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고위험'인데 가해자 전자발찌는 해제…관계성 범죄 보호체계 허점
등록 2026.11.06 16:11:31
4차례 신고·잠정조치 위반에도 연장 안 해
경찰 "추가 신고·요청 없어"…판단 기준 모호
전자발찌 신청 급증했지만 결정률은 하락
![[서울=뉴시스] 김용중 기자 = 스토킹 범죄 이력으로 전자발찌를 찼던 6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 차량과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2026.1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5/NISI20261105_0002284324_web.jpg?rnd=20261105163246)
[서울=뉴시스] 김용중 기자 = 스토킹 범죄 이력으로 전자발찌를 찼던 60대 남성이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 차량과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2026.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범행 이전 반복적인 범죄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추가 신고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전자발찌 부착 연장을 신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 피해자 보호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은평경찰서는 전날 과거 교제했던 7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A씨를 폭행·스토킹처벌법 위반·절도 등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사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청구했다.
A씨는 7월 말부터 약 한 달간 구치소에 구금됐고 전자발찌 부착 조치도 내려졌지만 지난달 22일 종료됐다. 그리고 약 2주 만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부착 해제 2주만에 참변…4차례 신고·잠정조치 위반
경찰은 관계성 범죄 피해자를 위험도에 따라 A·B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지난 5월 경찰청과 성평등가족부가 마련한 공동대응체계에 따르면 A등급은 반복적인 신고 이력이 있거나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결정이 내려진 사건의 피해자 등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A등급 피해자는 경찰이 직접 안전 확보와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고 집중 모니터링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B씨 역시 지난 7월부터 A등급으로 분류돼 경찰의 집중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범행 이전 B씨로부터 총 4차례 112 신고도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과 올해 6월에는 남성이 쫓아온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 6월에는 직장 인근에서 기다린다는 내용의 신고도 있었다.
지난 7월 A씨는 B씨의 목을 허리띠로 조른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됐으며 앞서 내려진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피해자의 추가 신고나 보호조치 요청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연장 필요성을 판단하려면 피의자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A등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전자발찌 해제 이후 위험 상황이 있었는지, 피의자가 다른 유사 범죄를 저질렀는지, 피해자가 불안해하는지 등 여러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당시 판단으로는 추가 신고가 없었고 피해자도 굳이 원하지 않아 연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피해자의 위험등급과 가해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등 강제조치 필요성은 별도로 판단된다. 피해자가 A등급으로 관리되고 있더라도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조치가 자동으로 내려지거나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 로고 *재판매 및 DB 금지
전자발찌 연장 기준 없어…신청 늘어도 결정률 하락
잠정조치는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1호)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3호의2)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4호)로 구분된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은 최대 3개월이며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최대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이 전자발찌 부착이나 연장을 신청할 때 적용하는 일률적인 판단 기준은 없다는 설명이다. 개별 사건에서 확인된 범죄 행위와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을 듣고 피의자의 행적 등을 살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신청한다"며 개별 사건에 따라 필요성을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이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관계성 범죄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한 결과 4만4540건 중 5068건(32%)이 고위험 사건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 기간 하루 평균 구속영장 신청은 31.3건으로 올해 1~9월 7.2건보다 334% 증가했다. 유치 신청은 13.9건에서 42.1건으로 203%, 전자장치 부착 신청은 9.2건에서 26.8건으로 193% 늘었다.
다만 발부·결정률은 구속영장이 49.3%에서 21.3%, 유치는 27.2%에서 23.0%, 전자장치는 35.1%에서 32.4%로 각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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