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관은 떠나고 대만관은 각인됐다…광주비엔날레 ‘회색지대’의 역설
등록 2026.09.05 15:06:59수정 2026.09.05 15:38:24
명칭 논란·정치검열 비판에 예술계 연대 확산
중국관 결국 철수…‘대만 파빌리온’ 5일 개막
AI·감시·냉전·정보전 다룬 전시도 호평 받을 만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서 11월15일까지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4일 오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 ‘인스턴스 던전: 회색 지대(Instance Dungeons: Gray Zone)’ 개막식에서 관계자가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15일까지 열린다. 2026.09.05.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098_web.jpg?rnd=20260905144708)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4일 오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 ‘인스턴스 던전: 회색 지대(Instance Dungeons: Gray Zone)’ 개막식에서 관계자가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15일까지 열린다. 2026.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중국관은 떠났고 대만관은 남았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불거진 ‘대만 파빌리온’ 명칭 논란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하나의 중국’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과 검열 논란에 국내외 예술인들의 연대가 이어졌고, 중국관은 결국 철수했다.
반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만관은 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예정대로 개막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해 총 28개 파빌리온을 선보인다. 그 가운데 개막 전부터 가장 뜨거운 이름은 역설적으로 ‘대만관’이 됐다.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대만의 존재를 국내외 미술계에 선명하게 각인시킨 셈이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관 쑤후이위 우주 전사들과 디지그레이브 영상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115_web.gif?rnd=20260905150605)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관 쑤후이위 우주 전사들과 디지그레이브 영상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더욱 절묘한 것은 전시 내용이다.
대만관의 제목은 ‘인스턴스 던전: 회색 지대(Instance Dungeons: Gray Zone)’. 대만이 놓인 지정학적 ‘회색지대’를 냉전과 백색테러의 기억, AI와 감시 기술, 정보전과 가짜정보를 통해 들여다본다.
전시가 다루는 정치와 권력, 지정학의 문제가 개막을 앞두고 현실에서 그대로 벌어졌다.
“우리는 흑과 백, 진실과 허구, 자유와 통제, 기술과 인간의 인식이라는 단순한 구분만으로는 점점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대만관은 개막식에서 “개인의 경험과 정치적 현실은 서로 다른 의식의 공간에서 겹쳐진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 다른 시스템과 서사를 마주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의미를 찾고 있다”고 했다.
전시가 말하는 ‘회색지대’가 전시장 밖에서 먼저 현실이 됐다.
하지만 논란만으로 주목받기에는 전시 자체가 아깝다.
대만 작가 8팀이 참여한 전시는 AI와 게임, 영화, 아카이브, 인터랙티브 설치를 능숙하게 끌어들인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기술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감각적 경험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 뒤 질문을 던진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관 루안바이위안의 그라인딩- tw.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103_web.jpg?rnd=20260905145033)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관 루안바이위안의 그라인딩- tw.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대만관 전시 전경. '그라인딩- tw' 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102_web.jpg?rnd=20260905144900)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대만관 전시 전경. '그라인딩- tw' 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
AI가 실제 군사기지를 게임 속 전쟁터로 오인
작가는 대만 냉전 시기의 군사시설과 전쟁 관련 온라인 아카이브, 폐허 기록과 사진 등을 생성형 AI에 입력했다.
그런데 AI 모델은 실제 전쟁 유적과 ‘카운터 스트라이크’, ‘콜 오브 듀티’, ‘하프라이프’ 같은 1인칭 슈팅게임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
AI가 실제 전쟁의 흔적을 게임 속 전쟁터로 오인한 것이다.
작가는 그 오류를 작품으로 끌어들였다. AI가 현실과 가상을 뒤섞으며 재구성한 대만 군사기지는 출구 없는 ‘무한 던전’으로 변한다.
정세위의 ‘빛의 추적(Traced)’에서는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 AI와 컴퓨터 비전, 실시간 인체 추적 기술을 이용해 관람객이 움직이는 곳마다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붙는다.
감시가 ‘목격’이라는 시적 행위로 바뀌는 동시에 섬뜩한 질문을 남긴다.
기계가 우리 대신 ‘본다면’ 인간의 판단은 어디에 남는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과 리이판 ‘important_message.mp4’ 영상 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105_web.jpg?rnd=2026090514515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과 리이판 ‘important_message.mp4’ 영상 작품. *재판매 및 DB 금지
“무엇이 진짜인가”…AI 시대의 정보와 공포
“무엇이 진짜인가?”
영화 ‘매트릭스’의 질문에서 출발해 온라인 음모론과 가짜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를 파고든다. 정보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불러일으킨 공포와 욕망까지 가짜라고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쑤후이위의 ‘우주 전사들과 디지그레이브’는 1980년대 대만에서 일본 특촬물을 모방해 제작했던 SF 드라마를 AI와 영상으로 다시 호출한다. 동아시아의 집단주의와 대중매체, 가부장제의 기억을 뒤섞는다.
장원쉬안은 ‘데이터 용량 초과’를 통해 한국전쟁과 대만 백색테러의 기억을 정보 과부하의 문제와 연결한다.
쉬저위와 천완인의 ‘작은 집 a’는 대만이 과거 핵무기 원료를 비밀리에 제조했던 시설의 기억을 추적한다.
전시에는 정세위, 루안바이위안, 쉬저위·천완인, 쑤후이위, 리이판, 린위량, 정팅팅, 장원쉬안 등 8팀이 참여했다. 천상원과 린샤오위가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관 장원쉬안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108_web.jpg?rnd=20260905145443)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대만관 장원쉬안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대만관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9/05/NISI20260905_0002231109_web.gif?rnd=20260905145522)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대만관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지우려던 이름, 오히려 선명해졌다
국가와 국경, 냉전과 지정학, 보이지 않는 통제와 개인의 선택을 다룬 전시가 정작 자신의 이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한가운데 놓였다.
그러나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검열 논란과 예술인들의 연대, 중국관 철수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대만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을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선명한 이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
논란이 대만관을 보게 했다면, 이제 관객을 붙잡는 것은 작품이다. 정치적 논란을 걷어내고 봐도 전시는 힘이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15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