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부산영화제 덕에 지금까지 먹고 살고 있어요"
등록 2026.10.10 11:33:40
신작 '실낙원' 부산영화제 갈라 초청 돼
2011년 '돼지의 왕' 부산서 3관왕 주목
"그때 제 인생이 바뀌는 건가 싶었어요"
"AI 소재 인간 심연 들여다보고 싶었죠"
제작비 5억원 초저예산, 14회차 촬영
김현주 "오히려 더 몰입해서 연기했다"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0/NISI20261010_0021483077_web.jpg?rnd=20261010094856)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 손정빈 기자 = "부산영화제 덕에 지금 제가 먹고 사는 거죠."
연상호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가진 연출가다. 연 감독이 이름을 알린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은 2011년 16회 부산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3관왕에 오르며 큰 주목을 받았고, 그 해 11월에 개봉해 독립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만9000명을 끌어모으며 영화계에 충격을 줬다. 이때 성공이 또 다른 애니메이션영화 '사이비'(2013)로 이어졌고, 그렇게 1000만 영화 '부산행'(2016)까지 가게 됐다.
연 감독은 올해 부산영화제에 신작 '실낙원'을 가지고 왔다. '실낙원'은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그는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엄청난 행운이었다. 당시 심사위원들께 아직도 너무나 감사드리고 있다"고 했다.
"'돼지의 왕' 전에 단편 몇 편을 만들었는데 잘 안 됐어요. 모든 창작자들이 그렇듯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게 직업이 됐으면 했는데 잘 안 된 거죠. 그래서 '돼지의 왕'이 부산에 초청됐을 때도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돼지의 왕'이 부산에서 첫 상영을 한 뒤에 내려왔는데, 뱃지를 받으러 갔더니 뱃지 주시는 분이 '돼지의 왕'을 만든 연상호 감독이냐고 묻더라고요. '돼지의 왕'이 난리가 났다고요. 뭔가 공기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인생이 바뀌는 건가' 싶었죠.(웃음)"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0/NISI20261010_0021483074_web.jpg?rnd=20261010094856)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email protected]
'돼지의 왕'을 발판 삼은 연 감독은 이후 십수년 간 국내 감독 중 단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 그가 연출한 영화만 10편, 시리즈는 3편이다. 여기에 그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제작을 한 작품, 연 감독이 쓰고 그린 만화 등을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도저히 한 사람이 다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작업량이다. 그러면서도 연 감독은 '돼지의 왕'으로 보여줬던 이야기꾼으로서 재능, 음울과 모호에서 오는 낯섦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부산에 가지고 온 '실낙원'도 바로 그런 작품이다. 연 감독이 앞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연 감독 어머니가 쓴 연습장 세 페이지 짜리 글에서 시작했고, 연 감독 원안을 가지고 오성은 작가가 쓴 소설 <블랙 인페르노>로 나아갔다가 다시 '실낙원'이란 영화로 돌아왔다. 그는 "소설에선 블랙 인페르노라고 불리는 절벽을 통해 인간 심연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이번엔 AI(인공지능)를 통해 그 심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낙원'은 아들을 잃은 엄마에 관한 영화.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에게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9년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류소영은 아들을 잃은 뒤 AI안경을 통한 증강현실로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아들과 평화로운 삶을 산다. 그러다가 잃어버렸던 아들이 성인이 돼 돌아오게 된다. 연 감독은 "AI라는 소재에 존 밀턴의 <실낙원>을 끌어들여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왼쪽 두번째)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0/NISI20261010_0021483080_web.jpg?rnd=20261010094856)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연상호 감독(왼쪽 두번째)이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email protected]
"AI는 인간 보편성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죠. 재미는 건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인간적인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AI라는 보편성의 철옹성의 반대편에서 인간다움, 인간의 불완전함, 이해할 수 없음 같은 인간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더 생각하는 거죠. 밀턴의 <실낙원>은 르네상스 시기를 조금 지난 뒤에 나온 작품이긴 하지만 역시나 인본주의를 바탕에 두고 있어요. 낙원이라는 완벽한 곳에서 추방된 뒤 불완전한 곳에서 비로소 정체성을 가진 인간들, 그런데 그 인간들은 영원히 그 낙원을 그리워한다는 아이러니 말이죠. 영화 '실낙원'은 그런 얘기입니다."
'실낙원'은 초저예산 영화다. 지난해 순제작비(홍보 비용 등을 제외하고 영화를 만드는 데만 쓴 비용) 2억원으로 만든 작품 '얼굴'로 108만명을 불러 모으며 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는 연 감독은 이번에도 순제작비 약 5억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얼굴'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웃음) 아내가 너무 충동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죠. 그렇게 김현주 배우에게 우발적으로 대본을 보냈고 김현주 배우도 하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부산에 와서 보니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충동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경험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김현주가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10/NISI20261010_0021483079_web.jpg?rnd=20261010094856)
[부산=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김현주가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0.10. [email protected]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우 김현주는 연 감독과 함께 충동적으로 협업을 하게 된 게 오히려 '실낙원'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러닝타임이 100분인 이 작품은 14회차 촬영으로 완성됐다. 김현주는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해야 해서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분은 너무 타이트한 촬영이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그 타이트함이 연기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물론 류소영이란 인물의 감정의 끝으로 내려가야 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시간도 없었죠. 그러다 보니까 류소영을 연기한다기보다는 류소영 그 자체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애니메이션으로 부산에서 주목 받으며 성장한 연 감독은 또 한 번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는 "만약 하게 된다면 이번엔 독립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더 상업적인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워낙 폭이 넓어서 어떤 이야기를 어떤 형태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진 않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얘기는 여러 군데와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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