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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인간,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박현주 아트에세이 ④]
세상은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휴대폰의 진동처럼, 도시의 심장은 쉴 틈 없이 뛰고, 인간의 몸은 그 속도에 몸을 맡긴다. 그러다 어느새, 우리는 기계의 일부가 된다. 미디어아티스트 김아영의 영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팬데믹 시기, 그녀는 실제 배달노동자들을 따라 달리며 ‘움직임’ 속에 숨은 인간의 존엄을 기록했다. 그 질주는 단순한 생계의 몸부림이 아니었다. 삶을 이어가는 가장 원초적 형태의 몸의 언어였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2025.11.15 01:01:00
멈추면, 보인다…구자승의 살아있는 정물[박현주 아트에세이 ③]
자두가 빛을 머금은 채 멈춰 있다. 파란 병, 흰 도자기, 나무 박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눈을 뗄 수가 없다. 시간이 멈추는 순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빠르게 지나치면 볼 수 없는 색의 떨림, 공기의 결, 작가의 숨. 구자승의 정물은 ‘멈춤의 예술’이다. 그의 붓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다. 사물의 표면을 그리면서도, 그 안의 빛과 그림자. 질감 속에 숨어 있는 시간의 결을 담는다. 썩지 않는 과일,
박현주 미술전문기자2025.11.08 01:01:00
차경(借景), 마음이 창이 되는 순간[박현주 아트에세이 ②]
가을의 희원(熙園)은 빛을 잘 안다. 호암미술관 언덕 아래,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로 가득 찬 미술관 뒤편에 조용히 숨 쉬는 정원이 있다. 빛이 머무는 법을, 그리고 물러나는 법을 아는 곳. 햇살은 격자문 사이로 고요히 흘러내리고, 단풍은 스스로 제 색을 찾아 들어온다. 그곳에서는 누군가 풍경을 만들지 않는다. 세상이 스스로 걸어 들어올 뿐이다. 나무 한 그루, 기둥 하나, 창살 사이의 틈새까지 모든
박현주 미술전문기자2025.11.03 01:01:00
빨간 새와 함께, 노은님의 빛 [박현주 아트에세이 ①]
빨간 새가 사람을 감싸 안고 있다. 새의 몸이 사람의 몸처럼 보이고, 사람의 어깨가 새의 날개처럼 번진다. 둘의 경계는 흐려지고, 색은 서로를 품는다. 빨강과 검정이 섞이는 그 자리에서, 노은님의 세계가 태어난다. 1970년 독일로 건너간 노은님(1946~2022)은 평생 그렇게 ‘경계 없는 삶’을 그려왔다. 스물세 살 파독 간호보조원으로 시작한 그의 인생은 붓을 잡는 순간 달라졌다. 병원 회의실에서
박현주 미술전문기자2025.11.01 0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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