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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용암 사이 붉은 흙의 비밀…"중국·몽골서 날아온 황사 흔적"

등록 2026.10.14 10:16:29

세계유산본부·국립경국대 공동연구…국제학술지 게재

빙하기 기후·화산활동 흔적 보존…제주 자연환경 변화 추적 단서

[제주=뉴시스] 제주시 한천 중류에 드러나 있는 용암층 하부의 붉은 실트층. (사진=제주도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제주시 한천 중류에 드러나 있는 용암층 하부의 붉은 실트층. (사진=제주도 제공) 2026.10.14.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 용암층 사이에 끼어 있는 붉은 흙이 중국과 몽골 등에서 날아온 황사 물질과 제주 화산물질이 섞여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흙층에는 과거 제주 기후와 화산활동의 흔적도 남아 있어 수만 년 전 자연환경을 확인하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국립경국대학교 정기영 교수 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붉은 퇴적층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쿼터러니 사이언스 리뷰(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진은 제주 해안 저지대부터 중산간, 한라산 고지대까지 용암층 사이에서 발견되는 붉은 퇴적층을 대상으로 광물과 지구화학 조성, 입자 크기, 풍화 정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붉은 흙층은 중국 북서부와 몽골 남부 등 아시아 건조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이동해 온 먼지와 제주 화산물질이 함께 쌓여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 화산활동이 멈춘 시기에 대륙에서 날아온 먼지와 화산물질이 지표에 쌓였고, 이후 다시 분출한 용암이 이를 덮으면서 지하에 보존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퇴적층을 '붉은 실트층(Red Silt)'으로 명명했다. 실트는 모래보다 입자가 작고 점토보다는 큰 미세한 흙을 말한다.

붉은 실트층에 남아 있는 광물의 풍화 정도를 분석하면 퇴적 당시의 기후도 추정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춥고 건조했던 시기에 쌓인 흙층은 풍화 정도가 약한 반면 따뜻하고 습윤했던 시기에 형성된 퇴적층에서는 광물의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의 한 채석장에서 확인된 붉은 실트층은 약 1만5000년 전보다 앞선 빙하기에 주로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한랭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쌓인 퇴적물은 약 1만5000년 전 새로운 용암이 분출하면서 그 아래 묻혔다. 용암과 가까운 흙층 상부는 약 750~900도, 아래쪽은 550도 이하의 열을 받은 흔적이 확인됐다.

붉은 흙의 색깔은 용암의 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뜨거운 용암이 퇴적층을 덮으면서 점토광물이 분해되고 철 성분을 포함한 적철석이 형성돼 붉은색이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붉은 실트층은 단순한 토사층이 아니라 화산활동의 휴지기, 아시아 먼지 유입, 기후변화, 용암에 의한 열변질 과정을 함께 기록한 지질 아카이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비교적 낮은 고도와 지표 가까이에서 확인되는 붉은 실트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앞으로 한라산 고지대와 지하 깊은 곳의 시추코어에서 추가 자료를 확보해 제주의 오래된 화산활동과 기후환경 변화를 추적할 계획이다.

김형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 용암 사이에 보존된 붉은 흙층은 과거 제주에 쌓인 황사와 당시의 기후, 이후 화산활동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귀중한 자연자료"라며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확대해 제주의 자연자원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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