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우린, 늦출 여유 없다"…美 속도조절론 속 '韓 AI' 반격 카드[AI감속론③]

등록 2026.09.19 08:00:00수정 2026.09.19 08:30:23

배경훈 "선두국과 추격국 감속은 다른 문제"…AI 예산 9.4조·GPU 1만장 투입

AI기본법·글로벌 안전협력 병행…네이버·SKT·LG·카카오도 안전체계 강화

美 감속 현실화하면 추격 기회…'속도·안전' 함께 잡는 프론티어 전략 시험대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2.3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2025.12.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최첨단 인공지능(AI)의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AI 감속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선택은 다르다. 아직 글로벌 선두를 추격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속도를 낮출 여유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개발과 투자는 더 빠르게 밀어붙이되 AI가 강력해질수록 안전장치도 함께 촘촘하게 쌓겠다는 '가속+안전' 전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선두기업들이 감속론을 실제 개발 속도 조절로 옮길 경우 한국에는 기술격차를 줄일 시간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추격 속도와 위험관리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선두국과 추격국은 다르다"…정부, AI 투자 더 늘린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미국발 AI 감속론에 대해 "이미 앞서있는 나라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추격하면서 시장을 만드는 나라는 완전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배 부총리는 "우리는 지금 AI 속도를 늦출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자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비전언어모델(VLM), 비전언어행동모델(VLA)로 영역을 넓히고,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프런티어 AI 역량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투자 계획 역시 '가속'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도 AI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84.3% 늘어난 9조4211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최상위 AI 모델 및 관련 핵심기술 확보에 5조5937억원을 투입한다. 독자 AI 모델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GPU 1만장 지원도 추진한다.

현재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등 3개팀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글로벌 최상위권을 겨냥한 프론티어 AI 개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배 부총리는 독파모의 다음 단계와 한국형 프론티어 AI 개발 방향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가속 페달 밟되 '브레이크'도…오픈AI·앤트로픽과 안전 협력

속도를 높인다고 안전 문제를 뒤로 미루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배 부총리는 AI 연구개발과 산업 활용에는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되 위험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브레이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도는 경쟁력이고 안전은 지속가능성"이라는 게 정부가 제시한 방향이다.

제도적 기반으로는 지난 1월 시행된 AI기본법이 있다. 모든 AI 개발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대신 고영향 AI와 생성형 AI 등에 위험관리·투명성 의무를 두고, 일정 기준 이상의 최첨단 AI에는 별도의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프론티어 AI 기업들과의 안전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AI안전연구소는 지난 6월 오픈AI와 고위험 분야 AI 안전성 평가 방법론을 공유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과기정통부는 앤트로픽과도 한국어 맥락에서의 AI 모델 위험 평가와 자율형 AI 에이전트 레드팀 평가, 사이버보안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AI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위험을 발견하고 통제할 능력도 함께 확보하겠다는 접근인 셈이다.
[서울=뉴시스]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안전성 체계 'ASF 2.0'을 발표하며 관리 범위를 확대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네이버가 인공지능(AI) 안전성 체계 'ASF 2.0'을 발표하며 관리 범위를 확대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SKT·LG·카카오도 안전망 강화…'빠르면서도 안전하게'

주요 국내 기업들도 개발 경쟁을 이어가는 동시에 서비스 전반에 안전장치를 채우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AI 안전성 체계 'ASF 2.0'의 적용 사례를 담은 첫 리포트를 냈다. 위험 요소를 110개 세부 항목으로 나누고 서비스 전 과정에 안전 체계를 적용했다.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가 결제나 예약 등 실제 행동에 나서기 전 이용자의 최종 승인을 받는 메시징 표준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제안했다. AI의 행동 범위가 넓어져도 인간의 최종 통제권을 남겨두려는 구상이다.

LG AI연구원은 모든 연구 과제에 AI 윤리영향평가를 적용하고 226개 위험 항목을 담은 자체 체계 'K-AUT'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 역시 '카나나 세이프가드'와 레드티밍 시스템을 구축해 주요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발 감속론은 변수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선두기업들이 안전 검증을 이유로 실제 개발 속도를 낮춘다면 후발주자인 한국에는 상대적 기술격차를 좁힐 시간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프론티어 AI의 위험성이 커질수록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안전 기준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앞선 국가의 감속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추격과 안전 역량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더 빠른 AI'와 '더 안전한 AI'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느냐가 한국형 프론티어 AI 전략의 다음 시험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