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석유 패권 미주로…돈로 독트린 현실화?
등록 2026.10.20 15:21:21수정 2026.10.20 17:30:27
북남미 전체 에너지 생산량 10% 증가할 듯
"중동 혼란에 걸프국도 미주 지역 투자할 것"
아르헨·베네수·캐나다 등 수혜…투자 늘어나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석유 시장의 패권이 미주 지역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반구 패권 의지를 담은 이른바 '돈로 독트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 8월29일 한 보행자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유정 벽화 앞을 지나가는 모습. 2026.10.20.](https://img1.newsis.com/2026/08/30/NISI20260830_0001534182_web.jpg?rnd=20260901185958)
[카라카스(베네수엘라)=AP/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석유 시장의 패권이 미주 지역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반구 패권 의지를 담은 이른바 '돈로 독트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 8월29일 한 보행자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유정 벽화 앞을 지나가는 모습. 2026.10.20.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석유 시장의 패권이 미주 지역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반구 패권 의지를 담은 이른바 '돈로 독트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스타드에너지는 북미와 남미의 전체 석유, 가스 생산량이 올해 12월까지 2년 동안 10%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캐나다, 브라질 등 여러 국가가 이미 올해 생산량 기록을 경신했다.
베네수엘라, 수리남은 서방 석유 기업들의 투자 유입에 힘입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미국의 생산량도 증가해 원유, 디젤 같은 석유 제품의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수출량이 15% 증가했다.
FT는 "전쟁 발발 7개월 만에 미주 지역, 특히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트럼프 대통령의 '돈로 독트린' 비전을 실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돈로 독트린은 '먼로 독트린'과 도널드 트럼프의 합성어로, FT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중동 등 주요 에너지 강국을 견제할 수 있는 미국 주도의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미주 지역은 투자자와 고객들이 중동발 에너지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호황이 남미 경제를 변화시키고 미주 지역을 중동의 '견제 세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주 지역이 저렴한 중동 공급을 완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고 향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가격 결정력은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S&P글로벌 부회장 다니엘 예르긴은 "걸프 지역 국가들조차도 아메리카 대륙에 투자해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려 할 것"이라며 "이번 (중동) 혼란은 공급망을 뒤흔들고 새로운 지역의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리스타드에너지 애널리스트 슈라이너 파커는 "서반구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걸프협력회의(GCC),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장기 가격 결정력이 약화했다"며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가이아나, 미국, 캐나다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대 셰일 가스 매장지로 꼽히는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를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군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에너지 산업 투자를 적극 지원해 왔다. 지난달 미국 수출입은행이 발표한 70억 달러 지원 계획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토탈에너지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인 석유 재벌 해롤드 햄 등 민간 기업인들도 바카 무에르타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아르헨티나의 9월 수출액은 석유 생산 증가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이 지난 1월 공습한 베네수엘라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이후 석유 자원 통제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석유 기업들에 1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촉구했다.
이에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들어 10% 증가한 하루 약 120만 배럴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기업 아드녹과 쉘 등이 초기 계약을 체결했으며, 셰브론은 향후 5년간 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캐나다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ATB코마크캐피털마켓 조사에서 기관투자자 5명 중 4명은 중동의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제한으로 캐나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 의향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리스타드의 파커는 중동 전쟁으로 전 세계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접근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오늘날에는 지질학적 조건만큼이나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다. 대서양 연안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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