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부 9쌍 중 1쌍은 '쇼윈도'…"아이 다 키우면 각자 인생"
등록 2026.10.28 04:30:00
![[서울=뉴시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https://img1.newsis.com/2026/09/10/NISI20260910_0002235256_web.jpg?rnd=20260910093241)
[서울=뉴시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에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 9쌍 중 1쌍은 부부 사이의 정서적 유대가 끊어진 이른바 ‘쇼윈도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다 키우면 각자의 인생을 살겠다며 별거를 택하거나 부부 관계를 정리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자유를 중시하는 의식이 확산하고 맞벌이와 남성의 육아 참여 등으로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일본 사회에서 부부 관계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나가와현에 사는 70대 여성 A씨는 지난 2022년 40년 넘게 함께 산 남편과 별거를 시작했다. 남편이 정년퇴직한 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며 화풀이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A씨는 자녀 양육을 마쳤고 부모를 돌보는 일도 끝낸 상태였다. 그는 이혼하지 않고도 부부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졸혼’이라는 개념을 접한 뒤 별거를 결심했다.
A씨는 "이제 충분하다. 앞으로는 내 인생을 살겠다"며 "함께 살지 않아도 된다면 졸혼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2026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60~74세 응답자 가운데 39.5%가 졸혼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여성은 48.3%로 절반에 가까웠다.
배우자와 같은 묘에 묻히고 싶다는 응답은 30년 전 91.4%에서 70.2%로 낮아졌다. 반면 이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7%에 그쳤다.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배우자와 거리를 두고 각자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자녀 양육이 끝난 뒤 부부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중년층에서도 나타난다.
도쿄에 사는 40대 남성 B씨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 둔 문장을 가끔 확인한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아내와 헤어진다’는 내용이다.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홀로 육아를 감당하다 우울증을 겪었고,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갔다. B씨는 아내와 아이의 친정 근처로 직장을 옮겼고, 이후 아내와 아이가 돌아오면서 아내도 다시 일을 시작했다.
맞벌이 가정이 된 뒤 B씨는 집안일과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면 아내와 갈등이 생겨 친구들과의 만남도 줄였다. 그러나 부부 사이의 대화는 일정을 조율하는 등 실무적인 내용이 대부분이 됐다.
그는 이혼할 정도로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다만 자녀 양육이 끝나는 시점에는 부부 관계도 정리하겠다는 생각이다.
B씨는 "육아 프로젝트는 앞으로 10년, 그 뒤에는 부부도 해산"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한집에 살면서도 정서적으로 단절된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가면부부'도 일본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쇼윈도 부부’와 비슷한 의미다.
이시무라 이쿠오 도쿄세이토쿠대 부교수 등이 2022년 실시한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인 대학생의 부모 가운데 약 9쌍 중 1쌍이 가면부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시계업체 시티즌시계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부부가 휴일에 대화하는 시간은 2025년 기준 하루 1시간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년 전보다 약 20분 줄었다.
닛케이는 “자유를 추구하는 의식이 강해지고 맞벌이와 남성의 육아 참여 등으로 가족 관계가 복잡해지는 가운데 부부의 모습도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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