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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차에도 상자 안 맞아"…낯선 과제 맞선 기능올림픽 선수들

등록 2026.09.27 12:00:00수정 2026.09.27 12:10:23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 출전 선수 인터뷰

[세종=뉴시스] 사진은 상하이기능올림픽 선수단 모습. 왼쪽 위부터 그래픽디자인 권이겸, 전기제어 배신욱, 의상디자인 최보란, 용접 안창용, 자동차정비 김대성, 타일 염정민 선수.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사진은 상하이기능올림픽 선수단 모습. 왼쪽 위부터 그래픽디자인 권이겸, 전기제어 배신욱, 의상디자인 최보란, 용접 안창용, 자동차정비 김대성, 타일 염정민 선수. (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 상하이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은 연습 때와 다른 과제와 재료를 경기장에서 마주했다. 예상보다 일찍 나온 패키지 제작 과제에 맞춰 작업 순서를 바꾸고, 이미 만든 옷을 해체해 제한된 시간 안에 다시 디자인했다. 용접에 쓰는 철판과 전기제어 자재도 낯설었다. 선수들은 각자 익힌 기술을 토대로 현장에서 대응했다.

지난 26일 진행된 선수 인터뷰에서 그래픽디자인 종목의 권이겸 선수는 메달을 담는 상자 제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평소 셋째 날에 나오던 패키지 디자인이 둘째 날에 나왔고, 자연이나 음식 관련 포장 상자를 주로 만들었던 연습 때와 주제도 달랐다.

권 선수는 국제기능올림픽의 파란색과 상하이를 떠올리게 하는 빨간색을 섞어 디자인을 완성했다. 메달이 45도 각도로 보이도록 상자를 설계하고 설명지를 만든 뒤 출력물을 직접 자르고 접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1㎜라도 오차가 생기면 바로 틀어져서 그 박스가 안 맞아"라며 설계부터 조립까지 앞선 작업의 정확성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셋째 날에는 연습해보지 않은 신문 형태의 책자 제작 과제도 나왔다. 권 선수는 "텍스트가 너무 많은 거예요. 지금까지 해 본 적이 없었는데"라며 당황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과제를 완성했지만 디자인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넷째 날에는 앞선 작업의 아쉬움 때문에 처음으로 크게 긴장했다고 했다.

의상디자인 종목의 최보 선수에게는 둘째 날 만든 치마를 다시 해체해 디자인 요소를 더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새 옷을 만들 것으로 준비했던 최 선수에게 기존 옷을 고쳐야 하는 과제는 예상 밖이었다.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는 시간도 15분이었다.

최 선수는 꽃무늬 원단을 꽃 모양대로 자르지 않고 통째로 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원단을 잘못 자르면 실이 풀릴 수 있어 마무리 과정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가장 창의적이게 가장 자신 있는 디자인으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정비 종목의 김대성 선수는 차량의 고장 증상을 받아 제조사 지침에 맞게 점검하고 수리했다. 처음 보는 제조사의 차량에도 대응하기 위해 부품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를 익혔다고 했다. 대회장에서는 연습 때와 브랜드·장비·환경이 달랐다.

김 선수는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건 되게 쉽지 않다고 느꼈고"라며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고장 증상이 주어지면 지침서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 방식으로 과제를 풀었다. 평소 주말에도 9~10시간씩 연습했으며, 낯선 제조사의 부품 명칭을 공부할 때는 AI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경기 중 심사위원의 개입을 두고 불편했던 경험도 전했다. 김 선수는 자신이 작업하려 할 때 심사위원이 하지 말라고 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제가 좀 불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반면에 저를 좀 편하게 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라고 설명했다. 해당 심사위원의 국적은 인터뷰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타일 종목의 염정민 선수는 처음 도면을 받았을 때 훈련하며 만들었던 작품과 비슷해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진행되는 나흘 동안에는 치수를 잘못 계산해 재가공하거나 앞선 작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염 선수는 인터뷰에서 "그런 실수들, 자잘한 변수들이 생겨도 어떻게든 한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미리 겨뤄본 전지훈련 경험도 긴장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과제를 완성한 뒤 "지금까지 훈련하면서 나온 결과물 중에서 제일 잘 나왔다"고 평가했다.

용접 종목의 안창용 선수는 훈련 때 사용한 철판과 느낌이 다른 재료를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용접을 하다가 멈추고 한 30초 정도 숨 쉬고 물 한잔 먹고 리셋 했다가 다시 용접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고 당시의 대응을 설명했다. 여러 용접 방식을 수행해야 하는 경기인 만큼 순간마다 작업 상태를 판단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안 선수는 경기기계공고 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용접을 시작했다. 전국기능대회 입상 뒤 삼성중공업에 입사했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아침 8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훈련했다고 말했다.

전기제어 종목의 배신욱 선수는 히터와 램프, 전동 셔터, LED 등을 제어하는 전기배선을 만들었다. 처음 접하는 자재도 있었지만 배 선수는 인터뷰에서 "저만 처음 해보는 게 아니고 많은 선수들이 다 처음 해보는 거니까 괜찮았다"고 말했다.

배 선수는 개최국인 중국의 자재가 많이 쓰여 중국 선수를 의식했다고 설명했다. 나흘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작업이 늦어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결과물이 훈련 때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프로그램을 시험했을 때 설비가 모두 작동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병훈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상하이 기자간담회에서 "기능올림픽 64개 종목 중에 한국이 50개 참여하고 14개 종목은 참여를 못했어요"라며 참가하지 못한 분야에서도 젊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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