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자는 동안 AI가 주식 거래?…美슈왑, 허가 안 된 AI 계좌접속 차단

등록 2026.10.19 17:48:46

클로드 계좌 연결은 일부 허용…향후 AI 거래도 고객이 조건 정해야

챗GPT가 가장 친한 친구인 고객도 큰돈 결정은 인간 상담사 찾아

[서울=뉴시스]인공지능 클로드 로고. 2026.8.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인공지능 클로드 로고. 2026.8.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대형 증권사 찰스슈왑이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외부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고객 계좌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고객 대신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되더라도, 고객이 정한 기준을 벗어나 마음대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릭 워스터 찰스슈왑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워스터 CEO는 AI 에이전트가 고객 계좌에 직접 로그인하지 못하도록 이미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다만 외부 AI와의 연결을 모두 금지한 것은 아니다. 슈왑은 일부 투자자가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자신의 증권계좌에 연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앞으로 수개월 안에 이 기능을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가 허용한 방식으로 AI를 계좌에 연결하는 것과 외부 AI가 직접 로그인해 계좌를 관리하는 것은 구분된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지난주 외부 AI 에이전트의 고객 계좌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회사들이 AI의 계좌 접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AI가 기존 금융업의 수익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메타가 AI 에이전트 '뮤즈'를 출시한 뒤 AI가 재무상담과 고객 자금관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당시 찰스슈왑 주가는 6% 넘게 떨어졌고, 레이먼드제임스파이낸셜과 LPL파이낸셜 등 다른 금융회사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우려는 AI가 고객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계좌로 자동으로 옮기는 상황이다. 이런 자금 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면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현금을 활용해 얻던 이자수익 등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워스터 CEO는 AI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 이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고객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현금을 계좌에 방치하고 있다는 가정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들이 현금을 보유하거나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워스터 CEO는 최근 만난 한 고령 여성 고객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오픈AI의 챗GPT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불렀다. 하루 종일 챗GPT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잘 자라는 인사까지 건넨다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돈 문제를 결정할 때는 챗GPT가 아닌 찰스슈왑의 인간 재무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워스터 CEO는 이 사례를 통해 AI가 일상적인 정보 제공과 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도 큰돈이 걸린 판단에서는 인간 상담사를 찾는 고객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WSJ에 "기술을 사용하는 데 매우 익숙한 고객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다수는 앞으로도 사람과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스터 CEO 역시 AI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봤다. AI를 활용하면 시장과 개별 종목에 관한 정보를 더 쉽게 조사할 수 있고, 금융 관련 조언을 얻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찰스슈왑은 최근 주식 시세와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자체 AI 비서 '찰리(Charley)'를 공개했다.

앞으로는 찰리가 고객이 슈왑 웹사이트나 앱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전반을 수행하도록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워스터 CEO는 AI에 완전한 자율권을 주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AI가 고객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고객이 사전에 정한 구체적인 조건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AI 자동매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일부 경쟁사와 차이가 있다. 최근 미국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AI가 고객을 대신해 주식과 옵션 등을 거래할 수 있는 도구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전문 투자자들이 활용해 온 알고리즘 매매 전략을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일부 업체는 투자자가 일하거나 잠자는 동안 여러 AI 에이전트가 대신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까지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이러한 도구가 개인투자자도 헤지펀드 수준의 투자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워스터 CEO는 AI 자동매매가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경계했다. 그는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을 마법 같은 비법은 없다"며 "그렇게 쉽다면 수많은 헤지펀드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자동매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증권사 상당수가 고객의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워스터 CEO는 일부 경쟁사가 스포츠 경기나 대중문화 행사 결과에 돈을 거는 예측시장까지 투자 상품처럼 소개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들 중 일부는 도박을 하나의 자산군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라며 "그 이면에 어떤 수익 유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금융업의 기존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찰스슈왑의 고객자산 유입은 늘고 있다. 회사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3분기 핵심 순신규자산은 1904억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워스터 CEO는 자사의 사업모델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다른 회사를 따라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두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찰스 슈왑 로고. (사진=찰스 슈왑 홈페이지) 2023.03.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찰스 슈왑 로고. (사진=찰스 슈왑 홈페이지) 2023.03.30.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