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산림 생태가치 고려, 제주 오름 보전"…정책토론회
등록 2026.08.27 13:19:21
정책토론회서 임재영 뉴시스 제주본부장 주제발표
"소극적 방식서 벗어나 적극적 관리체계 마련해야"
"역사적 근거 토대로 오름 이름 검증해야" 의견도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오름의 가치 재조명과 지속가능한 보전·관리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6.08.27. 0jeo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13_web.jpg?rnd=20260827113217)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오름의 가치 재조명과 지속가능한 보전·관리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6.08.27. [email protected]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와 제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7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 오름의 가치 재조명과 지속가능한 보전·관리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한라일보와 뉴시스 제주본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제주 오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지키자'를 주제로 오름 초지의 생태문화경관 보전과 오름 지명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임재영(지리학 박사) 뉴시스 제주본부장은 '제주 오름 초지의 생태문화경관 소실과 보전·관리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제주 오름 초지 상당 부분에 대해 자연과 인간, 가축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반자연초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자연초지는 자연적으로 자라는 초본식물을 기반으로 하면서 장기간 방목과 채초, 예초, 화입 등 비교적 낮은 강도의 인간 활동에 의해 형성·유지된 초지를 말한다.
임 본부장은 제주 오름 역시 화산지형과 기후·토양이라는 자연조건 위에서 소와 말의 방목, 촐베기와 띠 채취 등 주민들의 생활이 오랜 시간 이어지며 지금의 초지경관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 인간의 생업과 관습, 가축의 활동이 장기간 상호작용하면서 형성한 '생태문화경관'으로 규정했다. 초지를 단순히 나무가 없는 공간이나 과거 목축의 흔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유한 생물다양성과 목축문화, 장묘문화가 함께 축적된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숲이 늘어나는 것을 곧바로 생물다양성 증가로 보는 시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초지와 관목지, 산림, 습지 등 서로 다른 서식처가 모자이크 형태로 존재할 때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갈 수 있는 만큼 하나의 식생이 다른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대체하면 오히려 서식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주 동부 오름과 초원에 서식하는 피뿌리풀은 초지의 산림화가 자생지 감소의 주요 위협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오름의 산림화도 단순한 자연천이의 결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자연천이와 함께 과거 산림녹화·조림사업으로 만들어진 곰솔림의 확산, 방목과 채초 등 전통적인 토지 이용의 쇠퇴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아부오름은 과거 원형 분화구와 능선이 초지 위로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현재는 능선과 사면 상당 부분이 곰솔림으로 덮였다. 반면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 손지오름, 동검은이오름 등은 아직 초지 또는 초지와 산림의 모자이크가 남아 있어 선제적인 관리 가능성이 있는 사례로 제시됐다.
초지의 산림화는 경관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수목이 확산하면 초지성 식물과 곤충 등의 서식환경이 달라지고 소와 말이 다니던 길, 잣성, 물통 등 목축문화의 흔적도 숲에 가려진다. 오름 초지에 자리 잡은 산담 역시 주변의 열린 초지와 봉분, 돌담이 함께 드러날 때 제주 특유의 장묘경관으로서 의미가 뚜렷해진다는 분석이다.
주민과 토지소유자의 지속적인 관리에 비용을 지급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을 오름 초지 관리에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성과가 확인되는 곳은 자연공존지역(OECM) 후보지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 본부장은 결국 오름 초지 보전은 "숲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며 "방치하는 보전에서 목표를 정하고 관리하는 보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오름의 가치 재조명과 지속가능한 보전·관리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8.27. 0jeo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914_web.jpg?rnd=20260827113221)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27일 오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오름의 가치 재조명과 지속가능한 보전·관리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8.27. [email protected]
김 소장은 가메오름을 가마솥, 다랑쉬오름을 달, 빈네오름을 비녀, 활오름을 활, 북오름을 북과 연결하는 설명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이 같은 설명 자체는 문화적 전승으로 의미가 있지만 지명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의 역사적 어원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문헌에 기록된 한자를 현재의 뜻 그대로 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주 사람들이 사용하던 고유지명의 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한자의 음이나 훈을 빌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地尾峰(지미봉)'으로 쓰는 지미봉도 1432년 '세종실록지리지'에는 '只末山'(지미산)으로 기록됐고 이후 只未山·指尾山·地尾山(지미산) 등 여러 형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地尾'를 현재 한자의 뜻대로 '땅의 꼬리'라고 해석하기에 앞서 서로 다른 한자가 어떤 소리를 기록한 것인지를 먼저 추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연구단위도 개별 오름에서 '동일·친연 어근군'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제주 전역에 반복되는 비슷한 음형을 모아 고문헌의 이표기와 역사적 음운변화, 실제 지형을 함께 비교하면 과거 제주 사람들이 산과 봉우리, 마루와 능선, 골짜기와 벼랑, 화구와 평탄면 등을 어떤 언어로 구별했는지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문헌의 오름 지명을 전수조사하고 고령 주민의 실제 발음을 긴급 채록하는 한편 어근군 데이터베이스와 GIS를 결합한 '제주 역사지명 의미망'을 구축하는 '제주 오름 지명 원형복원 및 유래설 검증사업'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오름은 하나의 거대한 '잃어버린 제주어 사전'이자 '제주인의 자연분류 사전'으로 볼 수 있다"며 개별 오름의 이름을 풀이하는 차원을 넘어 제주인의 언어사와 자연인지체계를 복원하는 연구로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남근 제주도의회 의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토론에는 박찬식 전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 좌명은 오름연구소 올 사무국장, 고윤정 제주도 환경정책과 곶자왈생태관광팀장 등이 참여해 오름 초지의 관리와 주민 참여, 관련 제도 개선, 오름 지명 유래의 체계적인 조사·검증 방향 등을 논의했다.
좌명은 사무국장은 "나비는 생태지표종으로서 역할이 큰데, 제주에서 초지형 나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나비종을 보존시키기 위해선 서식지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데 산림화되고 있는 오름 상태에서 일정 규모는 초지 경관을 남겨두고 보존하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찬식 전 관장은 "오늘 오름의 지명에 대해서만 얘기를 했는데 제주도 전역 지명에 대한 집대성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도민뿐만 아니라 오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교육 자료나 제주를 찾는 사람에게 해설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고윤정 팀장은 "도는 오름을 제한하는 대상이 아닌 도민이 함께 지키고 누리는 환경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도민 참여 활성화가 중요하다. 발제 내용을 정책 수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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