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12·3 계엄 정당' 문자 받고 억장 무너져…소설에 담았죠"[문화人터뷰]
등록 2026.09.19 09:00:00수정 2026.09.19 09:04:43
성혜령, 두번째 소설집 '대부호' 출간
평일엔 게임회사 직장인·주말에 집필
"들끓는 감정·미해결 문제에서 출발"
"내 삶을 잠시 잊게 하는 소설 쓰고싶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소설집 '대부호'를 출간한 성혜령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18.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21437342_web.jpg?rnd=20260914220954)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소설집 '대부호'를 출간한 성혜령 작가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기용 기자 = 성혜령(37) 작가의 이야기는 여전히 내면에서 출발한다. 2024년 첫 소설집 '버섯 농장' 이후 2년 만에 소설집 '대부호'(문학동네)를 펴내며 자신의 세계를 지속해서 넓혀간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성혜령은 "첫 번째 소설집을 모아놓고 봤을 때 아쉬운 점이 더 많았고 이야기들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며 "나름의 반성을 거치며 두 번째 소설집에 실린 글을 쓸 때는 인물들을 좀 더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잘 정리하는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지난 소설집에서 청년 세대의 불안과 분노를 서늘하게 담았다면 이번 소설집은 더 사적이다. 가족, 친구, 애인 등 '나'와 가까운 존재를 다루지만 대체로 비관적이거나 스스로의 불안에 갇혀 있다.
성혜령은 "소설집을 엮어놓고 생각해 보니 모든 인물이 부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이 같은 설정에는 개인적인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 10대 시절 오랜 암투병 생활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웠다. 남들과 다른 상황에 처한 현실은 10대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빨리 다가온 현실이었다. 세상에 수많은 일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마음이 자리에 깊숙하게 자리했다.
이럴 때마다 자신을 견디게 해준 것은 소설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웠지만 더 좋은 친구가 된 것은 투병 생활 중이었을 때다. 성혜령은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은 아프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프기 전에는 집필의 욕망이 직업으로 삼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와 다른 상황에 처한 소설 속 인물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안겼고, 잠시 본인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항구였다. 작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잠깐 자신의 삶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의 출발에 대해서는 "속에서 들끓는 것들, 잘 해소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감정이나 문제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소설집 '대부호'를 출간한 성혜령 작가가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14.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21437345_web.jpg?rnd=20260914220953)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소설집 '대부호'를 출간한 성혜령 작가가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14. [email protected]
표제작은 불의의 사고로 아빠와 오빠를 잃어 딸과 엄마만 남겨진 상황이 배경이다. 모녀 사이의 관계는 균열이 점점 커졌고, 이 간극은 딸이 정치 선동 유튜브에 빠져 시위까지 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극대화된다.
작품의 소재 역시 작가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성혜령은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12·3 비상계엄은 정당하다'는 문자를 받았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사회적인 주제를 탐구하려고 하지 않지만, 어떤 뉴스가 개인에게 다가오는 파장은 각기 다르죠. 엄마의 장문 카톡은 스스로에게 일어난 파장을 무시하기 힘들었어요."
카드 게임인 대부호는 대부호와 대빈민이라는 두 개의 계급이 존재한다. 서로 더 높은 숫자의 카드를 제시하며 카드를 없애는 게임이지만, 같은 숫자 카드 4장을 한 번에 낼 때 '혁명'을 외치면 계급이 바뀌면서 판도가 달라진다. 간극을 좁힐 수 없는 모녀가 유일하게 상황이 전복되는 것을 이 게임으로 작가는 보여준다.
성혜령은 "정치적 견해나 사상은 바꾸기 어렵다"고 말하며 60년대생 어머니와 80년대생인 본인이 한국 정치사의 명암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게임에서라도 서로가 전환하고 전복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적 소재는 단편 '독재자의 오른팔'에서 이어진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고문관이었던 노인과 간병인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단순한 선악 구도나 응징의 서사를 벗어난다. 특히 간병인, 노인, 노인의 딸 등 세 인물의 시점이 교차로 전개되면서 과거의 행위를 옹호하지 않되 개개인의 입장을 대변한다.
작가는 "역사적 악인에게 변명해 주고픈 마음은 없지만, 개인을 특정 상황에 놓이게 만든 숨겨진 맥락과 역사는 알 필요가 있다"며 "숨겨진 맥락을 인물을 통해 개인이 가진 역사적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을 이번에 느꼈다"고 말했다.
단편 '하악'에서는 인간의 나약하고 악한 면을 스스로 깨닫는 모습이 그려진다. 장애인 동생과 조카를 돌보다 포기하는 인물의 여정은 점차 자신이 이기적인 존재임을 깨닫는다. 작가 역시 자아 성찰할 때 못된 점을 먼저 떠올린다고.
성혜령은 "나 스스로를 들여다볼 때 이기적이고 나약한 면을 먼저 발견하듯, 인물이 통과하는 과정 끝에 스스로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순간을 담고자 했다"며 "소설을 통해 인물이 무언가를 깨닫는 점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소설집 '대부호'를 출간한 성혜령 작가가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14.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14/NISI20260914_0021437340_web.jpg?rnd=20260914220954)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소설집 '대부호'를 출간한 성혜령 작가가 1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9.14. [email protected]
성혜령은 실은 전업 작가는 아니다. 평일에는 게임회사의 직장인으로 일하고, 주말마다 정해진 루틴에 맞춰 소설을 쓴다.
개인의 일상을 살며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소설이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작가가 그래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쓰려는 사람이 (독자에게) 느껴졌으면 한다"고 답했다.
또 여전히 우리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인물의 다양한 면을 소설로 표현하고 싶다는 점을 전했다.
"이 세상에는 많은 나쁜 일과 불행이 있습니다. 그 불행을 맞닥뜨렸을 때 인물이 어떻게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다시 삶에 적응하며 관계를 변화시켜 나가는지 그 대응과 태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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