 출판인들이 출판 쪽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책을 읽은 사람들이 책을 쓰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 쪽으로도 유입된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계 내부의 20~30대 젊은 출판인들에게 감각이나 주도권이 빨리 넘어가야 한다"며 "대중과 호흡하고 출판사를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일은 젊은 세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출판계 전체가 세대교체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텍스트힙이 그걸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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