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계엄 불법구금 중 구타…法 "증거 부족해도 국가 책임 가중"
등록 2026.11.02 10:46:24수정 2026.11.02 11:20:24
1980년 비상계엄 불법구금·가혹행위 등 국가 배상
1심 위자료 4250만원→항소심 6500만원으로 증액
法 "밀실 가혹행위, 증거 부족해도 정황 고려해야"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증명 책임 부분 완화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980년 비상계엄 당시 불법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구타 등 가혹행위에 대해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국가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됐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법원 로고. 2026.11.02. km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09/NISI20260109_0002037565_web.jpg?rnd=20260109175030)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1980년 비상계엄 당시 불법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구타 등 가혹행위에 대해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국가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됐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법원 로고. 2026.11.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1980년 비상계엄 당시 불법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구타 등 가혹행위에 대해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국가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박탈됐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 국가 책임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판사 맹준영·임은하·김용두)는 A씨가 청구한 국가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위자료를 인정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980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A씨는 같은 해 4~5월 계엄 해제, 전두환 퇴진 등을 요구하다가 '계엄포고령 제10호'에 따라 부모의 자택에서 영장없이 불법 체포돼 93일간 불법 구금됐다. 출소 이후에는 대학교에서 제적되고 강제로 입영됐다.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는 2024년 8월 A씨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임을 인정하고 그에게 보상금 6400만여원을 지급했다.
1심은 A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8000만원 중 일부를 인용해 국가가 A씨와 부모의 위자료를 더한 4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구금기간 중에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이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대한민국의 책임액을 6500만원으로 높여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1980년 5·17 비상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데다 헌법상 영장주의에도 위배돼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비롯한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고도의 궁극적인 책무를 진다"며 "전두환을 위시한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그 책무를 정면으로 위배함으로써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A씨는 부모의 자택에서 형사들에게 끌려간 경위와 옥인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나체로 구타당하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 등을 당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밀실에서 이루어진 가혹행위에 대해 당사자의 진술 외에 별도로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객관적 증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증명의 곤란을 A씨에게 불리하게 적용해, 가혹행위 존재를 일괄 배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의 증명을 강제하거나 지나친 증명의 부담을 지우는 결과에 이르게 돼 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금 경위와 구금이 장기간 계속 된 점, A씨에 대한 재소자 신분카드의 구체적 기재 내용 등에 비춰 A씨에게 신체 및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인권침해적 행위들이 계속적, 반복적으로 자행됐음을 추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에 의해 밀실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행위는 증명이 쉽지 않은 만큼, 피해자가 상당 기간 신체의 자유를 박탈 당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원고의 증명책임을 일정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명의 어려움을 곧바로 원고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원고의 일관된 주장과 객관적 자료들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추단되는 일련의 인권침해적 행위와 상황을 국가에 대한 책임 가중 사유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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