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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자유무역 최선 아냐…韓 산업화식 '관리무역'이 대안"

등록 2026.09.02 11:49:54

장하준 런던대 SOAS 교수, IMF 계간지와 인터뷰

"무역 없이 발전 없지만 자유무역이 최선이란 의미 아냐"

한국·대만, 신산업 보호하면서 수출 지원해 외화 확보

美 산업정책엔 "기업 규율 없인 실패…노년판 유치산업 보호"


[서울=뉴시스] 사진은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지난 2023년 3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부키 제공) 2023.03.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사진은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가 지난 2023년 3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부키 제공) 2023.03.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미국발 관세 압박과 글로벌 통상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발경제학자 장하준 영국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대학원(SOAS) 교수는 자유무역이 경제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식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처럼 신산업 보호와 수출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의 '관리무역(managed trade)'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지난 1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간지 'Finance & Development(F&D)' 브루스 에드워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우선 장 교수는 "무역이 경제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과 자유무역이 경제 발전에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며 "이 둘은 다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제 견해로는 무역 없이 경제 발전은 없다"며 "무역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으로 경제를 특정 시점에 동결하는 것이고, 새로운 아디이어와 기술, 기계를 수입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장 교수는 무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모든 시장을 개방하는 자유무역의 우월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유무역 경제학자들이 벌인 가장 큰 눈속임은 사람들에게 무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 뒤, 국제무역의 가장 좋은 형태가 자유무역이라고 주장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 '관리무역'이라고 부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대만, 산업 보호하면서 수출 역량 키워"

장 교수가 제시한 관리무역은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해외의 성숙한 산업과 경쟁하기 어려운 신산업을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수출 역량을 함께 키우는 방식이다.

한국과 대만은 관세와 보조금 등을 통해 자국 산업이 투자하고 생산성을 높일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출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대표 사례로 꼽혔다.

장 교수는 "한구과 대만은 수출을 통해 충분한 외화를 벌지 못하면 경제 발전에 필요한 최신 기계와 기술을 수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수출 산업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신산업에는 보호주의가 필요하지만 수출 역량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 대만뿐 아니라 과거 영국과 미국 등 현재의 선진국들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관세와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영국 등 유럽 국가를 추격하던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세계에서 보호 수준이 가장 높은 경제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개발도상국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일정 기간 보호주의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는 다른 정책 수단과 마찬가지로 잘못 사용될 수 있다"면서도 "일부 국가가 과도한 보호정책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관세 자체가 나쁜 정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보호만으로는 부족…지원받은 기업 규율해야"

장 교수는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산업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사회자 질문에 관세와 보조금을 통한 산업 보호만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명확한 성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치산업 보호를 자녀 교육에 빗대 "아이를 노동시장으로 내보내지 않고 학교에 보내더라도 아이가 공부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반시설과 수출 마케팅 등 개별 기업이 마련하기 어려운 여건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원받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규율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장 교수는 현재 미국의 산업정책을 이른바 '노인판 유치산업 보호'에 비유하며 "정부가 기업에 보호와 보조금을 제공해 산업 역량을 재건하도록 하더라도 기업이 노력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고 지원 대상 기업을 규율하지 않으면 산업정책에 나쁜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 교수는 정치경제학 및 개발경제학 분야의 권위자로, 경제 발전과 산업 정책에 관한 분석을 통해 학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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