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AI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손길…돌봄을 돌아볼 때[기자수첩]

등록 2026.10.09 12:00:00

AI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손길…돌봄을 돌아볼 때[기자수첩]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서비스를 연계해 드리는 것 뿐이지 새로운 서비스를 더 해 드리는 건 아니에요."

통합돌봄 신청 접수 담당자의 말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돌봄 정책의 현 주소와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1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사회는 전례 없이 가파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국가적 돌봄 체계는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오랜 기간 돌봄 부담을 홀로 짊어지다 한계에 봉착한 끝에 일가족이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잊을 만하면 반복된다.

돌봄 문제는 비단 노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피터팬 아빠' 전경철씨의 사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후 관심이 커진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돌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공립어린이집 입소와 아이돌봄 대기가 길다는 뉴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등 외견상으로는 다양한 돌봄 제도가 작동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돌봄의 주된 책임은 개인과 가족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 공적 돌봄은 가족의 일과 시간을 메우는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돌봄 서비스의 공급 주체가 대부분 민간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나친 가격 및 수주 경쟁 속에서 현장 인력의 처우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이는 청년층 인력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결국 돌봄 현장에는 어르신이 또 다른 어르신을 돌보는 '노노케어'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여성 위주로 공급이 일상화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딩크족이나 비혼주의 확산, 1인 가구 급증 등 가치관과 가족 구조의 변화로 전통적인 가족 내 돌봄 기능은 빠르게 약화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반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려는 재가 돌봄의 요구는 사회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가족이 맡던 역할을 대신할 공적 돌봄의 책임과 필요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시대이지만 돌봄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라 대체도 쉽지 않다. AI 기술로 위기 징후를 포착하더라도 누군가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데리고 화장실을 가야 하고 씻기고 몸을 닦아주어야 하며 식사를 준비해 입에 넣어줘야 한다. 이른 시간 내에 로봇 기술이 대신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제는 미봉책에 그치는 임시방편식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돌봄 정책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공적 돌봄의 범위를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철학을 정립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확충과 인프라 구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지속 가능한 예산 확보 방안을 냉철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