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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와 합병에 올인한 대한항공…알짜 슬롯 더 내줄까

등록 2023.06.09 08:10:00수정 2023.06.09 08: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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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

경쟁 당국에 대한항공 운수권·슬롯 포기 명분 될 듯

알짜 슬롯 넘기면 소비자 불편 및 항공료 인상 예상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했다. 합병은 대한항공이 공항 내 이·착륙 허용 횟수를 뜻하는 슬롯(Slot)과 유럽·중국 등 특정 지역 노선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부 허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2022.02.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했다. 합병은 대한항공이 공항 내 이·착륙 허용 횟수를 뜻하는 슬롯(Slot)과 유럽·중국 등 특정 지역 노선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는 조건부 허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2022.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입니다. 합병을 끝까지 추진하겠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총회 참석을 계기로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조 회장은 합병 자금으로 1조원을 이미 투입했고, 2020년 12월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 비용으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 만큼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유럽연합(EU)·일본의 규제 당국이 합병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 이들에게 제시한 조건보다 더 많은 슬롯을 내주면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슬롯은 특정 공항을 특정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는 항공기 운항 권리를 말한다.

지금까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측이 보유한 운수권과 슬롯을 최대한 활용하며 자신들의 알짜 노선은 지킨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이번 발언으로 앞으로 슬롯 전략이 180도 바뀔 수 있다.

조 회장의 발언 이후 항공업계에선 미국과 EU,일본이 합병 승인의 대가로 대한항공의 알짜 운수권과 슬롯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미국 노선 중 뉴욕과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와 호놀룰루 등에서 알짜 노선을 더 많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 유럽은 로마,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일본은 나고야 노선에서 대한항공이 슬롯을 더 내줄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 여행객들의 대한항공 이용 불편도 커질 수 있다. 대한항공이 알짜 노선과 슬롯을 포기한 만큼 국적기를 이용해 미국과 유럽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비선호 시간대 비행기에 탑승할 수 밖에 없어서다.

또 대한항공의 슬롯을 가져간 외항사들이 해당 노선을 그대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노선을 운항하는 슬롯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 유럽 직항 노선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기면서 항공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알짜 슬롯을 내주면서 아시아나 합병에 성공한다면 상처뿐인 승리를 얻게 된다고 지적한다. 양사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는 노릴 수 있지만 알짜 운수권과 슬롯이 없어져 합병 시너지 효과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한항공이 슬롯을 포기하더라도 합병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슬롯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이 합병으로 국내 항공업계가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진입할 수 있는 만큼 중복 노선 효율화 및 연결편 강화 등으로 줄어든 슬롯을 충분히 만회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알짜 운수권과 슬롯을 많이 내줄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함과 항공료 인상 같은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합병 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도 합병 이후 중복 노선 효율화 작업에 성공할 경우 대한항공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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