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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면 벗을게요"…아프리카TV, 선정성 경쟁의 '정글'

등록 2017.09.23 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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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여성 BJ가 별풍선을 받고 섹시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캡처)

【서울=뉴시스】여성 BJ가 별풍선을 받고 섹시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캡처)

노출 강조 섹시댄스···즉석만남·음주 생방송
해변 비키니에 시신까지 자극적 콘텐츠 난무
초등생 포함 다수 청소년 로그인 없이 시청
'더 세야 별풍선 끌어모은다' 경쟁···결국 돈
"BJ뿐 아니라 사업자도 처벌 법적 제재 필요"

【서울=뉴시스】박영주 이재은 기자 =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최근 친구의 추천으로 아프리카TV의 인기 BJ(Broadcast Jacky·방송진행자) 영상을 찾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BJ는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따봉(추천) 버튼을 눌러주면 브라톱 입은 모습을 공개할게요. 보면 기절할 텐데"라며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채 바닥에 엎드려 선정적인 포즈를 연출했다.

 방송이 무르익자 이 BJ는 "키스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라며 혀를 내밀고 야릇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비비 꼬았다.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가 별 풍선을 채팅방에 날리자 벽을 붙잡고 섹시 댄스 세레모니(ceremony)를 하기도 했다.

 이씨는 "재미 삼아 한 번 들어가 봤지만 생각보다 선정적인 방송에 종료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며 "별도의 로그인 없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불쾌해했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1인 미디어'(개인 방송)가 급속히 대중화하는 반면 콘텐츠에 대한 규제 및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1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꼽히는 아프리카TV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 폐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여성 BJ가 별풍선을 받고 섹시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캡처)

【서울=뉴시스】여성 BJ가 별풍선을 받고 섹시댄스를 추고 있다. (사진=아프리카TV 캡처)


 ◇"X발, 벗으라면 벗어야 해?"…자극적 콘텐츠 난립

 지난 7월 인기 남성 BJ A씨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아 '오일 마사지샵 오픈? 해운대 비키니 미녀를 찾아라'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진행해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A씨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몸매를 그대로 노출시키는가 하면, 마사지를 빌미로 여성의 허벅지와 배 등을 만지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여성의 몸을 위아래로 훑다가 특정 부위를 노골적으로 클로즈업하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의 항의로 결국 방송은 중단됐다.

 아프리카 홈페이지에는 이보다 더 선정적인 영상들이 쉽게 목격됐다. 한 여성 BJ는 속옷이 보일 듯한 치마를 입고 섹시 댄스를 췄다. 한 시청자가 야한 상의로 갈아입으라고 재촉하자 "X발, 내가 벗으라면 벗어야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또 홍대 거리에서 즉석만남을 제안하는 과정을 생방송 하다가 원치 않는 사람이 방송에 노출되기도 했다. 다른 BJ는 만취한 상태로 방송하며 욕설을 퍼붓고 횡설수설했다. 클럽에서 성관계를 묘사하는 몸짓과 소리를 내는 여성 BJ 영상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여성 BJ는 결국 방송 정지를 당했다.

 시청자를 늘리기 위한 무리한 행동으로 경찰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공개 사과를 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8월 BJ 손모(31)씨는 거칠게 운전하는 모습을 생중계해 불구속 입건됐다. 손씨는 200㎞에 이르는 거리를 1시간 10여분만에 주파했다.

 지난 7월 강남에서 발생한 '왁싱샵 여성' 살인사건도 아프리카TV가 시발점이었다. 피의자는 지난 봄 아프리카TV에서 BJ가 진행한 해당 왁싱샵 방문 영상을 보고 여성이 혼자 일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이 BJ는 방송을 통해 피해자를 애도했다.

 5월에는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바닷가를 산책하는 모습을 생방송하다가 해변에 밀려온 시신이 갑자기 생방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BJ가 해당 시신을 고의로 촬영한 건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영상은 삭제됐으나 이미 많은 사람이 해당 영상을 접한 이후였다.

 아프리카TV는 물론 건전하고 유익한 콘텐츠도 많이 갖추고 있고 시청자들이 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인들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무분별하게 자극적인 영상에 청소년들까지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 특히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누구든지 홈페이지만 들어가면 별도의 로그인 과정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 4명 중 1명이 1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초등학생 4학년부터 고등학생 3학년까지 총 22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6.7%가 1인 방송을 본다고 답했다. 중학생이 32.2%로 가장 많이 이용했으며 고등학생 24.8%, 초등학생 22.6%를 차지했다. 일주일간 1인 방송을 '매일 이용했다'는 사람도 3.9% 있었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TV 측은 "50여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며 방송 소재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운영 정책에 위반하는 방송에 대해 주의, 경고, 강제 방송 종료 등의 서비스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아프리카TV 홈페이지에서 '섹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생방송되는 영상들과 다시보기 영상들이 검색된다.(사진캡처=아프리카TV)

【서울=뉴시스】아프리카TV 홈페이지에서 '섹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생방송되는 영상들과 다시보기 영상들이 검색된다.(사진캡처=아프리카TV)


 ◇"별풍선 때문에"…더 세지는 방송, 무분별한 고액 결제도

 청소년들의 이용률이 높음에도 홈페이지 내 수위 높은 콘텐츠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BJ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BJ들은 아프리카TV가 만든 사이버머니 '별풍선'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누구나 무료로 생방송을 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은 BJ를 격려하기 위해 기부금 형태의 시청료를 별풍선으로 지급한다.

 시청자가 많을수록 별풍선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결국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다른 BJ들보다 더 '센' 방송을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별풍선은 1개에 110원으로 10개 단위부터 구입할 수 있다. 휴대폰 결제는 월 50만원, 계좌이체는 1일 100만원까지 가능하다. 신용카드는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결제할 수 있다. 별풍선 수익의 60~70%는 BJ에게 돌아가며 환전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결제 한도가 크고 BJ를 향한 열렬한 '팬심'으로 일부 시청자들은 심지어 한 달에 수백만~수천만원어치의 별풍선을 사기도 한다. 최대 1개월 내 구입한 별풍선을 환불할 수 있지만, 일단 BJ에게 별풍선을 보내면 환불되지 않는다. 팬심을 이용해 청소년들의 무차별적인 결제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1인 미디어'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 152건을 분석한 결과 '유료 서비스 환급 분쟁'이 95건(62.5%)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48.4%(46건)는 '미성년 자녀가 부모 동의 없이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은 8만5000원에서 최대 2500만원에 달했다.

 여성 BJ들 상당수는 별풍선을 받으면 애교와 함께 섹시 댄스로 보답한다. 남성 BJ들은 "시키는 대로 다하겠다"며 '노예'를 자처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별창녀'(영리 목적으로 성적 내용을 포함한 방송을 하는 여성 BJ들을 칭하는 비속어), '별풍셔틀' 등 신조어도 생겼다. 인기 BJ들은 한 달에 수천만~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수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자극적이 되는 콘텐츠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자인 아프리카TV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별풍선을 돈으로 환산해주면서 BJ가 하나의 직업이 됐다. 그러다 보니 윤리적·도덕적 기준보다는 경제적 이윤 획득이라는 목적이 더 중요해진 것"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BJ만 처벌하지 않고 사업자에게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BJ들이 자극적인 방송을 할 때 방치한 책임을 물으면 사업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걸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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